지붕 없는 미술관, 거리의 예술을 만나다

기사 요약글

낡고 오래된 벽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는 거리의 예술가들 덕분에 지붕 없는 미술관이 된 세계의 벽화 마을.

기사 내용

 

 

뉴욕 예술가들의 아지트
미국 윌리엄스버그

 

빌딩 숲 사이를 바삐 걷는 사람들로 가득한 맨해튼에서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윌리엄스버그에 다다른다. 이곳은 맨해튼의 높은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운 가난한 음악가와 예술가가 모이면서 첨단 도시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빈티지 숍과 작은 갤러리, 카페들이 들어섰고 중고 서적이 즐비한 벼룩시장이 열리는, 맨해튼의 힙스터들이 찾는 동네로 변신한 것.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이름 없는 예술가들이 그린 벽화다. 형태를 알 수 없는 그림부터 반항과 자유가 느껴지는 그림까지, 눈길을 돌리는 곳마다 독특한 벽화가 발길을 잡는다. 허름하고 낡은 건물을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승화한 그림은 이곳의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미국의 대도시와 달리 윌리엄스버그는 삶의 속도가 느린 곳이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듯 돌아다니기에 좋다. 뉴욕시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 시스템인 시티바이크를 이용하면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다.
문의  www.nycgo.com

 

 

 

뉴욕 예술가들의 아지트
프랑스 리옹

 

벽화가 그려지기 전 리옹은 슬럼가에 가까웠다. 그러다 이곳을 활기 넘치게 변화시키고 싶었던 대학생들이 공공 예술단체 ‘시테크레아시옹(CitéCréation)’을 창립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리옹의 벽화는 상당한 규모가 특징이다. 이는 건축양식과 맞닿아 있다. 유럽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떼지 않고 벽을 연결해서 짓는다.

이 때문에 건물 옆면은 다른 건물이 들어설 것을 고려해 장식이나 창 없이 밋밋하게 마무리한다. 덕분에 리옹의 건물은 훌륭한 캔버스가 될 수 있었다. 리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벽화는 카뉘의 벽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주기적으로 수정되는데 젊었던 아빠가 손녀와 함께 등장하는 등, 그려진 인물들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벽화가 있는 건물이 한곳에 모여 있지 않으니 가이드 투어를 이용해 다양한 벽화를 만나보자.
문의 www.citecreation.fr

 

 

 

예술가를 위한 예술 도시
칠레 발파라이소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는 별명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은 칠레의 발파라이소다. 산티아고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인 발파라이소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칠레의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살았던 곳으로, 1980년대부터 화가들이 벽화를 그리면서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났다. 이곳이 여느 벽화 마을과 다른 점은 시대상을 반영한 주제 의식이 담긴 그림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림을 그린 뒤 장기 보존을 위해 비닐로 벽면을 덮는 등의 수고도 필요하다고. 이름 없는 화가의 그림도 많지만 로베르토 마타, 퓨어 이블 같은 유명한 예술가의 작품도 있어 관광객은 물론 영감을 얻으려는 예술가들이 모이는 성지이기도 하다.

발파라이소의 명물 중 하나는 가파른 언덕에 설치된 승강기 아센소르다. 언덕 위에 벽화가 많으니 아센소르를 타고 올라갈 것을 추천한다.
문의 chile.travel/en

 

 

 

영감의 원천
브라질 빌라 마달레나

 

상파울루의 ‘홍대’ 격인 빌라 마달레나는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이다. 예술가들의 작은 가게와 카페들, 그 벽면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벽화를 보노라면 남미 특유의 열정이 전해지는 듯하다. 벽화가 맨 처음 그려진 건 1980년대 한 예술가가 배트맨을 그리면서다. 그 후 수많은 예술가와 학생이 배트맨 벽화를 중심으로 벽면에 예술혼을 불어넣었고 곧 ‘배트맨 골목’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 2007년 청정 도시법이 통과되면서 벽화가 모두 지워질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이자 도시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언제나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예술가의 동의를 얻어 다른 그림으로 덮거나 기존의 그림과 협업 작업으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요일에 방문한다면 인근에서 열리는 베네디토 벼룩시장에 들러보자. 장신구와 각종 앤티크 소품이 가득하다.
문의 www.embratur.gov.br

 

 

 

역사를 그린 마을
캐나다 체마이누스

 

체마이누스는 과거 목재 산업과 어업, 광업으로 일군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다 마을의 살림을 책임지던 제재소가 문을 닫으면서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자 벽화를 그려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1982년 5점의 벽화가 처음 탄생했고, 해마다 늘어 지금은 40점에 이르는 벽화와 13점의 조각으로 세계 제1의 벽화 마을이라는 명성을 얻게 됐다. 벽화는 체마이누스의 역사와 사람, 그리고 미래를 묘사한다. 원주민과 백인, 태평양을 건너 탄광과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국인과 일본인이 한데 어울려 있는 벽화부터 증기기관차 등 마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이색 역사 투어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마을 바닥에 그려진 발자국 모양을 따라가면서 셀프 투어를 할 수 있고, 말이 끄는 마차를 타거나 증기 기차를 타고 투어를 즐길 수도 있다.
문의 www.chemainus.bc.ca

 

 

 

거리문화의 정수
말레이시아 조지타운

 

말레이시아의 항구도시 페낭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절 당시 국왕인 조지 3세의 이름을 따 ‘조지타운’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때 지어진 유럽 양식의 건축물과 다양한 나라의 무역상들이 오고 가면서 남긴 문화가 공존해 독특한 풍경을 만들었는데, 이 모습을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도시 전체를 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독특한 문화도 문화지만 이곳이 세계적 명소로 거듭난 이유는 벽화 때문이다.

2012년 한 예술가가 낡은 건물 벽면을 캔버스로 삼았고 이어 다양한 예술가가 그림을 그렸다. 그 결과 레부 아퀴(Lebuh Ah Quee) 거리에는 벽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자전거를 탄 아이들을 비롯해 도시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벽화들이 가득하다.

도보 투어나 자전거 투어가 잘되어 있어서 어떤 것을 이용해도 좋다. 걷다가 지치면 트라이쇼라 불리는 삼륜 자전거를 이용하자.
문의 mypenang.gov.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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