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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수명은 평균 15년, 고양이는 평균 12~18년 정도이다. 물론 환경, 몸집,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요즘에는 충분한 영양 공급과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통해 평균 나이를 넘어서도 건강하게 사는 반려동물이 많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수명이 사람보다는 짧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어쩔 수 없이 반려동물의 죽음을 경험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수명을 다하는 시점에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면 다행이지만 만일 노화로 인한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고통 속에 있는 경우라면 수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고통을 참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일이다.

그 고통을 보호자의 판단으로 멈춰주는 것을 우리는 안락사라고 표현하지만 한국 정서에는 아직 조심스러운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안락사에 대해 무조건 옹호할 수도 없고 또 마냥 반대의 입장을 할 수만도 없다.

 

 

만일 이런 상황이라면?

 

사례1 _ 아이가 먹지도 못하고 주인도 알아보지 못해요

반려동물이 몇 달째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병원에 데려가서 진찰도 해보고 수의사가 처방한 사료로 바꿔 먹여보기도 했으나 상태가 호전되질 않는다. 조직을 떼어내어 암 검사를 하였으나 뚜렷하게 병명이 나오질 않는다. 그리고 얼마 후 감기 증상으로 콧물과 재채기를 하더니 호흡이 가빠진다. 체중은 계속 빠져 탈수 증상을 보이고 호흡도 매우 나빠졌다. 그 사이 더욱 상태는 심해지고 이제는 보호자도 알아보지 못하고 누워만 있는 상태. 이럴 경우 어떤 선택을 하는 게 맞을까?

 

사례2 _ 급성신부전이 온 우리 아이

반려동물의 신장이 망가져버렸다. 그렇다고 보호자가 치료를 안 한 것도 아닌데 급성으로 신부전이 왔다고 한다. 이미 손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 그 반려동물의 입장이라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어떻게 해주는 편이 현명한 것일까?

 

 

위 의 두 가지 예는 실제 사례이다. 한 아이는 치료불가 판정을 받아 결국 집에서 고통 속에 눈을 감았다. 다른 한 아이는 그 동안 치료를 담당했던 수의사와의 상의를 통해 안락사를 선택했다.

만일 반려동물이 질병이나 사고로 인한 고통 속에 있다면 안락사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경우 안락사 시행은 엄격하게 제한되어야 한다.

하지만 만성 질병으로 인한 반려동물의 고통을 인식하고 치료의 가능 여부를 잘 따져본 뒤 더 이상 고통이 줄거나 상태가 나아지지 않는다면 안락사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였으나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가진 반려동물에게는 안락사가 어쩌면 마지막 인도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보호자들도 수의사가 먼저 안락사를 권유하는 게 쉽지 않으므로, 우리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안락사에 대해 한번쯤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보편적으로 안락사는 수면마취를 통해 아이가 깊이 잠들었을 때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며 반려동물이 최대한 고통 없이 떠날 수 있도록 이뤄진다. 비용은 반려동물의 체중에 따라 다르지만 10만~20만원 정도이고 동물병원마다 차이가 있다.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는 일이라 생각하는 미국

 

고통을 받다가 죽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가? 우리보다도 반려동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의 숫자도 많고 또 여러 번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들이 많아서 이런 순간에는 반려동물을 놓아주는 것이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 고통과 슬픔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이에 보호자들이 먼저 안락사 이야기를 꺼내고 수의사의 의견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또 수의사들이 집에 방문해서 안락사를 진행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반려동물들이 낯선 동물병원보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마다 죽음에 대한 인식의 차이도 분명 작용한다. 하지만 안락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부정보다는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보다 인도적인 방법을 선택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안락사는 말 그대로 편안한 죽음을 의미하며, 인도적으로 시행되는 안락사는 그 방법이 절대로 고통을 주지 않고 의식이 없는 가운데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심장이 멎고 호흡이 멎어 바로 사망할 수 있도록 시행되어야 한다.

그 누구도 쉽게 판단할 수는 없고 또 올바른 것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반려동물이 지속적인 고통 아래 있거나, 치료를 하여도 그 고통을 줄일 수 없다면 결국 그 반려동물의 보호자가 결정해야 한다. 동물일지라도 생명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윤리적인 문제, 보호자의 책임, 어쩌면 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에 관한 중대한 사항이지만 오롯이 그 반려동물 중심으로 생각하고 또 결정하자는 것이다.

 


기획 임소연 최시영

 

최시영 
한국반려동물협회 대표로 동물복지와 인식의 개선, 올바른 펫문화 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반려동물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고자 반려동물장례 실무교육을 개설하여 반려동물장례전문가를 배출하고 있다. 저서로는 <반려동물관리와 장례실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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