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전성기재단

‘잘’하는 여자가 되고 싶다면
여행∙문화 14,550

당신이 성감대를 찾는 그날까지 ‘Let it go’를 외쳐야 하는 이유.

 

“남편이 열심히는 하는데 그의 애무가 좋지 않아요. 그렇다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 남편을 도와줄 수도 없죠.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에요.”
 

얼마 전 고민을 털어놓은 결혼 5년 차 아내의 말이다.

상담하다 보면 실제로 자신은 섹스를 잘하는데 상대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상대에게 문제가 있어서 섹스를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다. 그런데 섹스는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관계가 아니다. 대화처럼 서로 주고받는 거라 두 사람의 성적인 어려움이 한 사람에게서만 오지 않는다. 요즘은 특히 실제 섹스에서 좋았던 경험이 없는데도, 포르노를 통해 받은 섹스 교육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자신은 아주 잘한다고 생각하는 남편들을 자주 본다. ‘들은 대로’ ‘본 대로’ 실제 삽입하기 전에 ‘여자가 원하는’ 애무를 ‘아주 길게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의 아내에게 물어보면 좋은 느낌이 아니어서 결국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포르노에서 본 대로 처음부터 유두나 성기 중심의 애무에 집중하기 때문에 여자들이 원하는 섹스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여자들도 자기 성감을 스스로 알지 못한 채, 섹스는 남자가 주도하는 거로 생각하고, 모든 걸 남자에게만 맡겨놓고 불평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여자도 자신이 어디가 예민한지, 어떤 느낌의 애무와 터치를 좋아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남자의 애무가 부족하고 어딘가 아쉬워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없다. 성감은 개발할수록 그 감각은 더 예민해지고 커진다. 여자나 남자 모두 몸의 모든 곳이 성감대이지만, 그것도 개발과 연습이 필요하다.

성 전문가들이 여자에게 자위행위를 권하고, 포르노를 자주 보는 여자들의 성 기능이 좋아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보수적인 환경에서 자란 여자들은 자신의 성기를 본 적도 없고 자신의 몸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섹스조차 ‘문란한 짓’, ‘더러운 일’로 치부하는 어머니나 아버지의 훈육을 받고 자란 여자는 그래서 성적으로 불행한 경우가 많다. 또 매체를 통해 접하는 연예인이나 모델 같은, 너무나 이상적인 대상과 비교해 자신의 몸은 어딘가 늘 부족하고, 손봐야 하는 타박의 존재이며 숨기고 싶은 것이 되어버리면 더욱 심각하다.

그래서 결혼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남편에게 알몸을 보여준 적이 없다든지,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분비물에 시트가 오염될까 봐 속옷을 벗지 못하고 잠자리에서도 옷을 다 갖춰 입는 여자도 많다. 뒷물을 하면서도 자신의 성기가 징그러워 손대지 않은 채 샤워기로만 씻고, 남편이 아래로 내려가면 ‘나쁜 냄새가 날까 봐’ 기를 쓰고 방어하는 여자도 적지 않다. 이렇게 몸에 대해 금기가 많아지면 섹스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런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게 ‘불감증’이다. 사실 불감증이란 성 전문가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왔다. 불감증(Frigidity)이란 단어는 원래 ‘여자가 너무 차가운 심장을 가지고 있어서 오르가슴을 못 느낀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대개 ‘몸의 불감’이 아니라 ‘마음의 불감’ 곧 ‘차갑게 식은 심장’인 경우 불감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 불감은 자기를 향한 것이거나 상대에 대한 분노, 미움, 불통 또는 상대와의 갈등 등이 마음을 얼어붙게 해서 그가 주는 어떤 감각에도 자극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섹스에서 몸과 마음은 분리될 수 없다. 마음의 감각이 중요한 것처럼 몸의 감각도 중요하다. 몸의 측면에서 볼 때, 여자의 성감이 아직 개발되지 않아서 오르가슴을 모르거나 사회적 억압(여자는 성을 밝혀서는 안 된다는) 상태에 있거나 또는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남자의 자존심을 위해 거짓 오르가슴을 연기하는 데 열심인 경우, 상대가 애무를 잘 못하거나 안 하는 경우 등이 불감의 원인이다.

상대방이 내 몸의 어딘가를 잘 만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내가 그 느낌을 정확히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잘 느끼지 못하는 여자들에게 포르노를 보거나 자위행위를 권한다. 자위행위는 자신의 성감을 개발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터치를 알아가는 연습이다. 그곳은 꼭 성기가 아닐 수도 있다. 대개의 여자가 자위행위를 할 때 음핵 자극과 함께 자신의 몸을 쓰다듬고 유두를 자극한다. 이런 연습을 통해 자기 몸과 친해지고, 어디를 만지면 더욱 흥분하고 기분이 좋아지는지를 알게 되면 남자와의 섹스에서도 훨씬 능동적으로 임하게 된다. 굳이“여기를 만져줘”라고 하지 않아도(그렇게 말하면 더 좋지만) 자기가 몸을 움직여 목표를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섹스에는 그냥 내버려둬야 하는 지점이 있다. 그것을 성학(Sexology)에서는 ‘Let go’라고 한다. 오르가슴 순간을 프랑스에서는 ‘작은 죽음’이라고 부르는데, 잠깐 의식이 없어질 정도의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또렷한 의식 속에 두는 게 아니라 나의 감각을 풀어놓는 것, 그대로 두는 것이 바로‘Let go’다.

관계 중에 짜릿한 느낌이 올 때 여자들은 남자를 제지하지만, 그때 그대로, 감각이 가는 대로 두면 전에는 알지 못했던 대단한 오르가슴이 찾아올 수 있다. 오늘 밤 당신도 ‘Let it go~’ 하는 기쁨을 맛보시길!



배정원
보건학 박사이자 성학자로 성과 인간에 대한 연구와 강의,
저술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똑똑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섹스하라><섹스 인 아트> 등이 있다. 상담도 진행하며, 상담을 원한다면 byavis@naver.com으로 메일을 보내면 된다.

 

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