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로 삶을 전하는 용산문화원 수필창작교실(용수문학회) 수업 현장.
직업도 나이도 취향도 각기 다른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곳의 문학 열기는 시와 소설로 설레던 고등학교 시절 못지않다.
문학의 열기를 느끼다
용수문학회 문우 20여 명은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문학의 향기에 흠뻑 젖는다. 회원들을 지도하는 원로 수필가 김병권 선생은 “지각생을 찾아보기 힘든 높은 출석률이 용수문학회의 힘”이라고 말할 정도. 용산문화원 수필창작교실, 줄여서 용수문학회는 초창기 멤버인 홍성덕(前 주독일, 주인도네시아 공사)씨, 홍광선(前 세종대 교무처장) 씨를 비롯해 10년을 다닌 회원부터 6개월이 갓 지난 사람까지, 직업도 연령도 성별도 다양한 이들로 구성됐다. 지인들끼리 모여 만든 수필 모임이 주변에 소문이 나 사람들이 모이면서, 올해로 21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작은 모임이지만 문단에 진출한 수필가가 백여 명에 이르는 알짜 모임이다.
“이 글은 소재가 너무 흩어져 있어요. 그중 하나만 골라 집중해도 훨씬 깔끔해질 것 같네요.”
“두 번째 문장은 앞뒤가 조금 맞지 않네요. ‘배웠다’보다는 ‘느꼈다’고 고치는 게 어떨까요?”
문우들은 서로의 글을 품평하며 촌철살인의 멘트를 서슴없이 날리다가도 좋은 글이나 문장에는 감탄하거나 박수를 치는 등 솔직한 감상을 전한다.
- 용산문화원 수필창작교실
용수문학회 강좌는 12주 단위로 진행되며 다음 강의는 3월 첫째 주에 시작한다. 정원 20명, 수강료 5만원. 문의 02-703-0052
수필로 나를 되돌아보기
“나이 들면 누구나 내 삶을 기록하고 싶잖아요. 새로운 사람들까지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신문기자 출신의 이태자 씨의 말이다. 모임의 막내 백안나 씨는 “내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글 연습을 하면서 힘들었다”고 말한다. 1년째 다니고 있다는 고정식, 김송자 부부는 “나이 들어 부부끼리 함께할 수 있는 일이 생기니 활력이 된다”고 말한다. 부부가 함께 글을 쓴다니 이보다 멋진 일이 또 있을까? 용수문학회에서 1년 정도 수업을 듣고 나면 추천을 받아 수필가로 등단할 수 있다. 등단하면 격월간으로 발간되는 문예지 <수필시대>에 화제 작가로 소개되기도 한다. 다양한 문회 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는데, 교장 출신인 이길자 용수문학회 회장은 용산문화원에서 주최하는 글쓰기 대회에서 장원을 했고, 강미숙 문우는 수필집을 여러 권 출판하는 등 성과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수필 쓰기가 그저 수업이나 등단을 위한 과정만은 아닌 듯하다. 살아온 시간에 대한 공감대가 넓기 때문일까? 삶에 대한 소회, 앞으로 해나갈 일들에 대한 의지, 일상을 나누며 위로받고 또 활력을 얻는 모습이었다. 그 하나하나가 좋은 글이 나오는 묵직한 과정일 테니, 앞으로도 이곳에는 각자의 삶에서 체화한 소중한 이야기들을 계속 만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