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들이 전망한 2015년을 움직일 핫이슈
“경제, 남북정상회담, 소통이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
박 대통령은 큰 선거가 없는 2015년을 그동안 누적된 각종 개혁 과제들을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호기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12일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분야에 걸쳐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러나 다음 해 있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지각변동이 움트는 시기가 2015년이다. 지난 1월 14일 네 명의 시사평론가들이 만났다. 대담은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위원의 사회로 광화문 시그나타워 라이나생명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2015년을 관통할 키워드, 올해 정치권을 뒤흔들 빅 이슈는 무엇이라고 봅니까?
민영삼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가 빅 이슈가 될 것입니다. 여러 흐름들을 종합해보면 남북은 이와 관련해 이미 접촉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러나 국정 운영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대통령의 소통 여부’일 것입니다. 청와대는 나름대로 소통을 하고 있는데 왜 불통이라고 하냐고 항변할 것이고, 새누리당은 조절하려고 할 것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강하게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정군기
단연 경제 문제지요. 하반기까지 경제가 살아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 승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가 경제 혁신을 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한 것에 동의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초기에 촛불사태 등에서 타격을 받았는데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경제를 살리는 데 성공했어요. 선방했다고 봅니다. 올해는 박근혜 정권이 지난해 세월호 사태를 겪은 이후 맞는 첫 경제 혁신 1년 차입니다. 만약 하반기까지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현 정권은 힘을 쓰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문제는 경제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황태순
남북 관계와 관련해 북한은 북한대로, 남한은 남한대로 남북 관계를 개선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고자 하는 강력한 유혹을 받을 것입니다. 올해가 또 광복 70주년 아니겠습니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분위기와 여건만 마련된다면 못할 이유 없다”고 했고, 박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였어요. 저도 현재 남북 사이에 뭔가 움직임이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럴수록 경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국내 정치 상황을 감안하거나 임기 5년 안에 가시적인 업적을 남기는 데 집착하다 보면 북한에 과도하게 양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남북 관계는 인내심을 갖고 긴 호흡으로 가야 합니다.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온갖 이슈들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입니다.
최창렬
저는 야권 재편 여부에 주목하고 있어요. 2. 8. 전당대회 이후 야권이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이지요. 또 이런 상황이라면 새누리당 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라 증폭될 것으로 봅니다. 반면 저는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봐요. 대통령이 언급은 했지만 성사시키겠다는 강한 의지와 진정성이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남북이 서로 원론적인 수준에서 공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이 이루어질까요?
황태순
애초에 대통령은 보각(補閣)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현재 공석인 해양수산부 장관과 민정수석을 새로 임명하는 정도지요. 그런데 신년 기자회견 등에 대한 여론이 안 좋고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와요.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서도 국무총리를 바꾸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러자니 방정식이 복잡해집니다. 국무총리나 장관들은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지요. 새정치민주연합의 2. 8. 전당대회, 세 곳에서 치러지는 4월 보궐선거, 5월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출 등 정치 일정을 놓고 3원 3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 때문에 인사를 쇄신한다고 해도 일정상 설 연휴 전에는 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4월 보선 이후로 늦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정군기
인적 쇄신과 관련해 생각했던 것보다 부정적인 여론이 높으니 청와대가 깜짝 놀란 것 같아요. 그렇잖아도 그런 여론이 있었는데 청와대 문서 유출 사건의 배후에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있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음종환 행정관 사건’마저 터져 이제는 쇄신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조기 퇴진하는 등 전면적인 개편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민영삼
청와대 개편은 대통령이 이미 밝혔죠. 특보단을 운영하겠다는 것입니다. 불통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라고 봐요.
최창렬
중요한 것은 인적 쇄신 문제지요. 박 대통령이 특보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했는데 특보단은 전임 이명박 정부 때도 운영이 됐어요. 특보가 기존 수석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지가 중요합니다. 맥락을 보면 박 대통령이 어떤 구체적인 구상을 갖고 얘기한 것은 아닌 듯 보여요. 이 때문에 자칫하면 특보제가 옥상옥이 될 수도 있어요. 기존 정무수석들도 역할을 잘하지 못했는데 특보단을 운영한다고 해서 여야 간, 청와대 여당 간 소통이 잘되겠는가에 의구심이 듭니다. 따라서 인적 쇄신도 소통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비서실장과 측근 3인방을 경질해야 하는데 안 되니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면서 스텝이 꼬이는 것이에요.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올해 경제 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최창렬
정권이 말하는 거시경제지표는 좋아졌지만 문제는 체감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국민이 느끼는 체감 지표는 영 아닙니다. 빈부격차 완화, 비정규직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원론적으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황태순
대통령은 4대 개혁, 창조경제, 내수 확대를 강조했어요. 경제는 외생변수와 관련이 깊습니다. 정부는 3월까지는 이것을 하고 5월까지는 이것을 하라는 식으로 다그치고 있어요. 그런다고 풀립니까. 연금개혁은 개악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어요. 강력한 기득권 세력인 공무원들이 당하려고 합니까. 적당히 양보하는 식으로 가는 것 같아요.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찔끔찔끔해서는 국민이 개혁을 체감하지 못합니다. 국민이 경제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경제가 돌아가는데 구호와 의욕만 앞선 듯해요.
