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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시력은 장애물을 피하고 음식을 구분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여러 원인에 의해 시력이 떨어지고 잃기도 한다. 이때 보호자는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관심을 갖고 봐야 아는 증상

 

“2~3일 전부터 흰둥이가 눈곱이 많이 껴서 내원했어요.”
최근 2~3일 전부터 갑자기 반려견 흰둥이의 안구 건조증이 의심된다며 병원을 찾은 보호자 A씨. 그러나 수의사가 실제 검사를 해본 결과 이미 수개월 걸쳐 진행된 자국에 의한 각막 혈관화와 색소 침착이 발견됐다.

 

보호자가 반려견의 증상을 외관 상 발견하기 전부터 자각 증상은 있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를 인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호자가 느낄 정도로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상당 수준 질병이 진행됐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육안으로 관찰되는 안구의 이상은 몇 가지만 기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흰자위의 충혈, 눈곱 등의 분비물 증가, 통증에 의해 눈을 잘 못 뜨고 반복적으로 비비려는 행동, 평소 까맣고 맑아 보이는 안구의 색깔 변화 등 이 중 한 두 가지라도 2~3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동물병원에 내원해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백내장 vs 핵경화증


백내장은 6~7세 이상의 노견에게 잘 발생하는 대표 안구 질환으로 눈이 뿌옇게 보이는 수정체 문제다. 핵경화증 또한 노견에게 잘 나타나는 안구 질환으로, 언뜻 백내장과 비슷해 보인다는 점. 그러나 핵경화증은 여타의 합병증을 유발하지 않아 치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백내장과 구분하기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이렇게 관리하세요


긍정적인 수술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이 중요하다. 반려견의 백내장이 너무 많이 진행된 상태로 내원하면 수술을 하고 싶어도 못하거나 수술이 가능해도 성공률이 낮아질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비해 반려견의 눈이 뿌옇게 보인다면 빠른 시일 내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또 개의 백내장은 수술을 위해 전신마취를 해야 하며 수술 후 반려견 스스로 안약 점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좌측 백내장수정체, 우측 핵경화증
좌측 백내장 수정체, 우측 핵경화증


 
녹내장


개의 녹내장은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안구 압이 올라가면서 생긴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질환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노견에게 많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서 생긴 건조증이나 각종 조직 손상의 후유증, 백내장에 의한 지속적 염증 등이 녹내장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개에게는 사람에게는 드물게 나타나는 급성(우각폐쇄성) 녹내장이 많이 생기며, 녹내장 안약을 쓰더라도 안압 관리에 유지되는 기간이 매우 짧다. 또 시력 유지를 위한 수술 방법이 제한적이라 치료가 까다롭다.

 

이렇게 관리하세요


반려견의 녹내장은 최대한 발생하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좋다. 유전적 녹내장이라면 대부분 한쪽 눈에 녹내장이 생긴 뒤 반대쪽에도 발생할 경우가 높으므로 예방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또한 백내장이나 건조증, 망막 질환 등의 녹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는 질환이 발생하면 주기적인 안과 검진을 필수로 고려하는 것이 좋다.

 

좌측 녹내장 발생 시의 안구가 적절한 치료 후 정상화된 우측 사진의 상태로 변화


 

망막박리


망막박리는 망막이 어떤 원인에 의해 벗겨진 진행성 질환으로 결국 실명에 이르게 된다. 대개 낙상, 교통사고, 구타 등의 외상에 의해 망막박리가 생기고 일부는 노화로 인해 이 질환을 앓기도 한다. 노견의 경우 흰자위의 물성이 묽게 바뀌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반려견이 얼굴을 과도하게 흔드는 것만으로도 망막이 벗겨질 수도 있다.

 

이렇게 관리하세요


망막이 떨어지면 자연히 시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치료가 필수다. 약물 사용만으로 좋아질 수 있는 극히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망막박리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이다. 레이저를 이용해 반려견의 벗겨진 망막을 고정하면 구조적으로나 기능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망막이 벗겨진 후 시력이 회복 가능한 수술 시기는 길지 않기 때문에 평소와 달리 반려견이 쉽게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거리감이 떨어져 계단 오르내리기 등을 주저한다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좌측 정상 망막, 우측 박리된 망막

 


건조증


사람은 안구가 뻑뻑함을 느끼는 증상만으로도 건조증 치료나 관리를 진행한다. 하지만 개의 경우 체감하는 불편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눈곱이 평소보다 많이 끼거나 심한 결막 충혈이 있을 때 보호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다수의 개가 건조증이 상당히 진행됐을 때 치료를 시작하고 상당 수준의 각막 손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또한 완전한 빛 투과를 위해 투명해야 하는 각막에 까만 색소가 침착 되기도 하고 상처가 아문 반흔 조직의 흐릿한 자국이 영구 후유증으로 남기도 한다.

 

이렇게 관리하세요


반려견의 평소와 다른 눈곱 양, 결막출혈 증상을 가볍게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통상적으로 반려견이 7~8살이 넘으면 노령성의 건조증이 시작될 수 있다. 신경 전달의 문제, 다른 안과 질환에 의한 후유증 등으로도 빈번하게 생기는 질환인 만큼 늘 관심을 갖고 관찰하는 보호자의 자세가 중요하다.

 

좌측 정상 안구에 비해 우측 건조증 안구는 각막에 색소침착이나 반흔조직으로 인한 혼탁이 있다




반려견이 시력을 잃은 경우


반려견은 다양한 질환의 발생과 노화에 의해 위와 시력에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에 비해 구체적으로 시력을 수치화하기 어렵지만 크게 5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거리와 상관 없이 움직이고 정지해 있는 것 모두 잘 구분할 수 있는 정상적인 단계
2. 거리와 상관 없이 정지한 것은 잘 구분이 안 되나 움직이는 것은 쉽게 느끼는 단계
3. 근거리에 세밀한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계
4. 어둡고 밝은 정도만을 구분하는 단계
5. 빛도 전혀 인지 하지 못하며 시력을 완전히 소실한 단계

 

1, 2단계의 경우 반려견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불편이 없다. 하지만 3, 4단계에 접어들면 조금씩 생활 속 불편이 생긴다. 길을 걷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장애물을 피하지 못해 넘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보호자가 챙겨준 눈 앞의 간식을 찾지 못해 한참 냄새를 맡은 뒤에야 찾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보호자의 도움만 있다면 그리 불편하거나 위험하지 않게 생활할 수 있다. 5단계는 반려견 스스로 후각과 청각에 의지해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 전반을 바꿔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적당한 생활반경을 유지하세요


대다수의 보호자들은 넓은 생활반경이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줄일 것이라 생각한다. 아주 좁은 공간보다 넓은 곳이 낫지만 시력이 떨어져가는 강아지에게 위험요소가 통제되지 않은 넓은 공간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위험요소가 통제된 적당한 넓이의 공간이 서로에게 편할 수 있다.


조명을 이용해주세요


반려견이 빛에 대한 인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밤사이 보호자의 도움 없이 혼자 화장실에 가거나 물을 마시러 가는 것은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 이럴 경우 화장실이나 물그릇이 있는 곳에 작은 조명을 켜주는 것만으로 빛 인지가 떨어진 반려견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획 임소연 노현우(이룸동물병원 원장)


*노현우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졸업 후 임상수의학대학원에서 외과/안과, 치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안과, 치과 전문 수의사로 블로그(blog.naver.com/pablo301)를 통해 여러 진료, 수술 사례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보호소에서 입양한 믿음직하고 얌전한 강아지 ‘미남이’를 키우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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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0-05-2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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