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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자아닌, 97% 위한 수술 혁신 리브스메드 2022.02.14 조회수 316

 “서른여덟에 창업했기 때문에 조바심 났었습니다. 창업 설명회나 경진대회에선 고등학생도 있었어요. 그때 막 배달의 민족도 시작하는 시기였습니다. 다들 모바일 서비스하는데, 딥테크, 그것도 수술용 의료기구를 만든다고 하니. 조금 외로웠습니다. 멀뚱 멀뚱했어요. 6평짜리 방에서 3명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마음은 덜 불안했어요. 창업해야지, 창업해야지, 생각만 하다가 힘들어도 이제 하고 싶은걸 직접하니까요. 허우적대더라도 그 문제 안에 있을 때가 마음 편했습니다. 자려고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리브스메드는 시쳇말로 ‘앞으로 돈 벌 일만 남은 스타트업 0순위’다. 쫌아는기자들이 알 정도니,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일터다. 그 리브스메드의 창업가 이정주 대표는 카이스트(전자공학과) 93학번이고 서울대 의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했다. 고려대 의대 연구교수했다. 2012년(법인 설립 기준) 38살에 창업했다. 교수 창업이라, 화려한 줄로만 알았다. 대학 연구교수 연봉이 그렇게 박봉인지 몰랐다.

“창업 첫 활동이 특허 등록인데 돈이 없었어요. 첫째 아이의 금반지를 모두 팔아, 300만원 만들었어요. 특허등록 비용 댔습니다. 부잣집 아들처럼 생겼다고요? 외모요? 아뇨. 아버님은 지방에서 국어 선생님입니다. 어머님도 그냥 촌 사람이시죠. 그 분들은 사업하면 고생만 하고 망한다고 생각하시니, 대학 연구교수 그만두고 스타트업 세울 때 말씀 안 드렸어요. 걱정하실까봐. 작년에야 아버님께 ‘저, 실은 10년쯤 전에 교수 그만두고 지금 사업합니다’ 말씀드렸어요. 아버님은 ‘알고 있었다’고만 하세요. 아들 이름 검색해보셨나봐요. 웬만하면 아들이 얘기 했을 텐데 안 했으니까, 거기엔 이유가 있겠지하고 먼저 말하길 기다리셨다고.”

◇특허와 아이의 돌반지, 어느쪽이 더 가치있었을까

리브스메드는 복강경 수술 기구를 만듭니다만, 대표님은 인공심장을 공부하셨죠?

“학부는 카이스트 전자과를 나왔고요. 석사 박사를 서울대 의공학과에서 했습니다. 연구실이 인공심장이었습니다. 사람 생명과 직결되는 연구가 너무 좋았습니다. 꽤 열심히 했는데 문득 깨달은 게, 인공심장 연구해서 동물만 살리고 있더라고요. 공학 기술은 실험실에서 상품화 과정 거쳐 사람들에게 갑니다. 반면 의료기기는 임상시험이나 식약처 허가가 연구만큼이나 중요해요. 못 넘으면 인공심장 연구는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송아지만 살리는 거예요.”

“MBA와 연구 교수하면서 창업 준비했어요. 연구의 주된 성과는 인공심장이었죠. 기계식. 근데 창업 준비하면할수록 인공심장은 사업화하면 안 되는 아이템이더라고요. 너무 헤비해요. 시장이 작아요. 점점 스텐트와 같은 심장 내과적 치료 수단이 발전했죠. 세계적으로 말기 심장병 환자들이 줄어들었죠. 슬픈 얘기지만 인공심장은 엄청 비싼데 정작 그걸 살 수 있는 부자들은 심장병이 잘 안 걸립니다. 지금도 (보험 적용해도) 1억 넘습니다. 게다가 임상실험은 수십억원이예요. 인간에게 심장을 달아보는거니까요. 만약에 제가 미국 사람이었고 미국에서 창업했다면 도전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미국 인공 심장 벤처들은 그때도 투자받을 수 있었어요. 한국은 그때 3억 투자받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한국에서 스페이스엑스에 도전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돈 벌어서 제 돈으로 나중에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MBA 마쳤을때 와이프랑도 많이 싸웠죠. 와이프는 ‘교수할 것도 아닌데 삼성을 가야지, 왜 연구교수로 있냐’고요. 주변엔 삼성 가서 연봉 막 2배씩 받았으니까요. 연구교수 연봉은 3000만 원대였습니다. 그때가 2004년이었거든요. 지금도 비슷할 거예요. 물가가 올라서 한 4000만 원을 받으려나. 당시에 삼성간 친구들은 한 7000만원 받았거든요. 하지만 본래 창업 생각했었기 때문에 기반 기술을 제대로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MBA도 했죠. 박봉인데 그걸 그대로 다시 학비로.”

