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마다 어울리는 맛집은 따로 있다.
식당을 탐구하는‘장사의 신(神)’ 김유진이 모임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맛집을 추천한다.
강남 회식 1번지 - 까사생갈비
강남역 인근에서 회식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색 고깃집이다. 워낙 핫한 집이라 네이버 예약의 성지로 불릴 정도. 콘셉트는 스페인풍 생갈비. 스페인 노을처럼 온통 토마토 레드 컬러가 시선을 사로잡는 외관이 강렬하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덕에 계단을 오르며 묘한 흥분을 즐긴다. 매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와인 저장고와 돈키호테 벽지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어지간한 갈빗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따뜻함이 매장을 아늑하게 감싸는 이곳에서 맨 처음 놀란 건 바로 의자다. 감각적인 부부가 카페 스타일로 의자를 세팅해 편안함을 준다. 불판도 독특하다.
봉곳하게 솟은 진한 검은색 철판은 어쩌면 돈키호테도 이런 불판에 고기를 구워 먹지 않았을까 하는 묘한 궁금증마저 불러일으킨다. 메뉴는 이베리코 풀코스를 추천한다. 목살, 삼겹살, 늑간살, 여기에 감바스 알 아히요(올리브오일로 끓인 새우 요리)와 메종 델 챔피온(헤밍웨이의 단골집 버섯 타파스)으로 이어진다. 또 나무판 위에 가지런히 놓인 소스는 로메스코 소스, 올리브 갈릭 소스, 함초소금, 멜젓, 쌈장. 다섯 가지 소스는 상상할 수 없는 맛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내며 이곳이 왜 회식의 성지라고 불리는지 말해준다. 단지 많아서 좋은 게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 다들 중독되는 모양이다.
구수한 뒤풀이 장소 - 돈불리제담
독특한 상호에 주인의 각오가 단단히 담겨 있다.‘돈 벌어서 엘 불리(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전설적인 레스토랑) 가자!’라는 의미다. 이 집의 비장의 무기는 제주, 아니 서귀포 음식이다. 제주 음식과 서귀포 음식은 엄연히 다르다.
서울에서 파는 제주 음식은 대개 갈치, 고등어인데 돈불리제담은 접짝뼈전골, 된장물회, 옥돔구이 등으로 승부한다. 이 집은 의외의 장소에 있다. 가로수길과 리버사이드 호텔 딱 중간인 상가아파트 1층. 그곳에 보물찾기 하듯 숨어 있는데 식당 입구에 다다르면 하르방 입간판이 친절하게 일행을 부른다.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홀은 옆 식당들과 칸막이 형태로 나뉘어 있고 8~10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룸이 따로 있다. 지하 식당가 풍경이지만 서민적인 장소가 주는 정겨움이 야유회 뒤풀이와 잘 어울린다. 닫힌 공간이라 자유롭게 떠들고 마셔도 돼 뒤풀이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회식 메뉴로는 시그너처 메뉴인 접짝뼈전골과 돔베고기를 추천한다. 매일 항공으로 직송되는 제주 돼지로 만든 돔베고기는 육지에서 먹는 보쌈과는 차원이 다르다. 진득한 고소함이 일품이다. 접짝뼈전골은 소주와 최고의 조합이다. 뼈를 곤 육수에 메밀가루를 풀어 국물이 진하다. 술을 부르는 맛이라 알코올 조절은 필수다.
김유진
김유진제작소 대표, 국내 최초의 외식업 매니저, 맛집 조련사, 푸드 칼럼니스트다. 25년간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해왔고, 15년간 외식업체 컨설팅으로 성공시킨 레스토랑만 300곳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