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을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 데리고 타는 것이 괜찮을까? 소형 반려동물을 케이지 안에 넣고 타면 대부분 괜찮다는 의견이지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운송약관에서 이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 타도 되나요?

지하철의 경우 원칙상 동물은 데리고 탈 수 없다. 다만, 약관 중에는 아래와 같은 예외 문구가 있다.

다만, 소수량의 조류, 소충류 및 크기가 작은 애완동물로서 용기에 넣고 겉포장을 하여 안이 보이지 않게 하고, 불쾌한 냄새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경우와 장애인의 보조를 위하여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 장애인보조견은 제외합니다. 서울교통공사 여객운송약관 제7장 34조

조류, 소충류 및 크기가 작은 동물은 보이지 않게 용기를 겉포장하면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문구를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겨냥해 쓰인 문구라기보다 곤충이나 조류를 겨냥하고 쓴 문구라는 점에서 반려인들에게는 불명확하게만 느껴진다. 또 작은 동물이라는 문구도 애매하다. 스피츠나 비숑, 푸들 등 중형견에 가까운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에서 자신의 강아지가 작은 동물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진도나 허스키처럼 대형견의 새끼 역시 작은 동물에 속하는지 큰 동물에 속하는지 모호하다.

하지만 위의 이용약관을 보고, 찝찝해서 지하철을 이용하지 못했다(글쓴이는 스피츠를 키운다).  켄넬 안에 아이를 넣고 타면 괜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혹시나 있을 비반려인들과의 분란 등을 겪지 않기 위해 택시를 이용했다. 반려인들이 기준을 모호하게 느끼지 않도록 강아지나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이 지하철에 동반 가능한지 그리고 동반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크기까지 가능한지 명확히 이용약관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버스 타도 되나요?

버스 운송약관의 명시된 반려동물 탑승 방법은 지하철보다는 명확하다. 전용 운반상자에 넣은 동물의 경우 가능하다.

(물품 등의 소지제한) 사업용 자동차를 이용하는 여객은 다음 각 호의 물품들을 차내에 가지고 들어가서는 아니 된다. – 동물(장애인 보조견 및 전용 운반상자에 넣은 애완동물은 제외한다)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 제10조 3항

다만, 운반상자의 규격이 아래 조항에 적용을 받는다면, 사실상 강아지나 고양이의 반려동물을 데리고 타는 것은 약관을 위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운반상자의 높이가 20cm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허용중량, 용적 및 포장) 휴대품의 차내 반임 허용량은 1인당 중량 20㎏미만이고 용적규격이 50×40×20입방센티미터 미만으로 한다. 시내버스 운송사업 약관 제17조

운반상자의 규격이 아래 조항에 적용을 받는지, 안받는지는 약관상은 불명확하다. 정부의 '찾기 쉬운 법령정보'에서는 각 시내버스 운송사에 사전문의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슬링백은 괜찮나요?

최근 반려동물을 켄넬 등의 운반상자 대신 슬링백 혹은 아기띠에 많이 데리고 다닌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중교통 이용약관은 반려동물이 보이지 않게끔 케이지나 운반상자에 넣는 것을 요구한다. 엄격히 해석하면 슬링백과 같은 형태는 안된는 것으로 보인다. 실효성 없는 약관에만 따르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막상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반려동물을 동반한 승객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제지하는 경우도 드물다.

천만 반려인 시대에 조금 더 현실성 있는 약관이 필요하다. 스웨덴처럼 반려동물 전용칸을 만드는 것은 어렵더라도 반려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규정을 어기지 않고’ 마음편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끔 약관을 개정할 필요는 있다. 지금과 같이 불명확한 약관을 유지한다면, 반려인과 비반려인간의 분쟁 여지만 늘어날 뿐이다.

기획 임소연 글 스피 댇(비마이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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