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플 때 귓불을 문지른다든가 귀를 반으로 접어 척추와 어깨에 좋은 자극을 주는 식의 민간요법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각과 평형감각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귀에는 중이염, 메니에르병, 이명, 난청, 이석증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밖에 귀를 통해 나타나는 각종 질병의 전조 증상도 적지 않다. 이제 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의심해볼 수 있는 질병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귓불에 혹이 잡혀요! 켈로이드
귀를 뚫었고 귓불에 몽글몽글한 혹이 잡힌다면 켈로이드일 확률이 높다. 켈로이드는 손상된 피부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섬유조직이 늘어나 생기는 질환으로 가슴, 어깨, 등, 목, 귓불 등에 혹이 생기는 일종의 변이 흉터다.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용상 귀를 뚫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귓불의 켈로이드는 생겼다 금방 없어지곤 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점점 크기가 커진다면 주사나 외과적 수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귀 뒤에 통증, 얼굴은 경직돼요! 람세이 헌트 증후군
‘람세이 헌트 증후군’이란 안면부 신경에 자극 및 손상이 일어나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질병으로 주로 대상포진의 후유증으로 발생한다. 발병 전후로 귀 뒤의 꼭지돌기(유양돌기) 주변이나 귓속에 통증과 피부 병변이 발생하곤 하는데,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안면마비가 일어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참고로 안면 마비는 통증 없이 마비만 오는 벨씨 마비와 통증, 피부 병변을 동반하는 람세이 헌트 증후군이 대표적인데 전자는 자연 회복되는 병인 반면 후자는 회복률이 50%가 되지 않는 어려운 질병이다
귀가 가렵고 귀지가 많이 나와요! 외이도 진균증
이른바 ‘귀 무좀’으로 불리는 외이도 진균증은 귀 안쪽에 곰팡이가 생기는 질환으로 귀에 통풍이 잘되지 않아 내부가 습해지기 때문에 발생한다(특히 귀에 쏙 들어가는 커널형 이어폰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외이도 진균증에 걸리면 귀가 가렵고 귀지가 많이 생기는데 그렇다고 귀이개로 후비면 염증이 더 심해져 심한 통증과 고름, 악취가 발생한다.
심할 경우 이명이나 난청까지 초래할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데 치료는 쉽지만, 재발이 잘 돼 고질병이 되는 경우가 많다.
고음이 잘 들리지 않아요! 노인성 난청
70세 이상 인구의 50~6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난청 초기에 스스로 자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소리가 나는 방향을 잘 알아채지 못하고, 말소리는 들려도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며, 여성의 목소리 같은 고음을 잘 듣지 못하는 식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 생활하는 가족들이 먼저 문제를 알게 된다.
난청은 회복이 불가능한 데다 자칫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져 우울증, 치매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증상을 파악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게 좋다.
귀밑이 붓고 식사할 때 통증이 심해요! 침샘염
입속에 침을 생성하는 주 침샘은 턱 밑, 귀밑, 혀 밑에 있는데 이곳에 염증이 생길 경우 해당 부위가 붓고 아프다. 식사할 때 증상이 더욱 심해지고 고름 형태의 침이 나오기도 하는데 침샘염의 한 종류인 볼거리 역시 비슷하다. 볼거리라고도 불리는 유행성 이하선염에 걸리면 보통 귀밑이 부어올라 일주일간 부기가 지속되며 고열,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반대 측으로 부종이 넘어가기도 하며 보통 1~3일째 증상이 가장 심하고 3~7일 이내에 점차 가라앉지만, 합병증으로 난청, 고환염, 난소염 등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행성 이하선염은 제2군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될 만큼 전염력이 매우 강한 병이므로, 의심될 경우에는 확진 전에라도 선제적인 격리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머리를 움직일 때 너무 어지러워요! 이석증
귀에는 몸의 회전과 평형을 주관하는 전정기관과 세반고리관이 있다. 이 때문에 어지럼증의 80% 이상이 귀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심한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이석증 역시 전정기관의 일종인 세반고리관에 단백질, 칼슘 덩어리가 분리되어 떠돌아다니면서 발생한다.
자세를 바꾸거나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수십 초에서 수 분 동안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이석증일 확률이 높은데, 여성일수록, 중년일수록 더 높은 발생률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주로 전정기관에 충격이 가해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발생하므로 이상 증세를 느꼈다면 반드시 진찰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