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읽어보는
손바닥 영화 이야기
2020년 3월 영화 테마를 소개 합니다.
매주 수요일 시그나홀에서 만나는 <삼봉로 극장>을 글로 읽어보고 캠퍼스 회원끼리 영화 후기/관람 기대평을 댓글로 공유해 보세요~
단, 스포일러(영화 내용 및 결과 발설) 안돼요~!! |
▶ 3월 테마 ◀
"Best Films of the Decade(2010~19)"
<겟 아웃>, <트리 오브 라이프>, <멜랑콜리아>, <언더 더 스킨>
<겟 아웃>은 베스트 필름이자 동시대 가장 오락적이고 영향력 있는 영화이다. 샤이닝, 조스 등 수많은 영화의 컷을 연상시키는 레퍼런스의 향연인가하면 영화사상 가장 독창적인 심리적 공간인 성큰 플레이스(Suken Place)를 창조해냈다.
당신이 유일한 아시안인, 어느 파티에 초대되어 갔다고 가정하자. 당신 개인에 대한 궁금증은 없고 종족의 문화와 우수성에 대한 찬탄이 이어진다면 조심하라. 이 영화는 ‘Black is in Fashion’이라는 백인들의 찬탄과 숭배 뒤에 숨은 음모를 유머와 호러에 담은 러브스토리다. 사진작가인 주인공(흑인)은 백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여자 부모 집에 초대받아 간다. 이들은 모두 리버럴 엘리트, 인종차별이라고는 1도 없다.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자아도취적인 흑인 하인들이 있을 뿐….
<트리 오브 라이프>와 <멜랑콜리아>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걸작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영향권 아래에서, ‘영화인의 영화’로서 감독들의 추앙을 받는 영화이다. 두 작품 모두 2011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합을 벌였다. 로버트 드 니로를 심사위원장으로 구성된 그해의 선택은 <트리 오브 라이프> (테렌스 맬릭 감독).
50년대 텍사스를 배경으로 한, 가족영화이다. 상처를 입고도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는 나무처럼 감독의 자전적 유년기를 펼친다. 사랑과 자애의 표상인 어머니, 둔탁하지만 진솔한 아버지와 아들 3형제의 여름 오후 5시. 브래드 피트가 아기의 발을 어루만지는 포스터를 보고 <트리오브 라이프>를 택한 많은 관객들이 우주오페라 같은 10여 분의 시퀀스를 만나 당혹하거나 찬탄한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는 동명의 행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상황을 그린 재난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할리웃의 무수한 재난영화들이 얼마나 요란스러운 클리세인가 깨달아진다.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 앞에서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반목하던 가족들이 화해하고 용서하고, 누군가의 희생으로 끝내 아이를 구해내는 저간의 재난영화는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던가. 바그너에 바친 영화라는 평처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서곡이 감정선을 채우고, 늘상 반신반의하던 배우 크리스틴 던스트가 신경과민증 연기로 칸의 여우주연상을 받아 갔다. 라스 폰 트리에의 여주인공들이 다들 타 갔듯이.
<언더 더 스킨>은 마릴린 몬로의 현재형 스타 스칼렛 조핸슨의 성적인 이미지를 열광적으로 전시하는 영화이지만, 내용은 그렇게 말랑말랑하지 않다. 서유럽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스코틀랜드의 외곽,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름다운 여자가 남자들을 유혹하여 차에 태우는 전반부의 헌팅씬은 <택시 드라이브>를 연상시킨다.
<겟 아웃>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고 통쾌하지만 <트리오브 라이프>, <멜랑콜리아>, <언더 더 스킨>은 모두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설게 들리게 한다는 점, 수많은 해석이 가능한 개방성이 공통적이다. 그것은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의 목표이고, 이 영화들은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지난 10년의 최고작이 되었다.
※ 글:김현숙 강사(영화평론가, 외국인영화제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