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캠핑카 타고 미국 횡단

기사 요약글

인생 2막을 시작한 60대 남자 넷이 90일간의 모험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왔다.

기사 내용

이들이 공개하는 90일간의 미국 횡단 투어 마지막 편.
 

90 DAYS
여행의 성패는 체력이 좌우한다

“정신력으로 버텼어요.”

미국 횡단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자 건강과 체력이 변수로 떠올랐다. 하루 500~600km를 운전하고 좁은 캠핑카에서 자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으니 단원들의 체력이 남아날 리 없었다.

“젊은 친구들도 하기 힘든 여행을 60대가 하는 거잖아요. 서로 힘들다는 말은 안 해도 표정에서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요. 그럴 때마다 ‘캠핑카 횡단’이라는 초심을 잃지 말자고 서로를 다독였어요. 아마 혼자서는 이겨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건강을 위해 소화제, 두통약, 감기약, 심지어 무좀약까지 다양한 의약품을 챙기며 준비했지만 환경이 달라지며 겪는 어려움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대표적인 것이 계절의 변화였다.

“주를 이동할 때마다 봄이 됐다가 여름이 되고, 갑자기 겨울을 만나기도 했어요. 철저히 준비했지만 일교차가 너무 커서 감기를 자주 앓았어요.”
시차 적응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미국은 서부에서 동부로 이동하면 날짜변경선을 통과하게 돼 3시간의 시차가 발생한다. 횡단 기간 서부에서 동부로, 동부에서 남부로,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단원들은 매번 시차 적응을 해야 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준비해 간 종합비타민제와 홍삼 등 건강보조식품이 체력 회복에 큰 도움을 줬다. 현지에서는 식단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침은 채소, 저녁은 육류 위주로 먹으며 영양 균형과 체력 유지를 위해 노력했다.

“몸이 지치고 피곤하면 사소한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주의력이 떨어져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요. 장기 여행의 필수 조건은 체력임을 실감했죠.”

몬태나-아이다호-워싱턴-알래스카-오리건-하와이

 

Episode 한눈팔면 코 베어 가는 뉴욕

원정단이 자유의 여신상을 관람하러 입구로 향하는 길이었다. 한 현지인이 관광가이드인 양 자신의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관람권을 35달러에 판다고 접근했다. 저렴하다는 말에 거의 넘어갈 뻔했는데, 다행히 최 단장이 ‘가짜 관람권’이란 걸 눈치챘다. 알고 보니 실제 관람권은 18달러였다. ‘서울 가서 한눈팔면 코 베어 간다’는 말은 뉴욕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관광지에 대한 기본 정보는 알고 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 기회였다.

 

COME BACK
서로 의지하고 버티며 미국 횡단에 성공하다

“이 세상이 고맙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워요. 누가 이런 특혜를 우리에게 줬는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귀국 3일 전 다스 원정단은 하와이에서 총결산 만찬을 갖고 꿈에 그리던 완주를 자축했다.

“10일만, 20일만, 한 달만 견뎌보자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완주했어요. ‘내가 진짜 해냈다’는 생각에 다들 감격했죠. 젊어서는 고생도 사서 해야 한다는데, 나이 육십에 고생을 사서 한 느낌이랄까요?”

이날 네 사람은 90일간 지나온 길에 대한 추억담을 오래도록 나눴다.

“이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게 지원해준 아내에게 고마웠어요. 그날 우리는 와이키키 해변가의 날씬한 여자들보다 뱃살 두둑한 내 아내가 훨씬 멋지고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죠(웃음).”

3일 뒤 단원들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 3월 26일 가족, 친지들의 환송 속에 인천국제공항에서 LA로 떠난 지 90일 만이었다. 가족들은 돌아온 이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20대도 하기 어려운 일을 은퇴한 60대 네 남자가 의기투합해 이루어낸 것은 신기원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모든 일정을 총괄하면서 단원들의 안전을 위해 욕먹을 각오로 강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최금호 단장, 차량 관리 등 궂은일과 회계 지출을 꼼꼼하고 성실하게 잘 마무리해준 이충렬 부단장, 다스리마의 주방을 장악하고 영양 보충으로 90일을 버티게 해준 윤갑병 감독 겸 셰프, 잠 못 이루면서 눈 부릅뜨고 미국과 한국 사이에서 글로 가교 역할을 한 양인승 총장. 경중을 따질 것 없이 하나하나 소중한 미션을 잘 수행했기에 여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단원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기 전 서로에게 마음으로 말했다.

“함께해서 고마웠고 애쓰고 수고했습니다.”

 

Episode 다 스리마와의 이별 의식

단원들의 집이자 발이 되어준 다스리마(캠핑카). 24,840km를 달리면서 사소한 일은 몇 차례 있었지만, 사고 한 번 없이 여행의 마지막까지 함께해준 다스리마를 그냥 떠나보낼 수 없었다. 단원들은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꽃다발 증정과 기념 촬영을 했다. 어디서 또 누구를 만나든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란다며 캠핑카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THE END
성공 비결은 치밀한 계획, 팀워크, 가족과의 소통

‘목표 120% 달성’. 단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출발 전에는 ‘나이도 있는데 무리하지 말자. 목표의 80~90%만 달성해도 우리는 성공한 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넷이 함께 여행한 덕에 계획한 일정을 모두 진행했죠.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맨해튼과 시애틀 관광 등도 다녀왔고요.”

무엇보다 치밀한 사전 계획이 성공을 견인했다. 주요 목적지를 중심에 놓고 일별로 세세하게 이동 경로를 그린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또한 만약을 대비해 플랜 B, 플랜 C까지 준비했다. 그만큼 현지에 대한 분석을 완벽하게 한 것이다.

