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초반의 A씨는 외출에서 돌아온 뒤부터 심한 기침에 시달렸다. 황사 때문인가 싶어 바깥 출입을 삼가고, 환절기 감기인가 싶어 집에 있던 종합감기약도 복용했지만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렁그렁하게 가래가 끓기 시작했고,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고 나면 가슴에 알싸한 통증마저 돌았다.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는 등 증세가 심상치 않자 A씨는 결국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진료 결과 A씨는 감기가 아닌 세균성폐렴에 감염된 상태였다. 폐렴은 각종 병원체가 폐 조직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대개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데, 환자의 면역 상태에 따라 단순한 감기 같은 호흡기 질환이 폐렴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 가장 많은 외래환자를 발생시켰던 급성 기관지염 역시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흔히들 겨울철에만 폐렴을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한림대의료원이 지난해 월별 폐렴 외래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4월과 5월에 11월 12월 못지않은 발생 빈도를 보였다. 에어컨 필터 속에 있는 레지오넬라균 등에 감염돼 폐렴을 앓는 경우도 있어 한여름에도 안심할 수 없다. 노년층의 경우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폐렴은 흡연자, 간 질환, 당뇨, 천식 같은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에게는 큰 위협이 되므로 가벼운 증상이라도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폐렴에 걸리면 이런 증상이 나타나요

□열, 오한, 두통 등 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생긴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된다
□누런 가래가 나온다
□호흡수는 1분에 25회 이상, 맥박수는 1분에 110회 이상 증가한다
□숨 쉴때 가슴이 아프다

□온몸에 힘이 없고 무기력하다
□손톱, 발톱, 입술이 푸르스름하다(청색증)
□숨 쉴 때 꼭 휘파람을 불듯,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
□정신이 몽롱하다
□숨이 차서 깨는 등 호흡곤란이 온다

건강한 폐

폐렴에 걸린 폐
각종 병원체가 침입하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폐포 내에 백혈구가 쌓여 산소 교환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검사

Step 1 문진
기본적으로 체온, 혈압을 체크한 뒤 기침, 가래, 발열, 흉통 여부에 대한 문진을 실시한다. 폐렴 환자의 경우 분당 호흡수가 20~25회 이상이고, 청진 검사에서 수포음이라는 잡음이 들리기도 하므로 이 점도 함께 확인한다.

Step 2 흉부 엑스선 검사
단지 식욕이 줄고 몸에 힘이 빠지는 정도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흉부 엑스선 검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폐렴이 어느 부위에 발생했는지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확인할 수 있다.

Step 3 CT, 혈액검사
단면 촬영에 그치는 엑스선 검사를 넘어 측면, 후면의 상태를 모두 측정할 수 있는 CT 촬영을 하기도 한다. 또 질병의 중증도를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실시하기도 한다.

Step 4 객담검사
농이 섞인 객담(가래)을 뱉어 내게 한 다음 그 속에 있는 미생물을 배양해 폐렴의 원인이 세균인지 바이러스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균인지 알아내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치료

Step 5 약물 처방
세균성 폐렴은 항생제를, 바이러스성 폐렴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 원인 균을 제거하는 한편, 해열제, 진해제, 거담제 등을 처방해 증상의 호전을 돕는다. 특별한 합병증이나 내성이 없다면 치료 3~5일째부터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지역사회획득 폐렴(일상적인 생활을 하던 중 발생하는 폐렴으로 병원성 폐렴에 대비된다)의 경우 7일 정도면 치료가 끝난다. 폐렴에 걸리면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상태에 따라 통원 치료도 무방하다.

Step 6 입원 치료
스스로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나쁘다면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치료를 받게 된다. 만성폐질환자, 면역 억제자, 다엽성 폐렴 환자가 주로 장기간 입원을 하는 경우다.

폐렴 예방법은?

청결에 유의하고 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세균성 폐렴의 60~70%를 차지하는 폐렴구균은 백신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65세 이상의 고령층, 호흡기 질환, 심장 질환, 당뇨병, 신부전증 등의 만성질환이 있거나 약제로 인해 면역 기능이 저하된 사람이라면 꼭 신경 쓰자. 폐렴구균 백신은 3~5년마다 가급적 겨울철 전에 맞는 것이 좋은데 현재 65세 이상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접종이 가능하다.

박소영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중환자의학 전임의를 거쳤으며 만성폐쇄성 폐 질환 천식 가이드라인 편집위원을 맡았다. 현재 한림대학교 강동성심병원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