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서약으로 하나 된 부부라면 부디 서로의 인생에서 떠나지도 말고, 떠나보내지도 말기를.
얼마 전 언론 매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2건의 사건이 있다. 하나는 고급 외제차끼리의 추돌 사고로, 알고 보니 남편의 외도를 의심한 아내가 홧김에 나와서 술을 먹고 귀가하다가 길에서 남편 차를 보자 뒤에서 들이박은 것이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부부로 남편의 외도가 부른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다른 사건은 60대 아내가 애인을 만나러 나가는 70대 남편을 프라이팬, 빗자루 등으로 무려 5시간이나 두들겨 패서 결국 죽게 한 것. 죽은 남편은 얼마 전에도 아내에게 맞아 머리가 찢어져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데, 남편의 잦은 외도가 부른 참극이었다.
이 두 사건만 봐도 결혼 생활 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판다는 것이 배우자를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외도의 피해자는 단순하게 질투뿐 아니라, 상대를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랑했던 상대가 나를 배신했다는 배신감과 좌절감 때문에 심각한 물리적, 정신적 피해를 겪게 된다.
상담실에도 ‘남편이 바람을 핀다’거나 ‘아내가 직장 동료와 만나는 것 같다’는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사람들은 사랑해서 결혼했음에도 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흔들리는 걸까? 누군가에게 마음이 흔들리고 새로운 열정이 생기는 순간, 자신에게는 ‘뒤늦게 찾아온 사랑’이며 ‘낭만적인 로맨스’가 시작되지만, 배우자에게는 ‘불륜’이며 ‘파렴치한 배신’을 당한 절망의 시간들이 펼쳐진다. 사람들에게 왜 바람을 피웠느냐고 물어보면 ‘모르겠다’거나 ‘사랑 때문에’라고 대답한다.
간혹 상습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어린 시절 냉담한 양육 환경에서 자라 깊은 애착 관계를 맺지 못하거나, 화목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 배우자와 살가운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심하게는 결혼 같은 깊은 관계보다 짧게 만나고 헤어지는 책임질 필요 없는 관계를 좋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 밖에도 외도는 여러 가지 사회학적, 심리학적 요인들이 연관되어 있는데, 여성의 직업 유무, 교육 수준, 교회 참석 빈도, 경제적 독립성 정도, 혼외정사의 경험, 부모님의 가치관, 배우자의 만성질환, 아내의 불감증, 배우자의 끊임없는 출장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러나 ‘외도’는 결혼의 울타리를 거침없이 타고 넘어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뒤흔든다. 보통 외도를 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고, 칭찬하기 때문에 자존감이 높아지는 데 반해, 배우자는 엄청난 육체적, 심리적, 정서적 상처를 받는다.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자신의 모습은 비참하기만 하다. 상처도 깊이 남아 그 후의 부부 생활은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워서 결국 남들 앞에서만 다정한‘쇼윈도 부부’로 빈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개 남자들은 호기심 때문에 바람을 피우고, 여자는 빈 마음, 정서적인 허기 때문에 바람을 핀다고 하지만, 그건 젊었을 때 이야기이고, 나이가 들어 피우는 바람은 오히려 반대일 수 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성 경험을 쌓은 여자가 좀 더 성적 만족감을 얻기 위해 바람을 피우는 경우가 늘고 있고, 갱년기의 남편들은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에게 빠져들기도 한다.
상담자로서 나는 한 번의 외도에 가정을 깨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면 그 한 번의 작지 않은 실수(?)가 결혼 후 돌아보지 않고 그저 물 흐르듯이 살아왔던 무의미한 부부 생활을 다시 성찰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도가 드러나면 상대가 만족할 때까지 용서를 구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며, 자신의 이기적인 행복에 상처받은 상대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때로는 경제적인 보상도 도움이 된다.
한 부부의 사례를 보면, 아내가 자주 만나는 남편의 선배에게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열정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위기를 느낀 아내는 자신의 감정을 남편에게 고백하고‘잡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남편은 무척 놀랐지만 그 후 아내의 마음을 잡기 위해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결국 그 부부는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남편을 신뢰하고 자신의 흔들림을 고백한 아내의 용기도 대단하지만, 남편의 현명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지금도 그 남편은 가끔 말한다.‘지옥 같은 시간이었다’고.
부부란 이런 것이 아닐까? 인생의 풍파 속에서도 이미 다른 인생으로 분리할 수 없고, ‘내 속에 너 있고, 네 속에 나 있는’ 그런 존재 말이다. 그러니 사랑의 서약으로 하나 된 부부라면 부디 서로의 인생에서 떠나지도 말고, 떠나보내지도 말기를.
TIP! 외도에 관한 작은 연구: 바람 피우는 이유
01-결혼생활의 부족한 점을 메우려고
02-배우자와 헤어질 구실을 만들기 위해
03-배우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04-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살기 위해
05-자신이 특별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고자
06-남자답다거나 여자답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07-많은 대화를 나누며 친밀하게 지낼 사람이 필요해서
08-단순히 섹스를 원해서
09-배우자에 대한 복수로
10-완전한 사랑을 찾기 위해
11-자신이 아직 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정 생활 코치로 현재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이며, 한국양성평등진흥원 초빙교수이자, 세종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다수의 매체를 통해 성 칼럼니스트 및 전문 패널로 활동했으며, 저서로는<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21세기북스)<니 몸, 네 맘 얼마나 아니?>(팜파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