◇“어르신, 수술 포기하시고 하루 50만원씩 쓰시죠”, 그건 아니지 않나?

인공심장만큼이나 가치있는 아이템이 왜 복강경 수술 기구?

“인공심장을 포기하고서 찾은게 외과 수술 기구요. 인공심장만큼, 혹은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복강경 수술 기구입니다. 원래 수백 년 동안 개복 수술했죠. 배를 많이 열고 수술하니까, 암세포를 어떻게 떼어내느냐의 문제를 떠나, 수술 자체가 침습적이어서 환자한테 힘들어요. 배를 여니까, 상처가 크겠죠. 해법으로 나온게, 20세기 후반 복강 수술입니다. 구멍만 뚫고 가늘고 긴 수술 기구를 집어넣고 수술합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구멍 몇 개만 딱 있으니까 최소 침습 수술이라고 하죠. 옛날엔 의사도 꺼렸던 70대~90대 노인 환자도 수술해줍니다. 옛날엔 슬프지만 노인 환자분 수술을 의사들이 거절하곤 했어요. 암이 문제가 아니라 회복을 못하니까. 보호자에게 “어르신 수술하지 말고, 그냥 하루 50만 원씩 쓰게 하시라”고. 암 수술은 잘했는데 개복 때문에 회복 못 해 죽을 수 있다, 이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는 거죠. 수술비로 편히 쓰시다 가시는게 낫다는 겁니다.”

의사들은 배를 열지 않는 수술을 힘들어하나요? 왜요?

“복강경 수술은 환자에겐 좋은데 의사한테는 끔찍한 일이 돼버렸습니다. 수술 시간은 개복 수술보다 오래 걸립니다. 두 배 정도. 제한된 자유도라는 동작의 한계 때문입니다. 여기 환자가 누워 있다고 생각했을 때 구멍을 내고 긴 수술 기구를 집어넣죠. 문제는 개복 수술에서는 가능했던 여러 각도로 접근하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개복은 다 열어놓고 보니까, 모든 방향에서 수술이 가능한데 말이죠. 위암 수술때 정말 숙련된 의사들은 복강경 수술로 2시간에 하는데 만약 개복이었으면 1시간에서 1시간 반이면 끝나요. 사실 복강경 수술로 두 시간에 끝내는 분도 거의 없어요. 보통은 3~4시간요. 아직도 개복 수술만 고집하는 의사 선생님이 조금 남아있긴 하지만요.”

“1989년 미국 로컬 작은 병원에서 첫 복강경 수술이 있었어요. 미국 학회가 뒤집어졌습니다. 안전하지 않은 수술을 했다는 겁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 안전의 개념은 의사에게 있었어요. 많이 쨀수록 안전한 수술이란 개념이 있었죠. 많이 개복하고 해야 실수 없이 수술한다는. 의료 사고 없는 수술요. 안전한 수술이라는 말은 의사에게 안전한 수술이라는거죠. 89년 이후로 바뀌죠. 환자가 너무 좋아하니까. 왜냐하면 옛날에는 수술하면 일주일씩 입원했는데 복강 수술을 하면 하루 이틀만에 퇴원할 수 있습니다. 안전의 개념이 환자 쪽으로 넘어온게 복강경 수술요. 지금은 안전한 수술이라 그러면 우리는 쉽게 환자가 안전한 수술이구나 이해하지만 89년 전까지는 그런 거였어요.”

30억원짜리 다빈치 로봇의 혁신, 그 미국 스타트업은 시총 100조원이 넘죠?

 “안전의 개념이 의사에서 환자로 온건 좋은데, 이제 레지던트나 펠로우나 수술을 익히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생겼어요. 의사는 ‘수술 동작의 자유도를 잃었다’는 거죠. 그때 복강경 수술 기구는 일자형입니다. 일자형으로 들어와 자르니까 자를 수 없는 각도가 생깁니다. 환자는 모르지만 억지로 억지로 한 거예요. 정확하게 잘리지 않아요. 그때 나온 혁신이 다빈치 수술 로봇입니다. 끝에 관절이 있는 수술기구죠. (@다빈치는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개발한 의료용 로봇) 관절이 있으면 자유롭죠. 처음엔 위에서 밑으로 자르고, 또 올리면서 자르고. 원하는 각도와 방향으로 자유로운 수술 동작을 구현할 수 있으니까요.

 출처: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smb-venture/2022/02/14/7SKAI3ORRNAZVNUPHK2DQAWLEE/?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