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김 씨가 친정엄마의 이상행동을 감지한 건 두 달 전부터다. ‘깜빡했다’는 이유로 10년째 이어온 정기 계모임에 불참했던 엄마가 한 달 전엔 세제 대신 그 옆에 놓인 핸드 워시를 짜내 설거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그저 단순한 실수나 건망증인 줄로만 알았다. ‘우리 엄마도 나이 먹었네’ 하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하루 단위로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그거 있잖니 그거’ 하며 사물의 이름을 얼른 기억해 내지 못하자 퍼뜩 불안감이 들었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인터넷을 뒤져가며 치매 증상을 연구했던 김 씨는 어쩌면 엄마가 치매에 걸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 관련 서적에 적혀 있는 간이 검사 테스트의 결과도 엄마가 치매 의심 환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흔 줄에 접어든 자신보다 훨씬 더 총기가 뛰어난 엄마였기에 김 씨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좀 더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기 위해 엄마를 대학병원으로 모신 김 씨는 예상대로 ‘치매 초기’라는 결과를 들었다. 의사는 치매 중에서도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세포 주위에 축적돼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생하는 퇴행성 질병인데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그나마 초기 단계에 발견해 앞으로 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점이었다. 현재 약물 복용과 함께 뇌세포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운동, 식이요법을 병행하고 있는 엄마는 가족들의 관심 아래 예전과 다름없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만일 김 씨의 친정어머니처럼 치매가 의심돼 병원에 간다면 어떤 검사를 받고 어떤 치료를 받게 될까?
Step 1. 의사와의 면담
환자를 마주한 의사는 1차적으로 그가 정상인지 경도인지 장애인지 치매인지를 판단하게 된다. ‘오늘이 7며칠이죠? 여기가 어디죠? 같은 가벼운 질문에서부터 평소 앓고 있던 질병은 없는지,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 다각적인 질문을 하는데 환자의 대답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보호자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중요한 판단 요소로 삼는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매가 의심될 경우 추가 검사를 실시한다.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정도로, 기억력 감퇴 증상을 보이는 경도인지 장애 환자는 세심한 관리를 통해 치매로 발전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Step 2. MMSE(간이정신상태 검사), MOCA(인지평가)
초진에서 약간이라도 문제가 감지됐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MMSE 또는 MOCA 중 1가지 테스트를 실시한다. 몇 가지 단어를 불러준 뒤 이를 기억해 낼 수 있는지, ㄱ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몇 개나 얘기하는지, 현재 시간을 시계로 그릴 수 있는지 등을 측정하는데 두 테스트 모두 지남력(현재 자신의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 기억력, 주의집중력, 계산능력, 언어와 시공간 구성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함이다. MMSE가 비교적 간단한 테스트인데 반해 MOCA는 좀 더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질문이 이어지는데 둘 중 어느 것을 택할지는 환자의 상태나 연령에 따라 의사가 결정한다. 소요 시간은 10~15분 정도로 둘 다 길지 않으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점수로 책정해 인지 기능의 손상 여부를 가늠하게 된다. 점수 책정에는 환자의 학력 수준이나 문맹 여부도 포함된다.
Step 3. SNSB(신경심리검사)
앞의 MMSE, MOCA에서 인지 장애가 발견됐다면 이제 2시간여에 걸쳐 SNSB 검사를 받게 된다. 환자의 정확한 상태 파악을 목표로 하는 이 검사는 임상심리사와 환자가 1 대 1로 앉아 진행한다. 주의집중력, 언어 및 관련 기능, 시공간 기능, 기억력 및 전두엽 기능, 집행 기능의 다섯 가지 인지 영역을 평가하는데 구체적인 검사 방법에는 ‘불러준 단어 기억나는 대로 말하기’ ‘숫자 거꾸로 외우기’ ‘복잡한 도형 외워서 그리기’ 등이 있다. 이 검사를 끝마치면 다섯 가지 인지 영역 중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치매로 판별하는 가장 큰 포인트는 ‘기억력’이다. 이 검사를 통해 단순한 건망증인지 치매인지를 좀 더 정확히 가려낼 수 있다. 검사가 끝난 뒤 환자 보호자와의 면담도 진행된다.
