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내용
제주 성읍의 난산리에서 수만 평 농사를 짓는 농부 김형표 씨. 그는 제주를 제대로 느끼고 싶어 하는 육지 사람들을 위해 농장 체험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귤나무가 휘영청 넘어오는 돌담의 밀감밭 안 시골집을 개조해 숙소로 제공하고 농장의 일일 잡부로 농사일을 하게 한다. 귤 따기가 한창인 요즘은 누구든 귤 밭일을 도와주러 오면 아주 반갑다. 귤 따기는 초보자도 바로 덤빌 수 있지만 집중해서 많은 양을 수확해야 하므로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귤 꼭지를 뾰족하게 따면 귤들이 서로 찔러 상하기 때문에 작은 이파리를 한 잎 예쁘게 남기면서 바짝 잘라야 한다.
우리는 일행 셋이서 아침 7시부터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땄더니 15㎏들이 바구니로 20개 정도 땄다. 일당 받는 일꾼이 되려면 그 세 배의 소출은 내야 한다고 한다. 바구니에 차오르는 귤 무더기를 보고 뿌듯한 마음을 느끼려면 나무를 잘 만나야 한다. 작은 것들이 총총 매달린 귤나무는 열나게 따봐야 같은 시간에 반을 채우기도 어렵다.
귤 젤리와 진피 가공 체험
다음으로 해본 일이 귤 알맹이를 까고 껍질을 썰어 말려 젤리와 진피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막 따 온 귤을 하나하나 껍질을 벗기고 알맹이를 떼어 내 촘촘하게 곧추세운 뒤 건조기에 말려 젤리로 만든다. 껍질도 잘게 썰어서 같이 말려 진피를 만든다. 이걸 써는 일이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이 다섯 바구니의 귤로 종일토록 말렸더니 400g짜리 젤리 40봉과 200g짜리 진피 10봉이 나왔다. 다 팔아야 40만원 남짓이다.
원물 재료비는 놔두고도 택배비와 인건비, 전기료를 계산해보니, ‘이러려고 손톱이 멍 들 정도로 귤을 깠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한자리에 앉아서 숟가락으로 꼭지 부분은 파내고 알맹이를 하나하나씩 떼어 내고 수백 개의 껍질을 얇게 저미듯이 썰다 보니 허리와 손목은 아프고 손톱은 귤에 멍 들고 손가락에 물집도 잡혔다.
칩처럼 바삭하면서도 속에는 진액이 남아 있는 귤 젤리는 형표 농부가 처음 만든 신상품으로 요즘 최고 인기다. 바삭하고 쫄깃하게 마른 속껍질에 새콤달콤 쌉쌀한 귤 진액이 뭉쳐져 씹히는 오묘한 맛과 향이 난다. 상품 가치 없는 귤로는 잼도 만든다. 껍질째 갈아서 졸인 잼에도 귤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 젤리도 그렇고 잼도 그렇고 손이 자꾸만 가는데 만든 공임을 생각하면 마구 먹을 수가 없었다. ‘괜히 체험해봤어. 그냥 맛나게 먹기나 할 것을.’
출처_전성기뉴스(www.junsung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