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더 좋아하는 무선청소기, 팩트 체크가 필요해

기사 요약글

요즘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라는 무선청소기.

기사 내용

우리 집 남편이 그 로망을 실현하다니. 남편이 일을 냈다. 나의 ‘결재’도 없이 무선청소기를 산 것이다. 집에 있는 유선청소기도 이제 7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심지어 남편은 구매 사유를 “당신 편하라고” 하며 둘러댔다.

예순 줄에 들어선 부부가 고작 청소기 때문에 냉전 중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남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도 빨아들이는 데다 코드를 콘센트에 꽂은 다음 무거운 통을 끌고 다니며 미는 청소기보다 간편하다”며 연신 이 제품을 고른 이유를 설명하기 바빴다. 제품명은 LG 코드제로 A9. 눈치 없는 사위는 “이 제품 요즘 진짜 인기예요. 잘 사셨어요”라고 장인 편을 들기에 밥도 안 주고 쫓아내려고 했다. 결국 딸이 나섰다. 이 청소기가 진정으로 여자도 편해지는 청소기인가 ‘팩트 체크’ 해주겠단다.

 

CHECK 1 돌돌이보다 가벼운가?

이 청소기는 성인 여자 허리 정도에 오는 아담한 크기다. 무척 가벼워 보이는데, 무게는 2.7kg로 생각보다 묵직하다. 손잡이 부위에 모터가 있기 때문이다. 유선청소기가 모터 달린 통을 끌고 다니는 형태라면 A9은 모터의 무게에 힘을 실어 바닥을 밀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악력이 약한 중년 여성은 처음에는 ‘좀 무겁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점점 익숙해진다.
 

CHECK 2 흡입력은?

무선청소기는 흡입력이 약하다는 게 나의 주장. 남편과 사위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본 결과,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단다. 제품 소개서에 따르면 회전속도가 ‘항공기 제트엔진의 16배 수준’이라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큰 먼지, 작은 먼지 할 것 없이 잘 빨아들인다. 기존에 쓰던 유선청소기가 최근 들어 머리카락을 자주 놓치고 흡입구에 손을 대봐도 빨아들이는 느낌이 시원찮은데, 이건 먼지통에 모인 먼지를 보고 있으면 만족스럽다. 특히 반려동물인 고양이의 털이 먼지통에 가득한 것을 보니 흐뭇하기까지 하다.
 

CHECK 3 사용 시간은 어때?

과거 우리 집을 거쳐 간 무선청소기들은 미진한 배터리 수명 때문에 하나같이 단명했다. 이 제품은 교체 가능한 리튬이온 배터리 두 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사용 가능 시간은 각각 40분씩 총 80분. 배터리 교체도 ‘빼고, 끼우기’만 하면 될 정도로 간단하다. 그동안 무선청소기의 최대 약점이 ‘금방 방전된다’였는데 그 부분에서는 만족스럽다. 여분 배터리도 스탠드에서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물론 한 시간 이상 청소기를 밀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친구 같은 사람은 유선을 쓰는 게 낫겠다.
 

CHECK 4 디자인 점수는요?

“모양은 마음에 드네.” 솔직한 평이다. 사이즈도 아담한 데다 각을 잡고 서 있으니 예쁘다. 다이슨 무선청소기 제품의 경우 벽을 뚫어 거치대를 설치해야 하는 벽걸이형인 반면, A9은 벽걸이형과 스탠드형 거치대 모두 선택 가능하다. 다만, 모터 무게 때문에 상단이 무거우므로 가능하면 벽에 설치하고 쓰는 것이 안전하다.
 

CHECK 5 가성비를 따져보면?

구성품을 연결해 핸디형으로 만들면 선반 위 먼지나 자동차 내부 등을 쉽게 청소할 수 있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래도 80만원대부터 형성된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review

유선청소기를 돌리려면 줄을 뽑고, 또 콘센트를 꼽은 후에나 청소를 시작할 수 있는데, 무선청소기는 사전 준비 없이 바로 청소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 길이가 4단계로 조절되어 키에 맞춰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소음 역시 크지 않다. 다만 20분 정도 돌리고 나면 흡입력이 처음보다는 약해지는 느낌이 드는 점은 아쉽다. 무엇보다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남편이 청소기를 자주 돌리게 됐다는 점이다. 머리카락 한 올만 발견해도 이 청소기를 들고 출동한다. 여자가 편해지는(?) 청소기가 맞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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