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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전성기닷컴을 통해 열렸던 ‘랜선 캐럴 음악회’를 기억하시나요? 비록 한 공간에서 함께할 순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랜선’을 통해 총 12팀의 연주회를 감상하며 따뜻한 연말을 함께 했습니다. 그 가운데 투표 이벤트를 통해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3개 팀에는 총 상금 100만 원의 음악교육 장학금이 돌아가기도 했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이올린 활을 켜던 아이들, 독학만으로 멋진 기타 실력을 뽐낸 학생 모두 전성기 악기 기부 캠페인을 통해 전달된 악기로 실력을 갈고닦았기에 그 의미가 더 컸습니다.
랜선 음악회 참여부터 수상, 그리고 앞으로의 가슴 뛰는 계획을 한 번 들어봤습니다. 연주만큼이나 따뜻하고 훈훈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상금으로 또 다른 기부를 이어갈 거예요”
1등 경기 성남, 초원 교실 지역아동센터 김선희 센터장
센터 아이들이 49명인데 연주에 40명가량이 참여했어요. 단톡 방에 곡을 공유해 듣고 또 들으며 익혔지만, 코로나 때문에 함께 모여 연습할 수 없으니 한계가 있었죠. 몇 번 맞춰보지도 못하고 촬영한 탓에 클라리넷 소리가 너무 도드라지는 등 불협화음(?)이 나기도 했지만, 하얗게 단체복을 맞춰 입은 아이들이 간만에 신나게 웃고 즐기며 연주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조금 어설플지언정 아이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리는 게 오히려 더 진정성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녹화된 영상이 라이나 전성기재단 홈페이지에 올라가자 아이들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까지 온통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습니다. 영상에 우리 손녀가 나온다, 지금 ‘좋아요’ 수가 얼마다 하며 마치 대통령 선거 방송을 중개하듯 열심이었죠.
결국 최다 득표로 1등을 하자 뭔가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이들이 무척 기뻐했어요. 그간 지역 복지관, 노숙인 쉼터 등에서 연주회를 선보였는데 지난해에는 그럴 기회가 전혀 없어 아쉬웠거든요. 이번 음악회가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목표’가 된 듯했어요. 사실 저희 센터에는 평범한 친구들과 더불어 집중력이나 정서적 발달이 약간 떨어지는 친구들이 함께 어울리는데, 이 친구들이 음악을 배우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성남 아트센터 같은 큰 무대에 서 본 뒤로는 자존감마저 높아진 듯했죠. 이런 경험들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계속 활동을 이어가고 싶지만, 악기가 여의치 않아 늘 아쉬웠어요. 특히 유아용 첼로는 워낙 구하기가 어려운데 이번에 라이나전성기재단 악기 기부를 통해 여러 대가 들어와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료로 아이들에게 첼로를 가르쳐 주던 예고 학생, 강사를 파견해 주셨던 지역 기관들, 예산을 집행해 주신 경기도청 등 여러분들이 유의미한 도움을 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연주회를 통해 생긴 약간의 돈, 아이들의 용돈을 조금씩 모아 도움이 필요한 곳에 후원하곤 했습니다.
이번에 받은 상금 50만원 역시 기부금을 더 보태 장애인 그룹홈과 노숙인 기관, 보육시설 등에 조금씩 나눠 기부할 예정이에요. 아이들이 이런 ‘나눔’으로 세상이 조금 더 밝아진다는 점을 깨닫길 바랍니다.
“연주를 통해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대요”
2등 인천, 서로 사랑 지역아동센터 황성은 센터장
센터에서 악기 수업을 시작한 지 3년, 그동안 지역 주민을 위한 음악회는 열어봤어도 이렇게 홈페이지에서 모두가 볼 수 있는 음악회를 선보인 건 처음이었습니다. 더군다나 2등이라는 성과까지 거머쥐었으니 더 바랄 게 없죠. 흔한 캐럴을 피하기 위해 차이코프스키의 'Dance of the reed flute'이란 곡을 준비했는데 랜선 관람객들이 알아봐 주신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사실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지역복지관에 연습 공간 대여를 부탁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10인 이하로 인원 제한이 생겨 9명밖에 참여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현재 12~13명 가량의 아이들이 음악 교육을 받고 있지만 악기가 부족해 늘 돌아가며 연습을 했는데 이번에 라이나 악기 기부를 통해 바이올린과 첼로가 늘어나 1인 1악기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게 연습의 주효한 원동력이 됐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껏 어린이 재단이나 인천시 교육청 등에서 음악 수업을 지원해 주셔서 아이들이 연주로 희망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저희 센터 역시 소외 계층에 속하는 아동들이나 정서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일부 있는데, 늘 의기소침하고 자신이 없던 아이들이 연주를 하며 박수와 갈채를 받다 보니 이젠 뭐든 해보자는 쪽으로 변하더라고요.
무엇보다 그간 아이들을 이끈 선생님들이 고생이 많으셨는데, 그분들께 작은 음악회를 의뢰 드리는 용도로 상금을 쓸 생각입니다. 코로나로 연주 일자리나 연주 기회가 줄어든 선생님들께 작은 성의로나마 희망을 드리고 싶어요.
“멋진 기타리스트가 될게요”
3등 서울 비전 트리지역아동센터 윤주명 군
별다른 기대 없이 참가했는데 수상을 하게 돼서 놀랐어요. 무엇보다 응원의 댓글을 달아주시는 등 제 연주에 대해 사람들이 반응을 보여준다는 게 짜릿했어요. 자꾸 피드백을 받아야 발전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학교에서 방과 후 기타를 배우던 누나 덕분에 처음 기타에 호기심을 가졌고, 유튜브를 보며 혼자서 한 음 한 음 내보던 게 벌써 5년 전 일이네요.
1년간 꾸준히 용돈을 모아 15만 원 짜리 기타를 장만했을 때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는데, 연주 실력이 늘수록 음색이나 품질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죠. 그러다 작년 라이나 악기 기부 캠페인 덕에 근사한 기타를 선물 받아 한결 나아진 여건에서 연습할 수 있었습니다.
요즘도 하루에 5시간 이상은 꾸준히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데, 이번 상금으로 단 한 달 만이라도 전문가에게 레슨을 받아보며 잘못된 부분을 고쳐보고 싶어요. 학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음대 진학 여부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최선을 다해 연습해 보려고요. 멋진 기타리스트가 되는 그날을 꿈꿔 봅니다.
기획 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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