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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나영희의 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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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내공 30년이 빚어낸 배우 나영희의 시크하고 도도한 아우라

 

나영희는 요즘 브라운관에서 가장 핫한 중견 여배우다.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애인 있어요> <화려한 유혹> <운빨 로맨스> <푸른 바다의 전설>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프로필에 가득 채워진 작품 목록이 이를 증명한다. 하나같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드라마다. 단지 숟가락만 얹어 함께 가는 것이 아니다. 때론 속물 연기로 국민 밉상이 되고, 때론 철없는 푼수때기가 되고, 때론 매혹적인 중년의 차도녀가 되는 등 출연한 드라마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믿고 보는 배우’의 타이틀까지 얻었다. 특히 현모양처형 엄마와는 전혀 다른 ‘나영희표 엄마’ 연기는 또래의 중년 여성들에게 단연 화제다.

 

트렌디하고 개성 넘치는 ‘나영희표 엄마’를 보면 ‘엄마도 여자’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요즘 엄마들은 굉장히 젊잖아요. 그래서 그런 시대를 대변하는 새로운 엄마상, 엄마지만 여자의 느낌이 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요. 시청자들이 저를 통해 대리만족할 수 있도록 스태프와 자주 의논하고 드라마지만 의상도 과감할 땐 과감하게 입고요.

드라마가 최근 종영했는데, 작품이 끝나면 수고한 나를 위해 어떤 보상을 주나요?
못했던 운동을 하거나 촬영 때문에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죠. 그리고 꼭 여행을 떠나요. 이번에는 집을 이사하느라 아쉽게도 못 갔어요.

여행은 혼자 가나요?
주로 딸과 함께 가요. 코드도 잘 맞고 영어도 할 줄 알아 훌륭한 여행 친구이자, 가이드죠(웃음).

연기 외에 제일 잘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요리를 좋아해요. 주로 TV에서 본 걸 집에서 도전하는 편이에요. 제가 한 요리를 아주 맛있게 먹어요. 혼자 먹을 때도 예쁜 그릇에 정성껏 차린 뒤 사진을 찍어 가족의 SNS에 올려 자랑하고요. 다들 ‘또 시작했다’며 한마디씩 하죠(웃음). 이왕이면 맛있게 예쁘게 먹는 게 좋잖아요.

웰 에이징이 트렌드인데 나영희 씨는 나이 듦을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여배우로서 서른 무렵 과도기를 겪었죠. 주인공도 엄마 역할도 안 되니, 자연스레 공백기로 이어졌어요. 그때 비록 몸은 쉬었지만, 외모뿐 아니라 가치관도 고급스럽게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잘 늙고 싶다’‘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가 목표였죠. 예전에 외국에서 청바지에 커트 머리를 한 멋진 여성을 본 적이 있어요. 당연히 젊은 여자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할머니였어요.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운 겁니다. 이렇게 ‘과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좋아해요. 나이에 맞는 분위기가 있더라고요. 젊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그 선은 넘지 않아요. 또 마음의 밭을 잘 가꾸려고 노력하고요. 그 결과물이 외모에 고스란히 드러나니까요.

자기 관리에 철저한 편이네요.
오래전부터 내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해왔어요. 저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편이에요. 외모 관리도 열심히 받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요. 이쪽 일도 체력이 중요해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죠. 특히 음식을 많이 가려요. 살찌는, 몸에 나쁜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아요.

여전히 날씬한 몸을 유지하는 비법 하나만 소개해주세요.
오랫동안 해온 스트레칭이죠. 제가 허리와 목이 안 좋아서 가만히 있으면 몸이 힘들어요. 아침저녁으로 20~30분씩 꾸준히 스트레칭하는데 유연성도 좋아지고 다이어트에도 좋아요.

중년 여성들이 닮고 싶어 하는 패셔니스타인데, 패션의 완성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자신감이요. 어떤 일이든 그렇지만 옷을 입었을 때도 자신감이 있으면 스타일이 사는데 ‘괜찮을까’ 하면서 소심해지면 스타일도 정말 별로인 것 같아요.

선호하는 패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내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아요. 제 또래 옷이 아니라 요즘 트렌드의 옷을 입으려고 노력해요. 쉽게 말해 ‘우리 딸이 입으면 되겠지’ 하는 옷을 고르죠. 그래서 요즘 젊은 친구들이 입는 옷, 유행하는 옷을 잘 봐요. 자꾸 보다 보면 트렌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알 수 있어 재미있어요. 이전보다 훨씬 젊어진 느낌이고요.

트렌드를 읽기 위해 요즘 즐겨 찾는 곳은 어딘가요?
딸과 함께 핫한 곳을 찾아다니는데 요샌 경리단길에 자주 가요. 딸이 제 라이프스타일 코치예요. 어떤 옷이 유행하고, 커피는 어디가 맛있고, 음식은 어느 집이 좋은지 쫙 꿰고 있어요. 딸과 있으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에요.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 않기, 일에서는 절제죠. 나이를 먹으니 주변이 보여요. 예전엔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지금은 주인공을 받쳐주는 역할이지요. 그래서 나를 드러내기보다 후배들을 배려하며 드라마에 묻혀가려고 노력해요. 나이가 들수록 절제가 필요하더라고요.

나영희가 생각하는 전성기란?
일이 많은 때가 전성기 아닐까요? 배우는 때가 있거든요. 막 찾다가 관심이 없어지면 버려지거든요. 그럴 때 대는 핑계가 ‘식상하다’ ‘너무 한 이미지다’ 등이지요. 그럴 때 배우들은 슬럼프가 와요. 우울증도 많이 앓고요.

슬럼프를 겪을 때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저는 신앙생활을 해요. 인간의 한계에 도달할 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힐 때 많이 의지합니다. 또 성격이 급한 면이 있는데 신앙이 그런 부분을 잡아주고, 절제할 수 있게 도와줘요.

어려울 때 찾는 삶의 멘토가 있나요?
이성미 언니예요. 제가 많이 의지하는 분이죠. 늘 주위를 돌아보며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작은 거인이죠. 언니의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요.

내가 멋지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다 멋지지 않나요(웃음)? 후배들이 “선배님처럼 늙고 싶어요” 하는 말을 요즘 많이 들어요. 자기들 보기에 즐겁게 일하는 모습도 보기 좋고 외모도 잘 관리했다면서요. 그때마다 “나 기분 좋아지라고 그러는 거니” 하면서 웃음으로 넘기는데, 내가 어렸을 때 닮고 싶었던 선배가 있었던 것처럼 후배들이 저를 그렇게 봐줄 때 무척 뿌듯해요.

앞으로 내 인생에 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사랑을 더 갖고 싶어요. 특히 사랑을 실천하는 삶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어요. 가까이는 내 가족들에게 사랑 표현을 좀 더 많이 하고 싶고 멀리는 드러나지 않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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