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레시피를 찾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양창순 박사의 마음 다스리기

기사 요약글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마음 다스리기.

기사 내용

얼마 전 우연히 예능 프로그램 <강식당>을 봤다. 강호동이 식당 대표이자 셰프이고, 그의 동료들이 스태프를 맡아 식당을 꾸려간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강호동이 이제까지 부엌에 들어가본 적이 거의 없다는 데 있었다. 그러니 음식을 만들 일은 더더욱 없었을 터. 그와 스태프는 메뉴 선정에서부터 혼란을 겪는다. 시끌벅적한 토론을 거쳐 나온 메뉴는‘비교적 손쉬워 보이는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였다(물론 결코 손쉽지 않다는 것을 곧 깨닫지만). 일단 그는 집밥 백 선생에게 요리를 배우러 간다. 그 사이 제주도에서는 풍광 좋은 해변에 근사한 식당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 요리 초보자가 셰프인 식당이라 스태프는 도무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 걱정된 그들이 힘을 합쳐 그에게 묻고 또 묻는다. “정말 요리를 할 수 있겠느냐”고. 그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며 “걱정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친다. 곧 그 이유가 밝혀진다. 그가 종이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나한텐 완벽한 레시피가 있단 말이야!”

그는 요리의 전 과정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가며 그만의 레시피 노트를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그 전에 여러 번 연습을 거치기도 했겠지만, 그는 전문가가 전수해준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맛을 재현해 내는 데 성공한다. 다 같이 성공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그것을 보며 문득 인간관계에도 저런 레시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도 ‘정확한 레시피’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긴 세월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해왔으니 나만의 ‘내공’ 또한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하는 업에서는 그 내공으로도 정확한 레시피를 결코 만들어 낼 수 없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즘은 환자를 보는 게 더 어려워지는 기분이다. 인간관계 역시 정확한 레시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전히 “그래도 뭔가 비법이 있을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말도 거의 정해져 있다.“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나더러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몇 번씩이나 상담을 하란 말이냐? 그냥 한두 가지 비법만 알려주면 그대로 따라 하겠다는데, 그게 뭐 어려운가? 당신은 전문가니까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 하고 흥분한다.

그들을 볼 때마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마법 같은 뭔가를 보여주면서 ‘이대로만 하면 누구나 인간관계의 달인이 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마법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 인간관계에서 파생하는 변수가 얼마나 무수한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단지 할 수 있다면 덜 상처 받고, 덜 아프기를 바랄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정확한 레시피를 요구하는 사람일수록 인간관계를 쉽게 여긴다는 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난 그냥 나 생긴 대로,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상대방은 그것을 받아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사실 인간관계에 대한 비법이 없지는 않다. 바로 ‘상대를 존중하고 경청하고 배려하라’가 그것이다. 다만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천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자기를 돌아보는 사람도 있지만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칭찬, 배려, 경청, 그런 거 다 귀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남들이 자기를 싫어하거나 무시하면 화를 낸다. 이러니 인간관계에서 정확한 레시피나 비법이 있어도 통할 리가 없는 것이다.
 

겨울의 끝자락이어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춥다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 인간관계에서 딱 한 가지 통하는 게 있다면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 모두 올 한 해도 잘 살 수 있기를.
 

양창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현재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마인드앤컴퍼니, 양창순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30만 독자들이 열광한 심리학 베스트셀러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엄마에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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