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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침체된 내수 시장의 희망, ‘액티브 시니어’ 2019.09.11 조회수 15

 

대기업 건설 회사에서 영업 부문 상무를 지내다 지난해 1월 은퇴한 권하진(63)씨는 요즘아침에 눈 뜨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출근 시간을 지키기 위해 허겁지겁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고, 못 마시는 술을 억지로 마실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권씨는 매주 화요일엔 수채화 수업을 듣는다. 퇴직 직후부터 집필을 시작한신중년, 내 인생의 선물이라는 책을 올해 초 출판하기도 했다. 50세 이상 은퇴자를 위한 책 쓰기 강연의 강사로도 활약했다. 1984년부터 꼬박 34년간 다닌 직장을 나온 후 권씨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권씨는퇴직 직후엔 내 인생이 끝나는구나 싶어 심란했는데, 6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 무척 좋다고 말했다.

금융 회사에서 부장까지 지내고 2017년 퇴직한 오종진(60)씨는 최근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자격증 수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은퇴 후 신재생에너지발전설비기사(태양광) 등 친환경·농업 관련한 자격증을 3개나 땄기 때문이다. 오씨는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친환경·농업 관련 분야는 죽기 전에 꼭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였다고 했다.

오씨는 나머지 시간에는 아내와 백화점을 구경하고 영화를 보거나,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 또는 당구를 친다. 이른 출근 시간과 잦은 야근 때문에 그동안 누리기 어려웠던 소소한 행복을 만끽하는 것이다. 그는집 앞 텃밭에서 상추·고추·깻잎·가지 등 가족이 먹을 채소를 기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오씨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을 위해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14억원짜리 타운하우스를 팔고 수원시 광교 신도시의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사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남은 생을 이렇게 즐겁게 살고 싶다면서다시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진행되면서 권씨와 오씨처럼 퇴직 후 활기찬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는 중장년층, 액티브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퇴직 후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적극적으로 사회 활동에 참여한다. 은퇴 후 노년을 조용히 생을 마무리하는 기간으로 여기던 이전 세대 노인과는 다르다. 국가별로 액티브 시니어의 핵심 연령대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국내의 경우 1955~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를 핵심 연령대로 본다. 베이비붐 세대는 한국 인구의 약 15%를 차지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베이비붐 세대는 퇴직, 은퇴를 끝이 아닌 제2의 출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과거엔 은퇴 시기인 환갑을 생의 마지막 시기로 봤지만, 지금은 누구도 60세에 죽음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시점부터 사망 시점까지 시간이 많이 길어지다 보니, 은퇴 후 노년기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가 희석됐다는 것이다.

 은퇴자들이 직장을 다닐 때는 배우지 못했던 취미와 기술을 배우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기, 운동은 물론 글쓰기와 사진 촬영까지 배움의 영역은 다양하다. ‘국민연금공단 신중년 노후 준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정태욱 국민연금공단 노후 준비 전문 강사는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많았던 작년부터 수업 분위기가 더 활기차지고 있다면서최근 들어 수업 참여에 적극적인 어르신이 많아졌고, 지방에 거주하는 어르신이 수업을 듣기 위해 KTX를 타고 올라왔다 내려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기업은 액티브 시니어를 주요 소비층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방송·광고 업계는 만 20~49세를 구매력 있는 핵심 소비자로 본다. 이 핵심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제품을 기획하고 마케팅 비용을 쓴다. 하지만 한국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신문·TV 광고를 보고 제품 구매를 고려하는 광고 수용도에서 액티브 시니어는 젊은층과 차이가 없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광고 효과가 떨어진다는 고정관념이 들어맞지 않는 것이다. 

50대 이상 액티브 시니어 시장은 구매력이 풍부하지만, 경쟁 기업은 적은블루오션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과거의 고령층은 빈곤율이 높고 노후 준비가 미흡했던 반면, 고령 사회를 이끌 현재의 50대는 스스로 부양할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문화·오락 등에 소비할 여력이 많다고 분석했다.

 

9월 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사랑나눔센터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이 각자 업무를 보고 있다.

 

자산도 많고 인구수도 많다

 

잠재 소비자 규모도 결코 작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대 이상 인구는 지난해 기준 총인구의 38.22%였다. 방송·광고 업계를 비롯한 콘텐츠·레저·관광 산업에서 주요 소비 연령층으로 분류하는 만 20~49세의 비중이 43.57%로 집계됐는데, 여기에 버금간다. 통계청은 액티브 시니어 관련 시장 규모가 2020 149조원으로, 10년 전(44조원)보다 세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액티브 시니어는 한국에서 자산이 가장 많은 연령대이기도 하다.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 금융·복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대별 순자산 보유액은 50대 가구주가 39419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60대 이상 가구주가 35817만원으로 두 번째였다. 50대와 60대 이상의 순자산이 40(34426만원) 30(23186만원)보다 많았다.

자산이 많아서 소비도 많이 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는 ‘2015년 트렌드 및 소비자 분석 자료를 통해 액티브 시니어의 여유로운 소비를 분석했다. 액티브 시니어는 지난 1년간 26%가 해외 여행을 다녀왔다고 답했는데, 이는 다른 연령대보다 두 배 높다. 28%는 공연 관람 등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7%가 외모를 꾸미기 위해 돈을 지출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응답해 30(65%), 40(57%)보다 외모에 더 많이 신경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 사용에 익숙하고 온라인 쇼핑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도 액티브 시니어가 기존 노인들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50대와 60대 이상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2018년 기준 각각 96% 77%로 집계됐다. 7년 전인 2012년 각각 46%, 14%의 이용률을 보인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50대의 경우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했던 20·30대의 스마트폰 이용률(99.5%)에 별로 뒤지지 않았다.

 

나아가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찾아 이용하는 성향도 뚜렷하다. 이는 유튜브 이용 시간으로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올해 4월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의 유튜브 앱 사용 시간을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의 월간 시청 시간이 101억 분으로 전 연령을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어 10(89억 분)가 뒤를 이었다. 액티브 시니어들은 콘텐츠 소비자에서 나아가 직접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전한다. 라이나전성기재단은전성기캠퍼스를 통해 '1인 방송 유튜버 도전하기프로그램을 운영한다. 5회 수업에 수강료가 16000원으로 저렴해 인기가 많다. 국민연금공단도 50대 이상을 위한 ‘1인 크리에이터 과정이라는 동영상 제작 강좌를 운영 중인데, 호응이 뜨겁다.

 

 

 

이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