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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통기타에 사랑을 싣고, 여섯줄 선율로 다시 뛰는 ‘제2 인생’ 2018.09.04 조회수 917



통기타에 사랑을 싣고… 여섯줄 선율로 다시 뛰는 ‘제2 인생’



▲  여성 시니어 밴드 통노마 멤버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라이나생명 사옥 1층 로비에서 율동과 함께 

‘커피 한 잔’을 부르며 ‘치유 콘서트’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아래 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소영 단장, 이영순·김순희·김경수·이은영·박민선·임정은 씨.


병마 이기고 봉사 나선 아줌마밴드 ‘통노마’


유방암 수술 받은 60세 소영씨 환우들과 만든 노래교실이 시초 아픈사람들 음악으로 상처 치유 


50~60대 주부 8명으로 구성 밴드 풀네임은 ‘통기타 치며 노래 부르는 아줌마’로 독특


무대 서면 스트레스 사라지고 멤버들 만나면 통증도 잊게돼 응원해주는 회원만 350여명 


7080 음악 등 레퍼토리 다양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 갈거예요”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들처럼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에 나선 여성 시니어 밴드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유방암, 자궁암, 뇌졸중, 심혈관질환 등을 이겨내고, 젊은 시절 꿈꾸던 악기를 배워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과 독거노인,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 등을 위한 공연을 펼치며 노래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또 다양한 거리 공연을 통해 모금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나이가 들면 자신을 위해 한 가지 취미는 만들어야 한다”며 “악기를 배워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면 삶의 의욕이 생기고,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릴 기회도 생긴다”고 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갑니다.”


통기타 밴드 ‘통노마’는 50∼60대 주부 8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2012년 결성된 이 그룹의 이름은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아줌마’를 줄여 쓴 것이다. 이 그룹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소영(본명 소영분·60) 씨가 동병상련의 환우들과 수술 후 겪을 수 있는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교실을 연 것에서 시작됐다. 솔로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는 소영 통노마 단장은 “양쪽 가슴 모두 유방암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은 후 받아들이지 못했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내게 왜 이런 병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으로 병 자체를 부정했다”며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재차 확인했고, 수술을 거부한 채 버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가 서울대병원에서 최소한의 절개만 하면 된다는 말을 듣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우울증이 찾아와 힘들게 살았다”며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우들은 대부분 그렇게 지낸다. 50∼60대에 수술을 받고 이혼당한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하루하루를 어두운 그늘에 갇혀 지내던 소 단장은 예전에 치던 통기타를 꺼내 들고, 노래를 부르며 조금씩 밝아졌다. 그는 “다시 살아갈 희망이 생기며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유방암 환우들과 정보를 교환하며 ‘나는 다시 건강해졌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작은 음악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모임이 지금의 통노마로 발전했고,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omanmusicband)에 둥지를 틀어 350명의 회원이 모였다. 소 단장은 “다들 주부다 보니 집안일 하느라 시간을 잘 못 낸다. 우리 활동이 알려지며 찾는 곳이 점차 많아지는데 나이가 많고, 아픈 분들도 있어 공연 인원이 부족하다”며 “기타를 못 치더라도 카페에 가입하고 모임에 나오면 다른 역할로 봉사하며 기타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그룹 초창기 멤버인 김경수(60) 씨는 자궁을 들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그는 “많이 아팠지만 노래와 운동으로 이겨냈다”며 “2003년 수술을 받고, 직장을 다니다가 10년 전에 그만둔 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카페 활동을 하며 소 단장님을 알게 돼 그룹에 합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면 그게 더 큰 병이 된다”며 “요즘은 손주를 봐줘야 해서 시간을 내기 힘들지만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린다.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집안일을 빨리 하다 보면 운동 효과도 있다”고 소개했다.


김순희(56) 씨는 중심성망막변병증을 앓고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눈이 아픈 병이다. 그는 “이 병이 진행형이라 표시 안 나게 고통받고 있다”며 “2014년에 통노마에 들어왔는데 멤버들과 노래하는 날에는 통증이 전혀 없다. 병을 이겨내기 위해 집에서도 시간만 나면 기타 치며 노래한다”고 설명했다. 


