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로 일희일비 한다면, 마음 다스리기

기사 요약글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박사의 마음 다스리기.

기사 내용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기본은 상승이 아닌 하락이라고 한다. 또한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거나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는 기간보다 오르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오르는 횡보 구간이 훨씬 많다. 그 비율이 1:3 정도라고 하니 이는 한 주식을 진중하게 오래 갖고 있어야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단타 기법의 귀재가 아닌 이상 횡보 구간에 사고팔기를 되풀이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주식 전문가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식시장과 인간관계가 꽤나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의 행동에 따라 일희일비하거나 반대로 내가 조석지변(朝夕之變)이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인간의 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작은 사회적 변화에도 요동칠 때가 있는 것처럼 인간의 마음도 아주 작은 일 때문에 동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 원인이 나르시시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르시시즘이란 ‘내가 가장 소중한 존재로서 남도 그렇게 나를 여겨주기를 바라는 심리’를 말한다. 이 심리만큼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없다. 좌절의 순간에 누군가 곁에서 “아니야, 넌 참 괜찮은 사람이야. 네가 있어서 내가 얼마나 힘이 나는데” 하고 말하면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간의 핵심 심리인 나의 나르시시즘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상대가 나를 무시하는지 아닌지 여부이다. 작게라도 내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면 역시 자신의 나르시시즘에 크게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는 무시하지 않았는데 나는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 실제로 상대가 나를 무시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해나가고 싶다면 상대에게 그런 느낌을 주지 않도록 처음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상대에게 조언이라고 하는데 상대는 그것을 무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불필요한 조언이나 간섭을 해서는 곤란하다. 지나치게 으스대는 것도 안 되는 행동 중 하나다.

 

어느 모임에서 내게 강의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상대가 대뜸 “이 강의를 하면 너는 대단히 이름이 알려질 것이다”라는 말부터 꺼내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 강의를 거절했다. 내 이름이 대단히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애초부터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내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것도 오해의 소지가 된다. 나 역시 그런 일로 한 선배에게 ‘건방진 후배’로 찍힌 적이 있다. 언젠가 그 선배로부터 강의 요청을 받게 되었다. 당시 나는 강의하는 것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거절할 수 없는 선배가 전화해서 부탁을 하자 얼핏 나온 말이 “제가 웬만해서는 강의 안 하는데 선배 부탁이니 하겠습니다”가 되고 말았다. 그 순간 아차 싶으면서 몰려오는 무안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다음에라도 사실은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명확하게 내 의사를 전달했어야 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편에서 화가 나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어느 월요일에 출근하자마자 갑자기 한 지인이 전화를 걸어 왔다. 그녀는 대뜸 눈물을 터뜨리면서 자기 남편과 싸운 일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주중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월요일 아침 9시에 시시콜콜한 남의 가정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가까운 지인이니 안 들어줄 수는 없고 당장 답을 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니어서(인간관계와 관련된 문제는 항상 답을 주기 어렵다. 늘 상대적인 면도 봐야 하므로) 생각해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연락을 주겠다고 하고 간신히 전화를 끊었다. 얼마 후 약속대로 그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친구들과 놀면서‘하하 호호’ 하다가 전화를 받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내 마음은 분노로 요동쳤다. 하지만 한 가지 이유 때문에 그 흔들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도 인간관계에서 참 많은 실수를 저지르면서 오늘에 이르렀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렇게 실수를 저질렀는데도 내 곁에는 나를 늘 받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나는 곧장 마음의 동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각 생김새가 다르듯이 너무도 다른 모습들을 갖고 있다. 한 사람에게도 그런 다양성이 존재한다. 그런가 하면 대개 흔들리는 것은 내 편이면서도, 정작 상대의 한결같지 않음을 탓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나는 늘 흔들리면서 상대는 한결같기를 바라는 마음에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내 맘에 드는 모습을 보일 때는 “사랑해” 하다가 그게 아니면 “헤어져” 한다면 도무지 가까이 두고 만날 사람이 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크고 작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진중함은 주식이나 인간관계에서나 다 필요한 속성인 셈이다.

 

양창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 현재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마인드앤컴퍼니, 양창순정신건강의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30만 독자들이 열광한 심리학 베스트셀러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엄마에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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