정군기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많이 얘기했는데 세계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연금개혁도 해야 하고 수출만 좋아서도 안 되고 일자리 등으로 효과가 나타나야 해요. 일부 젊은이들은 기성세대가 정년 연장을 빨리 함으로써 자신들의 몫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의지는 보이지만 총체적인 경제 개혁 과제를 외생변수인 국제경제와 더불어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최창렬
세계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요. 내수도 침체되어 있어요. 경제가 잘되면 소통이 안 되도 지지율이 유지되지만 경제가 받쳐주지 않으면 박 대통령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불통 논란이 강화될 소지가 있어요. 지지율이 하락하면 정치적 원심력이 작용하면서 정국의 불안정성이 더욱 증대될 것입니다.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가 어려워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는 어떻게 될 것 같으세요? 야권은 재편될까요?
민영삼
박지원 의원이 대표가 되면 문재인, 안철수, 정세균 등 대권 후보들을 잘 관리할 것입니다. 본인도 이른바 ‘인큐베이터론’을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문재인 의원이 대표가 된다면 문 의원의 역량상 관리가 힘들고 친노 그룹의 기본적인 폐쇄성 때문에 당이 두 덩어리 이상으로 분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 국민모임 쪽으로 갈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내부에서는 안철수, 김한길, 박주선 등 새정치민주연합 내 중도온건 세력은 당분간 관망하면서 하반기에 뭔가를 모색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창렬
새누리당으로부터 민심이 이반되어도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지지율은 새누리당 지지율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이것이 야당의 현주소예요. 정동영의 탈당은 야권이 변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지요. 구심점이 없고 정체성이 다르다는 문제도 있지만 야권 재편이 올 수 있어요. 야권은 이대로는 안 갈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든 재편될 것입니다.
황태순
국민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명진, 이수호, 김세균등은 정의당보다는 좌파이고 진보당 온건파와 가까운 성향을 가졌다고 봅니다. 정동영은 불쏘시개로 국민모임에 영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느낌도 들어요. 임종인, 김성호 전 의원 등이 따라간 것이 전부여서 폭발력이 없을 것입니다.
정군기
정동영은 한마디로 이미 유효기간이 다 끝난 상품입니다. 그러니 불쏘시개가 돼야죠. 그리고 저는 생각이 다른 게 올해가 골든타임 맞아요. 경제 혁신 3개년 1년 차이고, 연금개혁 등 각종 개혁도 해야 합니다.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정해야 합니다. 국민모임 세력을 분석해보면 민노총이나 전교조를 대표했던 이들이 들어가 있어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클 것 같아요. 야권이 더 어려워질 수 있어요.
최창렬
야권은 살아나기 어렵다고 봐요. 4월 보궐선거에 국민모임이 후보를 내겠다는 것 아닙니까. 야권의 분열이죠. 국민모임의 이념적 성향이 새정치민주연합과는 정서적으로 안 맞는 부분이 있어요. 그럼에도 통합하자는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구심점이 없어요. 단일화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있을 것이고 단일화를 이끌 만한 걸출한 구심점이 생겨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할 인물이 안 보여요. 친노, 비노 간 갈등이 재연되면 외부 자극에 의한 재편이 올 수 있겠지요.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대표와 관련해서는 친노 세력이 최대 주주여서 문재인 의원이 유리할 것 같아요.
황태순
야권 재편, 야권 분열을 많이 얘기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분당되지 않습니다. 이런 말들은 2. 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이라고 봐요. 분당하려면 명분, 사람, 돈이 있어야 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불확실한 상황을 왜 만듭니까. 문재인이 대표가 돼도 분당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의 향배는 이인영 후보가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가변적이라고 봐요.
정군기
지난해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맞붙었을 때 많은 이들이 서청원 의원의 우세를 점쳤어요.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고,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보는 등의 이유를 내세웠지요. 그런데 결과가 어땠습니까. 김무성 대표가 이겼지요. 국민들은 때 묻은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박지원 의원도 마찬가지예요. 이런 맥락에서 저는 박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