▲  지난 7월 라이나전성기재단 ‘꿈의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통노마 밴드. 라이나전성기재단 제공


이들의 활동이 알려지며 뇌졸중을 앓고 있는 배용옥(62) 씨와 이영순(59) 씨, 박민선(64) 씨, 이은영(56) 씨, 임정은(54) 씨 등이 통노마에 합류했다. 

24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나와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던 이영순 씨는 2년 전 장사를 접었다. 이 씨는 “집에서 놀며 무료해하니 딸이 ‘기타를 배워보라’고 권했다”며 “별 관심이 없었지만 ‘기타 치면 치매도 안 온다’는 말을 듣고 집 근처 문화센터에 나가 기타를 배우며 통노마를 알게 돼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룹 활동 전에는 노래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젠 노래가 생활의 활력소가 됐다”며 “내가 그룹 활동하는 것을 보고 남편도 자극받아 라면도 잘 못 끓이던 사람이 일주일에 두 번 요리학원에 나간다”고 덧붙였다. 

박민선 씨는 그룹 활동을 하며 남편과 갈등을 겪은 일을 소개했다. 그는 “남편이 해 진 후 나가는 걸 싫어하는데 어느 날 공연을 하고 조금 늦게 집에 갔더니 현관문을 잠그고 안 열어주더라”며 “이틀 동안 안 들어가고 찜질방에서 지냈더니 놀랐는지 이제는 아무 말도 안 한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이어 “중학교 여름방학 때 수학 선생님께 기타를 배웠는데 몇 년 전에 올림픽공원에서 학생들이 기타 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어릴 적 추억을 끄집어내 다시 기타 치고 노래하니 삶에 생동감이 생긴다”며 “이 나이에 공연하는 걸 보고 친구들이 많이 부러워한다. 무대에 올라 환호하는 관중을 보면 행복해진다”고 자랑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배우고 싶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에 포기했다는 이은영 씨는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다가 아이들 다 키우고 용기를 내 기타 교습소에 갔다. 6년 정도 배우니 이제 웬만한 곡은 반주할 수 있는 실력이 됐다”며 “처음에는 집에서 기타 연습을 하면 남편이 시끄럽다며 집어치우라고 했는데 겨울에 태어난 남편 생일에 ‘겨울아이’를 불러줬더니 은근히 좋아하며 열심히 도와준다”고 말했다. 

한 달 전에 통노마에 합류한 임정은 씨는 “기타를 시작한 후 집 안 분위기가 밝아졌고 가족들도 즐거워한다”며 “다른 팀에서 실력을 쌓은 후 통노마에 들어왔다. 이 그룹이 꽤 유명해 들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관중의 연령대에 맞춰 ‘7080’ 가요부터 올드팝, 1990년대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풀어낸다. 통노마의 대표곡은 펄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이다. 또 민해경의 ‘사랑은 이제 그만’과 해바라기의 ‘어서 말을 해’도 자주 선곡한다. 나이 많은 관객을 위해서는 은방울자매의 ‘마포종점’과 한명숙의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를 부르고, 젊은이들이 모이면 왁스의 ‘머니’와 SG워너비의 ‘사랑해’로 분위기를 맞춘다. 

통노마의 공연 무대는 병원과 서울 거리, 한강공원 등이다. 소 단장은 “서울시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지원해 서울거리예술존 공연을 하고 있다. 또 강남구청 공연단에도 들어가 있다”며 “공연 때 모금을 해 유방암 환우를 위해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취미 생활도 노후 대책 목록에 들어가야 한다”며 “기타는 쉽게 배울 수 있고,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3개월 정도 배우면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연주할 수 있고 1년쯤 지나면 악보를 보며 웬만한 곡은 다 칠 수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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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에 사랑을 싣고… 여섯줄 선율로 다시 뛰는 ‘제2 인생’ (문화일보, 2018-08-24, 김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