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탑건><배트맨 포에버>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발 킬머의 구강암 투병 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 사실을 밝힌 사람은 다름 아닌 배우 마이클 더글러스. 2010년 당시 마이클은 자신의 구강암이 ‘오럴 섹스 때문’이었다고 밝히면서 파트너의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임을 시사했다. 많은 사람이 이 소식에 충격을 받았고 결국 그의 신중하지 못한(?) 발설로 잉꼬부부였던 배우 캐서린 제타존슨에게 별거 선언을 들어야 했다.
마이클 더글러스의 고백은 개인적으로는 아내가 등을 돌리고, 그를 사랑하는 팬들을 실망시켰지만, 보건학계에서는 오럴 섹스가 야기할 수 있는 병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오럴 섹스는 성기와 입이 만나는 섹스로, 입과 혀로 상대를 황홀한 오르가슴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선호하고 있다. 여자가 남자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는 것을 펠라티오(혹은 블로잡), 남자가 여자의 성기를 애무하는 것을 쿤닐링구스라 한다.
흥미롭게도 오럴 섹스는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선호한다. 남자의 부드럽고 충분한 애무가 성적 흥분을 이끌어 삽입 섹스보다 오럴 섹스에서 더 쉽고 강렬한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것. 비록 오럴 섹스에 대한 쑥스러움을 극복하는 데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시간이 걸린다 해도.
그러나 여자들이 오럴 섹스를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는 삽입 섹스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또, 자기 성기에서 나쁜 냄새가 날까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건강한 여자의 성기에서는 나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약간 새큼한 냄새를 맡을 수는 있지만, 대개의 남자들은 그 냄새에 더 흥분하기도 한다. 만약 나쁜 냄새가 난다면 이는 질염이거나 성병일 수 있으니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어쨌든 여자의 가장 민감한 성감대인 음핵을 자극하기에는 성기나 손가락보다 유연하고 강렬한 움직임이 가능한 혀나 입술이 안성맞춤이다. 남녀의 몸을 통틀어 성감을 느끼는 기능만을 가진 예민한 음핵은 남자의 음경과 상동기관이고 남자의 귀두에 분포된 4000개 신경다발의 두 배에 이르는 신경다발을 그 조그만 음핵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딘 성기나 손가락보다는 훨씬 섬세하고 부드럽게 자극을 전달할 수 있는 입술이나 혀를 이용한 오럴 섹스가 여자에게 짜릿하면서도 강렬한 오르가슴을 쉽게 선사하는 것이다.
남자들도 오럴 섹스 받는 것을 즐긴다. 특히 남자들은 오랫동안 보아온 포르노의 학습효과로 인해 오럴 섹스를 해주는 여자의 입안에 사정하는 것을 상상하곤 하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그 행위를 즐거워하기보단 질색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들도 오럴 섹스로 섬세하고 강렬한 쾌감을 느끼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오럴 섹스로 사정하기보다 삽입을 통해 사정까지 이르는 섹스를 더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럴 섹스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오럴 섹스의 안전성을 과신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성병을 염려하여 삽입 섹스를 할 때는 콘돔을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오럴 섹스를 할 때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오럴 섹스는 정말 안전할까? 입과 성기가 만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성병과 병균에 노출될 위험성이 많다. 이뿐 아니라 침 속에는 수많은 병균이 상존하기 때문에 오럴 섹스를 즐기는 사람들은 인후염, 인후암, 구강암 등의 성병에 감염되기 쉽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 평생 완치가 안 되는 헤르페스 같은 성병도 입과 성기의 접촉으로 인해 감염되기 쉽다. 헤르페스는 입과 성기 두 가지 유형의 바이러스가 있는데 최근 이 둘이 교차감염되는 것이 밝혀졌고, 심지어 증세가 없을 때에도 감염의 위험성이 있음이 밝혀졌다.
앞서 말한 구강암 역시 섹스를 통한 HPV 감염이 그 발병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최근 밝혀진 구강암의 원인은 주로 흡연과 음주, 그리고 HPV에 의한 발병이다. HPV는 여자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중요 인자인 바이러스로 주로 성 접촉을 통해 발병한다.
섹스 파트너가 많을수록 당연히 감염의 기회가 높아지고, 대개의 경우 남자는 자연 완치되곤 하지만, 일부 종류의 HPV는 남자에게 구강암, 항문암, 음경암, 곤지름을 일으킨다. 최근 스웨덴의 연구에 따르면 구강암 환자의 25%가 HPV와 관련 있으며, 인후암의 35%가 HPV와 관련이 깊다. 미국에서는 최근 20년간 구인두암 환자가 급격하게 몇 배 이상 증가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HPV 감염에 의한 것이라며 주의를 요하고 있다.
그래서 오럴 섹스 할 때에는 입과 성기를 청결하게 씻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성 건강 상태를 모르는 경우 콘돔이나 댐(Dam, 오럴 섹스 시 사용하는 얇은 라텍스로 만든 성 위생 도구)을 사용해 성병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상대가 어떤 성행동을 하는지 모를 때는 그와 섹스를 하지 않아야 한다. 섹스는 사랑의 표현이고, 상대를 좀 더 잘 알려는 행복한 소통의 방법이지만, 그 가장 밑바닥에는 자신의 생명과 상대의 생명, 또 태어나는 한 생명이 관련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