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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ORY 1 : 탤런트 임현식의 3대
“손주들 보면 그냥 좋아. 이런 게 행복이고 사랑 아니겠어. 딸과 사위, 손주들까지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상이 있다는 건 사랑이 없으면 안 될 일이지.”
엄하게 사랑하고, 진하게 웃음 주는 사랑
탤런트 임현식에게는 3명의 딸이 있다. 딸들 모두 출가했기에 덩달아 사위도 3명에 손자와 손녀가
5명인 대가족이다.
“잔디밭에서 뛰어노는 손주들 보면 그냥 좋아. 이런 게 행복이고 사랑 아니겠어. 딸들과 사위들
그리고 손주들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상을 살고 있다는 건 사랑이 없으면 안 될 일이지.”
손주들 사이에선 인기 최고인 할아버지지만 아버지로서 그는 늘 웃기고 철없어 보이기까지 했던
텔레비전 속 순돌이 아빠가 아니었다. 유명 탤런트의 딸이라 철없단 소리를 들을까 봐 대쪽 같은 엄격함으로 세 딸을 키웠다. 코흘리개 어릴 적부터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눈물 나게 혼났을 정도로 단호한 호랑이였다고. 엄부출효자 엄모출효녀(嚴父出孝子 嚴母出孝女)라, 엄마 역할까지 했던 아버지 밑에서 곱절은 엄하게 큰 딸들은 흐트러짐 없이 잘 자랐다. 모두 교육자를 업으로 좋은 짝 만나 아이 낳고
행복하게 잘 살며 아버지의 사랑에 화답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엄하기만 했다면 사진 속 진짜 웃음은 나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임현식만의 사랑의 명약인 ‘익살과 재치 섞인 유머’가 있었기에 장인과 사위 사이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더 깊고 진한 사랑이 전해질 수 있었다.
PEOPLE STORY 2 : 이도 대표 이윤신의 3대
“부모로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때는 깨닫지 못했던 인생의 진리를 사위와 손자가 생기면서 알게
되었어요. 나눌수록 배가 되는 건 행복만이 아니라 사랑도 마찬가지라는 걸요.”
쪼개고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
도자의 예술을 일상에 접목시킨 도예가 이윤신의 딸에 대한 한없는 사랑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자신 이 그랬듯 딸도 ‘외동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똑같이 외로운 유년 시절을
보냈기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이해하고 그 어떤 친구보다 더 진한 우정을 나누며 사랑을 쏟아부었던 것이다. 하지만 딸을 시집보내면서 사랑의 씀씀이는 물론 형태 역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혼자 자란다는 게 얼마나 외로운지 이해하는 만큼 딸에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퍼주기만 했어요.
근데 결혼을 하고 사위라는 새 식구가 생기니까 어떻게 하면 골고루 사랑을 나눠줄까 고민하게 되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새 식구를 위해 사랑을 반으로 쪼갰을지언정 깊이는 더욱 깊어지고 늘어난 가족에 대한 배려심은 또 다른 사랑으로 배가되어 돌아왔다. 장모를 ‘엄마’라고 부르며 아들이 된 사위는 딸의 사랑을 그리워하는 장모를 위해 다시 예전처럼 모녀만의 여행을 부추기고 있다. 도자를 빚듯 치우침 없는 중도의 마음으로 사랑을 빚는 법을 배운 딸 역시 자신의 아이에게만 올인하지 않기 위해 행복한 노력 중이다. 모두가 쪼개는 사랑에 익숙해질 즈음 태어난 손자 도원이 역시 낯가림 없이 모두에게 폭풍 미소와 애교를 부리는 걸 보면, 아이 역시 쪼갤수록 커지는 사랑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는 듯하다.
PEOPLE STORY 3 : 드맹 대표 문광자의 3대
“하고 싶다면 다 하게 해줬죠. 자신이 정말 좋아서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데 그걸 막는 건 부모의 욕심일 뿐이에요. 원하는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넘어질세라 돌멩이 치워주는 일, 지금은 손주들을 위해 하고 있어요.”
스펙보다 중요한 자존감을 위한 사랑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건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만 갖고 있는 특급 능력은 아니다. 48년간 무명으로 옷을 짓는 디자이너 문광자와 그녀의 브랜드‘드맹’의 이사 이에스더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통’하는 모녀지간. 또한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최고의 사업 동반자이며 서로를 빛나게 하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다. 타고난 기질대로 자유롭게 살 수 있게 해준 어머니의 방목적 자식 사랑은 초긍정 마인드와 더불어 뭐든 도전해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그런 어머니의 청량한 가르침과 무명처럼 숭고한 모정은 깊은 전율이 되어 딸에게 고스란히 스며들었고 다시 그 전율은 17살 큰 손녀 혜인이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고 있다. 할머니의 마르지 않는 칭찬은 손녀에게 값진 영양분이 되어 여린 가지 끝으로 강인한 푸른 잎들을 자라게 했다. 혜인이는 자기주장을 똑 부러지게 말하는 명민한 아이로 성장해가고 있다.
사실 사진 속에는 한 명의 가족이 더 있는 셈이다. 배경으로 벽에 걸린 그림은 전업 화가이자 조각가로 활동 중인 막내 아들의 작품으로 의대를 포기하고 자기 갈 길 가겠다는 자식의 선택에 엄마가 갈 길을 흔쾌히 터준 결과다. 그런 아들은 그림을 통해 세상은 물론 어머니와도 유쾌한 소통을 하고 있다. 세대 차이는 분명 있다. 하지만 세대를 거스르거나 등지지 않고 서로를 아우르는 3대의 사랑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가장 값진 유산이 될 것이다.
PEOPLE STORY 4 : 한립토이뮤지엄 소재규 관장의 3대
“아들에게 간섭이나 강요 같은 건 하지 않았어요. 믿는 만큼 말이 필요 없었던 거죠.
말하기 전에 제 할 일 척척 하는 며느리 역시 믿음직하고요. 손녀에게는 그저 사랑만 듬뿍 줄 뿐이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넘치는 사랑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퍼즐과 아빠가 제작한 레고 기타는 여진이에게만 있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장 난감이다. 아이의 상상력에서 나온 스케치를 실물로 옮긴 솜씨장이들은 국내 최초의 완구 박물관인 ‘한립토이뮤지엄’ 소재규 관장과 소진호 실장으로 그들은 이마와 눈매가 영락없이 판박이인 부자지간이다. 소재규 관장은 국내 완구 업계의 산증인으로 30여 년 동안 50여 개국을 돌며 수집한 장난감으로 국내 최초 토이 뮤지엄을 설립하고 아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들이 어렸을 때부터 뭐 하라 강요한 적은 없어요. 잔소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알아서 잘하고 있는데 뭔 말이 필요하겠어요.”
얼핏 무관심한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간섭하지 않던 아버지의 속 깊은 의중을 아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자신을 향한 아버지의 무언은 무관심이 아닌 자신을 향한 단단한 신뢰였다는 것을. 믿어준 만큼 아버지와 같은 일을 하며 진득하니 일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그런 아들이 아버지라는 무대에 오르면서 주어진 딸 여진이는 당연스럽게도 할아버지의 사랑 고백을 듬뿍 받고 있다. 이제 8세가 된 여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와 아빠가 나랑 놀아줄 때, 말만 하면 뚝딱 장난감을 만들어줄 때가 제일 좋다”고. 수도꼭지 틀면 콸콸 쏟아지는 사랑은 아닐지언정 이 가족의 사랑은 조용하지만 강인한 유대감을 형성하며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