Step 3-1. 혈액검사 등
우리는 치매의 원인을 나이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호르몬 이상, 영양 결핍과 같은 여러 신체 질환이 치매를 불러올 수도 있다. 따라서 혈액검사를 통해 빈혈, 당뇨, 비타민, 갑상선, 간, 신장 기능 등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한편 흉부 X레이, 심전도, 소변검사 등 다양한 실험실 검사를 시행한다.
Step 3-2. MRI(자기공명영상)
MRI 검사를 통해 현재 뇌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주로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와 측두엽에서 위축된 모습이 나타나며, 이후 점차 전두엽, 두정엽 등을 거쳐 뇌 전체에 위축 양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는 치료가 가능한 치매의 원인인 뇌출혈, 뇌경색 등을 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Step 3-3. PET-CT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뇌에 과도하게 쌓이면서 일어나는 현상. PETCT는 뇌의 포도당 대사 능력 등을 측정해 색깔로 이상 여부를 표시하는 검사로 이를 통해 어느 부위에 단백질이 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MRI에서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도 PET-CT 검사를 하면 초기에 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 (대학병원을 기준으로 치매 초기 진단 비용은 본인 부담금이 50만원 전후, 여기에 PET-CT나 MRI를 추가하면 80만원 정도가 더 들어 약 130만원 정도 된다.)
Step 4. 약물 복용
세밀한 검사를 통해 ‘치매’ 판정을 받았다면 이제 치료에 돌입할 차례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 병의 증상을 늦추거나 완화시키는 방법이 있을 뿐 ‘완치’는 불가능하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외과적 수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현재까지는 약이 유일한 치료법인 셈인데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꾸준히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개 기억력 개선에 효과가 있는 에빅사, 아리셉트, 레미닐, 엑셀론 등의 약물이쓰이며 초기에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키는 약을, 중기에는 신경 손상의 원인일 수 있는 NMDA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시키는 약을 처방받는다. 약은 보호자가 대리 수령할 수도 있는데 진단 초기는 1개월, 이후에는 3개월씩 처방한다. 중등도 이상으로 병세가 심하지 않는 경우 약은 스스로 복용할 수 있으나 심한 경우 약 복용 자체를 잊을 수 있으므로 곁에서 챙겨줘야 한다.
Step 4-1. 비약물적 치료
놀이나 훈련, 재활 치료, 운동을 통해 손상된 인지 영역을 훈련시키거나 아직 손상되지 않은 인지 영역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있다. 활기차게 걷는 것만으로도 뇌 혈류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신경영양인자(BDNF)가 생성된다니 역시 운동이 중요하다. 이 밖에도 현재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그림을 그리는 미술치료법 등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뇌의 자극이므로 치매 환자를 격리시키지 않고 가족이나 또래 집단 사이에서 어울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
- 1. 오늘은 몇 년, 몇 월, 며칠 무슨 요일입니까? 지금은 어느 계절입니까? / 5점
- 2. 당신의 집 주소는 OO시 OO구 OO동 여기는 어디입니까? (학교, 시장, 집, 병원 등) / 4점
- 3. 여기는 무엇을 하는 곳입니까? (마당, 안방, 화장실, 거실 등) / 1점
- 4. 물건 이름 세 가지 대기 (예 : 나무, 자동차, 모자) / 3점
- 5. 3~5분 후에 물건 이름 다시 말해보기 / 3점
- 6. 숫자 계산 능력: 100빼기 7은? 또 7을 빼면? 또 7을 빼면? (또는‘삼천리강산’을 거꾸로 말해보라고 한다) / 5점
- 7. 물건 알아맞히기 (예 : 연필, 시계 등을 보여주며 뭐냐고 묻는다) / 2점
- 8. 오른손으로 종이를 집어서 반으로 접고, 무릎 위에 놓기 (3단계 명령을 수행하는지 여부) / 3점
- 9. 5각형 두 개 겹쳐서 그리기 / 1점
- 10.‘간장 공장 공장장’ 따라 하기 / 1점
- 11. 옷은 왜 세탁을 해서 입습니까? 이유 물어보기 / 1점
- 12. 길에서 남의 주민등록증을 주웠을 때, 어떻게 하면 쉽게 주인에게 되돌려줄 수 있습니까? / 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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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점 이하 확실한 치매 / 20~23점 치매 의심 / 24점 이상 정상
- ※ 자료 <장모님의 예쁜 치매> (김철수 지음, 공감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