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따뜻하고 깨끗하고 기분 좋은 카페였다. 나는 웨이터에게 카페오레 한 잔을 주문했다. 그리고 상의 주머니에서 공책과 연필을 꺼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헤밍웨이는 그의 에세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 이와 같은 말을 남겼다. 당시의 카페는 문인들과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그들은 그곳에서 글을 쓰고, 모임을 하고, 작품을 토론하기도 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갈 수 있는, 명사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럽의 유서 깊은 카페들을 소개한다.
생제르망 데 프레 거리 중심에 있는 유서 깊은 카페로, 마주 보고 있는 ‘카페 레 되 마고’와 함께 20세기 문학인, 예술가들의 아지트로 꼽힌다. 알베르 카뮈, 생텍쥐페리, 피카소, 사르트르, 에디트 피아프 등이 이곳 단골이었다. 생텍쥐페리는 부인과 함께 자주 들렀고, 사르트르 역시 평생의 동반자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와 함께 방문하곤 했다. 두 사람은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2층의 조용한 자리를 찾아 원고를 쓰기도 했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철학 모임이나 문학 모임이 자주 열리며, 1994년부터 실력 있는 신인 작가를 발굴하는 ‘플로르 상’도 운영하고 있다. 작가들이 주로 글을 쓰던 곳은 2층이며, 1층의 노천 테이블은 인기가 많아 늘 만석이다.
Tip. 메트로 4호선 생제르망 데 프레역, 생제르망 데 프레 교회 인근에 있다. 커피류가 가장 맛있는데, 파리의 카페들은 대형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 대부분 차가운 커피는 없다. 찬 음료를 선택할 거라면 주스보다는 탄산수를 선택하는 편이 좋다. 주스는 ‘100% fresh juice’라고 명시된 것과 달리, 브랜드 병 제품이 나와 관광객의 경우 실망하기도 한다.
1845년 문을 연 이래 ‘가격은 싸고 양은 넉넉하게’라는 방침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학생이나 예술가들을 위해 저렴하고 푸짐한 정식을 선보인 것이 시초. 무엇보다 헤밍웨이의 단골집으로 유명하다. 헤밍웨이가 나오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촬영하는 동안 우디 앨런 감독이 다녀가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선보이는데, 헤밍웨이는 주로 스테이크를 즐겨 먹었다고 한다. 여행자들에게는 25~35유로에 즐길 수 있는 런치 세트가 인기다. 로스트 치킨이나 소고기 스테이크 또는 뵈프 부르기뇽(프랑스 가정식 소고기 찜) 등을 메인으로 하며,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이 후식으로 나온다.
Tip. 푸짐한 런치 세트를 25~35유로의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빵과 전채 요리, 메인 요리에 파이와 아이스크림 등의 후식이 나온다. 신용카드 결제는 불가하며, 오후 2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는 휴식 시간이다.
1686년 문을 연 파리 최초의 카페로, 당시 파리에서는 이탈리아 상인들을 통해 들어온 커피가 막 인기를 끌기 시작한 때였다. 이탈리아 출신의 커피 전문점 직원이었던 프란스시코 프로코피오 델 콜텔리는 인테리어가 멋진 곳에서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 카페를 열었다고. 화려한 샹들리에와 거울 장식 등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멋진 카페가 들어서자 유명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나폴레옹, 랭보, 볼테르, 루소, 몽테스키외 등이 단골이었는데 극작가로 유명한 볼테르는 이곳 맞은편 극장에서 자신의 작품이 상연되는 날이면, 카페에 앉아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곤 했다고. 그는 달걀, 설탕, 우유 등으로 만든 디저트 바바루아를 즐겨 먹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팔지 않는다.
Tip. 요리 중에는 ‘꼬꼬뱅’과 ‘해산물 플래터’가 인기가 많고, 디저트 중에는 ‘크렘 블뤼레’가 반응이 좋다. 관광객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구성의 런치 세트도 많이 찾는다.
모차르트의 고향 잘츠부르크를 찾는 여행자들은 모차르트의 생가를 방문한 뒤 모차르트 초콜릿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는 원조 초콜릿 상점 ‘퓌르스트(Furst)’에 들른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자리한,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토마셀리’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이곳은 모차르트가 생전에 자주 들르던 곳이다.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도 이 카페의 단골이었다. 200년을 사이에 둔 두 음악가의 흔적을 한 카페에서 만날 수 있는 건 1703년 개점해 300년 넘는 역사를 가졌기 때문이다. 인기 메뉴는 모차르트의 아버지도 즐겨 마셨다는 비엔나커피다. 2층 테라스에 앉으면 옛 시가지의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을 즐길 수 있다.
Tip. 이탈리아의 카푸치노와 비슷한 오스트리아의 커피 ‘멜랑게(Melage)’도 인기 있는 메뉴다. 진한 커피 위에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생크림을 올려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배경인 로마의 스페인 광장 맞은편에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가 자리한다. 그리스 태생의 니콜라 델라 막달레나가 1760년에 이곳에 카페를 열고 ‘옛 그리스인 카페’라는 뜻으로 ‘안티코 카페 그레코’라 이름 지었다. 이 카페에 로마를 사랑하는 전 세계의 작가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괴테, 멘델스존, 쇼펜하우어, 바그너, 안데르센 등 모두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명사가 이곳의 단골이었다. 독일의 서정시인 빌헬름 뮐러는 1808년 1월 20일 메모에 다음과 같이 카페 그레코를 묘사했다. “오전 중 스페인 광장에서 가까운 카페 그레코에서 따뜻한 음료를 마셨다. 여기에는 하루 세 번, 즉 오전 중, 점심 식사 뒤 그리고 저녁에 독일의 예술가들이 모여든다. 커피 맛이 좋고 다른 카페에서는 유리잔이지만 여기에서는 단정하게 도자기 잔이 나온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예쁜 도자기 잔에 따뜻하고 진한 커피를 내어놓는다. 카페 내부에는 단골이었던 위인들의 초상화, 사진, 그림, 메모 등이 진열되어 그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의 문화로 기록될 수 있다는 가치를 인정받아 1953년 이탈리아 정부에 의해 문화재로 지정됐다.
Tip. 다른 카페에 비해 커피값이 조금 비싼 편이다. 카푸치노에 크루아상이나 파이를 곁들이면 식사를 대신하기에 좋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베네치아의 상징 중 하나다. 산마르코 광장의 명물로도 통하는데, 광장이 채 완공되기도 전인 1720년에 문을 열어 광장보다 역사가 깊다. 이탈리아인 플로리아노 프란체스코니가 1720년 12월 19일에 ‘베네치아의 승리’를 뜻하는 ‘알라 베네치아 트리온판테’라는 이름으로 개점했다가 그의 이름 플로리아노의 베네치아식 표기인 ‘플로리안’으로 바꿨다고 전해진다. 괴테, 루소, 바이런, 프루스트, 찰스 디킨스 같은 명사부터 문학가이자 모험가였던 카사노바까지 이곳의 단골이었다. 플로리안에서 또 하나 유명한 건 카페에서 주최하는 음악회다. 노천 테이블 앞 광장에서 연주회가 열려 아름다운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Tip. 오픈 당시의 맛 그대로 전해지는 핫초코가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달지 않고 쌉쌀한 맛으로 카카오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 음악을 들으려면 음식값과 별도로 음악 감상 비용을 선불로 지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