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달빛 고궁으로의 야심한 초대

기사 요약글

고궁을 고루하다고만 생각했던 이에게 창경궁에서 전해온 밤의 초대. 고궁 가는 길에 동행하는 그윽한 달빛. 고궁의 밤은 낮보다 찬란하다.

기사 내용

 

 

 

도심 속 일상에서 쉽게 스치는 고궁. 가까이 있기에 그 특별함은 더 멀게만 느껴진다.
올해도 찾아온, 고궁의 매력을 어둠 속에서 뽐낼 시간.

 

창덕궁과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 창경궁은 조선 제9대 왕 성종이 할머니 세 분을 모시기 위해 지었다.
주로 왕의 할머니나 후궁들이 머물던 궁. 서울의 5대 궁 중 가장 저평가 된 곳은 아닐까.

눈앞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그렇지 않음을 대변한다.

 

 

 
 
 

궁의 정문인 '홍화문'
남향을 하고 있는 다른 궁궐과 달리 동쪽을 향하고 있어 왠지 특별하다.

 

홍화문을 지나 창경궁에서 가장 오래된 건조물인 명정전 가는 길은 늘 맑은 물이 흐르는 금천 위를 잇는 '옥천교'를 지난다. 길을 걸을수록 궁의 품격이 조금씩 높아져간다.

 

 

 
 

사도세자의 비극을 간직한 '문정전'과 '환경전', '경춘전'같은 건축물에 새겨진 선의 아름다움에 젖어 있을 때 쯤, 낯선 현대식 건물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원인 대 온실.

 

궁궐 속 식물원의 조화가 이색적인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창경원으로 뒤바뀐 쓰린 역사가 남아있는 현장이다.

 

 

 
 
 

창경궁의 하이라이트 '춘당지'를 마주한다. 후원에 자리 잡은 춘당지는 표주박 모양으로 두 개의 못이 연결됐다. 꽃과 나무들이 은은한 달빛을 만나 창경궁의 백미를 더한다.

 

밤이 깊어질수록 창경궁의 매력은 더욱 짙어간다. 숙종이 홍화문을 나서며 읊었던 태평했던 그 때가 보이는 것 같다.

 

가마가 궁문을 나서니 해는 더디 지는데
한 줄기 향 연기 아지랑이에 뒤 섞이네
탁 트인 거리에 많은 남녀 무리를 이루었고
건듯건듯 봄바람은 얼굴을 스치누나

숙종 <홍화문을 나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