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OR 청소년 멘토가 된 기업임원 출신 이기섭

기사 요약글

‘한 개인의 역사’로만 묻어둔 노하우를 활용해 청소년에게 넓고 다양한 직업 세계를 일깨워준다

기사 내용

청소년 꿈과 진로 찾기(Youth Dream Mentor) : 지난해 서울 시내 5개 학교에서 실시된 해당 교육은 올해 30개 학교로 확대될 예정이다.시그나사회공헌재단이 멘토 풀 확대, 교육 프로그램의 정교화, 전국 단위로 수업 확대 등의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전직 임원 선생님을 만날 고등학생은 점점 더 많아질 듯하다. / 이기섭 씨가 직접 작성한 2014년 인생 계획표. : 관계를 나타내는 줄기 가운데 이번 고등학교 수업도 포함됐다.

“직장 생활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갚아야 할 때죠. 과거 글로벌 기업에 근무하면서 배운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세상엔 수많은 직업이 있고 그것이 내 능력이나 적성과 맞아떨어졌을 때 시너지 효과를 크게 발휘할 수 있죠. 저 역시 과거 외교관을 꿈꾸다 기업에 몸담았는데 그랬기 때문에 건설, 화학, 통신, 자동차,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보람도 물론 컸죠. 가장 유연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기가 청소년기인 만큼 아이들에게 공무원, 의사, 변호사가 세상 직업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청소년 멘토가 된 기업임원 출신 이기섭

현대건설 해외 업무본부 차장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해 DuPont(미국 화학회사), General Motors(미국 자동차회사), MSD(미국 제약회사) 등 굵직굵직한 기업에서 임원을 지낸 62세 이기섭 씨. 현재 그는 MMV(말라리아 백신을 개발하는 스위스 제네바 소재 비영리기구)의 한국 대표로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난해 은퇴를 맞았다. 57개국을 오가며 글로벌 기업 대외 활동 전문가로 이름을 떨치던 그가 지난 토요일 오전, 경기고등학교의 도서관으로 바쁜 걸음을 옮긴 건 20여 명의 고등학생 때문이다. 이 학생들은 총 4회에 걸쳐 이기섭 씨와 함께 자신의 적성과 흥미, 장래 직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게 된다. 직장 생활 당시 소외계층의 아이들에게 진로 상담을 해준 경험이 있던 그는 시그나사회공헌재단이 제안한 ‘Youth Dream Mentor(청소년 꿈과 진로 찾기)’ 프로그램의 멘토 자리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시니어의 액티브하고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설립된 시그나사회공헌재단은 사회 곳곳에서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재단의 프로그램 중 전문직 은퇴자들의 재능 기부로 이뤄지는‘청소년 꿈과 진로 찾기’는 특히 기업 은퇴 임원들의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등학생들에게 생생한 직업 현장의 얘기를 들려준다는데 의의가 있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현직’에서 수십 년간 쌓아온 경험과 경륜은 그 자체로 대단한 가치가 있다. 하물며 큰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수천, 수만 명의 ‘대식구’를 거느려 본 임원이라면 어떨까? ‘한 개인의 역사’로만 묻어둔 그들의 노하우를 활용해 청소년에게 넓고 다양한 직업 세계를 일깨워준다는 취지는 이기섭 씨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는 먼저 시그나사회공헌재단에서 마련한 ‘실무교육’을 3일 동안 받았다. 아무리 가르쳐주고 싶은 게 많아도 ‘아이들 대하는 법’을 모른다면 효과는 반감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전문 강사진에게 직업 흥미 및 적성검사법, 청소년 심리 이해 및 적용 방법론 등을 배운 그는‘교실’이라는 실전에 투입됐고, 다행히 아이들의 반응은 좋았다. 과거 ‘밥 먹듯’ 만들었던 PPT를 활용해 수업을 이끌어간 이기섭 씨는 먼저 ‘왜 인생의 방향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주제로 말문을 열었다. 외교관을 꿈꾸며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를 공부했지만 결국 사기업에 입사했던 일, 그러나 해외를 누비며 외교관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협상, 중재, 계약을 했던 일 등 구체적인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매진했기에 찾아왔던 기회를 열정적으로 털어놓았다. ‘세상에 저런 일도있구나’ 하는 표정으로 ‘전직 임원 선생님’을 바라보던 학생들의 눈빛엔 흥미가 가득했다. 100개 학교를 돌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운 그는“학생 입장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 좋고, 퇴직 임원 입장에서는 일종의 재능 기부를 한 셈이니 보람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수업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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