“현지에서도 4~5일 일정을 미리 공유했어요. 하루 평균 500~600km를 이동했는데, 다들 자기 몫의 운전을 끝까지 책임졌고요. 차량도 별문제가 없었어요. 치밀한 계획과 역할 분담, 차량 이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지요.”

그리고 하루 코스를 완주했다는 의미에서 매일 지도 한 장에 지나온 경로를 표시했고, 들렀던 골프장 감독의 사인을 받았다. 그들만의 여행 인증 방식이었다.

지도에 사인이 하나 씩 기록될 때마다 우리도 50개 주 완주 목표를 향해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거잖아요. 동기부여도 됐고요.”

무엇보다 여행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어 여행 기간 내내 단원들이 가장 많이 신경을 곤두세운 것은 네 사람의 팀워크였다. 단체행동의 기본 원칙을 잡고 개별행동은 삼갔다. 또한 관계를 돈독히 다지기 위해 하루의 시작과 끝에 그들만의 의식을 치렀다.

“매일 아침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 모여 자기가 믿는 신에게 기도했어요. 주제는 늘 한결같이 ‘오늘도 무사히’였죠. 또 좋은 글귀에서 찾은 긍정의 한마디를 같이 읽었고요. 일정을 마무리하고 저녁 식사를 할 때는 늘 자축 파티를 했답니다. 거창한 파티가 아니라 식사 겸 맥주 한잔 마시며 오늘도 무사히 보낸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였죠. 단원들끼리 생긴 갈등이나 오해도 그 자리에서 훌훌 털었죠. 그날 갈등은 그날 해소하기가 원칙이었어요.”

자축 파티가 여행의 윤활유였다면 가족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여행의 영양분이었다. 단원들은 매일 다스 원정단 카페에 일기처럼 하루의 여정을 올렸다. “카페에 올린 글이 저희와 가족들의 가교였죠. 가족들은 저희가 올린 글을 봐야 안심하고 잤어요. 저희는 가족이 쓴 응원 글을 읽으며 힘을 얻었고요. 이렇게 일상이 공유되니까 가족들도 저희와 함께 미국 여행을 즐기는 것 같더라고요. 여행할 때 가족과 서로 안부를 확인하는 채널은 꼭 필요하다고 봐요. 여행의 기록을 담는 공간으로 활용해도 아주 좋습니다.”

 

Episode 무사고의 비밀

여행의 또 다른 목표는 무사고였다. 이 역시 안전 수칙을 철저히 지켜 이루어냈다. 특별한 것은 없다. 차량 간 안전거리 유지, 제한속도 준수 등 기본에 충실했다. 미국은 기본에 충실하면 누구도 시비하는 사람이 없다.

 

BEFORE& AFTER
여행은 나의 일상을 바꿨다

“우리가 해냈다”는 여행의 성취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은퇴를 앞둔 양 총장은 평생 잊지 못할 나만의 역사를 썼다는 점에 큰 의미를 뒀다.

“공직을 마무리하고 사회적응을 위한 연수 기간에 도전한 여행이었어요. 몸은 힘들었지만, 지난 인생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 삶을 온전히 나를 위한 삶으로 채울 생각이에요.”

수년 전 암과 사투를 벌인 이충렬 부단장은 이 여행을 통해 삶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사실 저는 좀 망설였지만, 아내가 적극 추천해 도전했죠. 제가 남들보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어 조심스러웠을 텐데, 아내는 저보고 ‘가서 새로운 세상을 보고 느끼고 오라’고 지원했죠. 등 떠밀려 간 면도 있지만, 이 여행이 내 삶에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더 이상 삼식이로 살지 않을 겁니다(웃음).”

윤갑병 감독은 일상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미국인들의 밝은 표정과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60년 동안 몸에 밴 삶의 태도를 바꿨다. “돌이켜보니 제가 자기 주관이 너무 강한 사람이더라고요. 나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지요. 돌아와서 가장 먼저 실천한 것이 ‘아내와 딸 즐겁게 해주기’였어요. 평소에 하지 않던 농담도 하면서 굉장히 노력하고 있어요. 가족들이 달라진 제 모습을 정말 좋아해요. 평소 아빠 근처에 오지 않던 딸이 편하게 옆에 오고, 하루에 전화 한 통 안 하던 아내에게서 서너 통씩 전화가 와요. 가족의 행복한 표정을 보면 저도 기분이 좋고요. 이번 여행이 제게 준 최고의 선물이에요.”

윤 감독뿐 아니라 모든 단원이 여행 내내 입만 열면 했던 말이 있다. “앞으로 아내와 가족을 더 많이 사랑하고 함께 행복한 삶을 살겠다.” 단원들은 지금 이 다짐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이 여행을 기획한 최금호 단장은 “우리의 달라진 모습은 왜 은퇴 세대에게 여행이, 도전이 필요한지 설명해주는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어렵지 않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돼요. 이 나이에, 이 상황에 자꾸 떠날 수 없는 이유를 찾지 마시고 더 늦기 전에 용기를 내보세요. 미국 횡단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시면 저희에게 연락주세요. 기꺼이 저희의 여행 자료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문의 네이버 카페 ‘다스팀’ cafe.naver.com/bfandchoi

 

다스 원정단

연령, 혈연, 지연, 학연, 생업 등 삶의 궤적이 전혀 다른 은퇴남 넷이 90일 동안 캠핑카를 타고 미국 50개 주를 일주한다. 이 도전과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은퇴를 앞둔 많은 세대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계획과 실행은 여행사나 여행 전문가의 어떤 도움도 없이 다스 원정단의 최금호 단장이 5년 전 60일간의 1차 미국 부분 횡단의 경험을 토대로 수년간 더 발전시켰고 실행은 단원들의 협심으로 이루어졌다.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