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프로그램 '덕수궁 야행'이 열리는 어느 여름날. 갑작스레 내린 소나기도 잠시, 금방 갠 하늘이 참가자들을 반겨줍니다.
'대한문'을 지나 오른쪽, 덕수궁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켰을지 모를 커다란 은행나무가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오늘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집결지입니다.
선조가 임진왜란 뒤 서울로 돌아와 이 곳을 임시거처로 사용하면서 궁으로 이용하게 된 '덕수궁(경운궁)'
그만큼 왕실의 관심 밖이었기에 궁궐다운 건물도 없었다는 덕수궁의 서글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곳은 덕수궁에서도 가장 오래된 살구나무가 든든하게 지키는 '석어당' 앞입니다.
매년 하얗고 예쁜 살구 꽃이 만개하는데, 보통 벚꽃으로 오해받기도 합니다. 살구 꽃이 피는 3월 즈음에는 석어당 2층을 개방한다고 하니 꼭 다시 방문해보고 싶어지는 곳입니다.
참고로 석어당은 1904년 불에 타 같은 해에 다시 지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고종이 음악을 즐기거나 외교사절단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했던 '정관헌'을 조용히 바라봅니다.
또, 당시의 궁궐과는 어울리지 않게 '푸른' 눈을 가진 '석조전'
당시 건축된 서양식 건물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건물이라고 합니다.
덕수궁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품어온 이복수 활동가의 시낭송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참가자들 모두 잠시 눈을 감고 시 한편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 이복수 -
누마루에 올라 들창문을 열고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피보다 아픈 눈물을 바라본다
서소문 너머 하늘에는
기다릴 수 없는 그림자 하나
연기처럼 바람 속으로 사라진다
(...중략...)
이젠 아무도 남아있지 않는 곳
살구꽃 바람에 흩날리는 날에는
아직도 피 한 점씩 바람에 날린다
<금천교-중화전-석어당-정관헌-중명전-석조전>에 이르기까지.
이번 프로그램은 덕수궁 해설을 넘어, 덕수궁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이복수 활동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시와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덕수궁 안에서 느낀 감성을 시로 엮었고, 그것을 참가자와 함께 공유한 것이죠.
이 시간을 통해 우리는 마음에 있는 '소녀감성'이 탁- 깨어났습니다.
세월 앞에 잠깐 숨어버린 청춘이라는 문을 '똑똑' 두드린 이 시간을 그리고 이 감정을 우리는 모두 간직하겠죠.
궁궐 안에서의 시낭송을 새롭고 즐겁게 받아들인 참가자들의 후기가 아래 이어집니다.
이 후기를 바탕으로 '다음에는 궁궐 안에서 시를 써보고, 그 감성을 서로 나누는 프로그램이 탄생되어도 좋겠다'란 생각도 들게됩니다.
프로그램을 마무리 하며... |
이복수 활동가/시인 "글은 남을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니죠,
참가자 전화자님 참가자 오희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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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프로그램은 또 어떻게 우리 안의 '소년', '소녀'를 깨울까요?
선선한 여름 바람과 함께 스치듯 만난 내 안의 '나'를 전성기캠퍼스 프로그램을 통해 또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시 이복수 시집 '라면냄비 받침으로 좋을' 사진 참가자 모이나님, 이유진님, 이숙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