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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여름 감기는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감기 기운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름에 감기라고 생각한 증상이 무서운 질병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의학 전문가들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50+에는 몸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사소한 건강 문제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식은땀이 나고 으슬으슬 춥다?→ 냉방병
날씨는 더운데 몸은 춥고 열이 나는 등 일반 감기 몸살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손발이 붓거나 몸이 무겁게 느껴지면 냉방병을 의심해야 한다. 또한 소화불량 증세가 있고 심한 경우 설사를 하기도 한다. 냉방병은 축농증, 두통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고 만성비염, 과민성 폐렴 등으로 악화될 수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
냉방병의 원인
여름철에는 고온의 대기 환경과 냉방이 잘된 실내에서 적응 과정을 반복하면서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지치게 되고, 에어컨 내부나 냉각기에 쌓인 먼지, 세균에 의해 오염된 공기가 순환하면서 눈·코 등의 점막을 자극해 생긴다. “실내·외 온도 차가 5~8℃ 이상 되는 환경에 2시간 이상 있으면 냉방병 증상이 나타납니다. 실내·외 온도 차를 5℃ 이내로 줄이고, 만약 온도를 조절할 수 없다면 1시간마다 5분 정도 바깥에 있다 오거나 겉옷을 입어 체온을 보호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소에 기관지가 좋지 않거나 당뇨병 환자등은 냉방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 오재국 보아스이비인후과 원장
메스껍고 손발이 떨린다?→ 열질환
감기 초기 증상처럼 입맛이 없거나 무기력하고 메스꺼움, 어지러움, 두통, 경련을 느낀다면 대부분 일사병, 열사병에 해당된다. 더위를 먹어 어지럽고 기운이 없으며 몸이 나른해지고 미세하게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져 헛소리를 하게 되고 맥박이 빨라지며 혈압이 떨어진다.
열질환의 원인
신체가 견뎌낼 수 있는 한계보다 더 많은 열에너지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하는 열질환은 더위만 피하면 걸리지 않는다. 덥다고 생각하면 되도록 움직임을 멈추고 그늘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며 쉬는 것이 가장 좋다. 열질환으로는 열실신, 열경련, 열피로, 열사병(일사병), 땀띠 등이 있다. “폭염이 계속되면 가장 신경 써야 할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열질환입니다. 근육 경련과 피로감이 몰려오면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온 음료를 섭취하세요.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되어 메스꺼움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물·음식 등은 함부로 먹지 말고 차가운 물수건으로 체온을 식히는 것이 좋습니다.” – 이정권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목이 뻣뻣하고 두통이 심하다?→ 뇌수막염
뇌수막염은 38℃ 이상의 고열, 두통 등이 일어나며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연예인 윤계상이 뇌수막염 진단을 받아 뇌수막염 초기 증상과 예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가장 먼저 두통이 오기 때문에 두통이나 감기로 오해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뇌수막염의 원인
뇌와 이를 둘러싼 얇은 막에 염증이 생기는 수막염을 합친 뇌수막염은 발생 원인에 따라 크게 ‘바이러스성 뇌수막염’과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나뉜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을 때에는 환자의 나이, 증상 등에 근거해 경험적 치료를 한다. “뇌수막염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입니다. 침, 가래, 콧물 등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에 직접 접촉하거나 오염된 공용 물품을 사용한 손으로 코나 입을 만질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체력이 많이 떨어졌을 때는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세요. 오한이 들고, 해열제를 먹어도 38℃에서 열이 잡히지 않고 심한 두통을 느낀다면 필히 병원에 가야 합니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면역력에 문제가 없는 성인이라면 자연 치유되기도 하지만, 세균성 뇌수막염은 적절한 시기에 항생제를 투약하지 않으면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서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 김병조 고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
고열이 나고 가슴이 아프다?→ 폐렴
초기에는 발열, 기침, 가래 등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폐렴구균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면 40℃에 가까운 고열과 기침, 가슴 통증,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가슴을 붙잡고 기침을 한다거나 가래 색깔이 황색에서 녹색으로 진하게 바뀌면 당장 병원에서 전문가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폐렴의 원인
발병 원인에 따라 ‘세균성 폐렴’ ‘바이러스성 폐렴’으로 나뉜다. 세균성 폐렴의 주요 원인균은 폐렴구균으로 평소에는 괜찮다가 독감 같은 호흡기질환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수막염, 패혈증, 폐렴 등을 일으킨다. 바이러스성 폐렴은 증상이 시작되고 48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발열과 바이러스 전파를 감소시킨다. “습도가 높은 여름에는 폐의 탄력성이 약해져 있습니다. 폐의 탄력성이 떨어지면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공기를 흡입했을 경우 전부 배출하지 못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폐에 남아 있어 쉽게 염증을 일으킵니다. 이런 이유로 여름에 폐렴에 걸리기 쉽습니다. 미리 백신을 맞으면 폐렴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백신을 맞았다고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폐렴에 걸리지 않도록 기초 체력을 튼튼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 임경리 서울북부병원 내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