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돌봄이란, 눈물조차 좋은 것

기사 요약글

2023년 새롭게 시작된 자기돌봄캠프가 어느덧 한 달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남이섬의 아름다운 봄을 만끽하며100여명의 돌봄가족들이 자기돌봄의 시간을 함께 가졌는데요. 그 중 치매 어머니를 돌보고 계신 김선희 님은 자기돌봄캠프의 풍경과 이야기를 자신의 글로 정성스레 기록하여 온라인 카페에 공개해 많은 돌봄가족들에게 힐링의 기운을 전하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

 

 

 

# 날 좋은 날, 집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치노사모 .매노.인을 사.랑하는 모.>이라는 네이버 카페가 있습니다. 전국의 5만여명의 치매가족들이 돌봄 일상에 대한 위로와 공감부터 알아두면 쓸모있는 치매 간병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하는 온라인 공간이지요.

 

비록 얼굴은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치매 엄마를 돌보게 된 이후, 가장 의지하게 된 소통의 공간이 바로 이 곳이었는데, 지난 주 치매돌봄가족들과 함께 남이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전성기 자기돌봄캠프에 신청했습니다.

 

드디어 떠나는 날 아침, 엄마 식사와 약을 미리 준비해놓고 길을 나섭니다. 제가 사는 안산에서 출발지인 광화문까지는 2시간 가량 걸리지만, 발걸음만큼은 무척 가벼웠습니다.

 

도착하니 오늘 함께 여행을 떠나는 15명의 돌봄가족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드디어 출발, 10년만에 가보는 남이섬, 얼마나 변했을까 상상하며 남이섬 선착장에 도착했습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남이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스토리버스에 올랐습니다. 해설사 분의 설명을 들으며 남이섬 곳곳의 숲과 나무 동물들을 눈에 담습니다. 좋은 날, 아름다운 풍경 속에 와있는 것만으로도 무척 설렜습니다

 

 

# 남이섬 숲의 마스코트 공작새 # 생각보다 큽니다. 몸집도, 울음소리도

 

 

 

# 더 이상 흘릴 눈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스토리투어 버스는 우리를 점심식사 장소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뚝배기 불고기로 맛점을 하고본격적인 자기돌봄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심리상담 선생님과 함께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시간. 이야기를 들으며 자연스레 서로를 응원하고, 또 함께 분노도, 위로도 해주게 됩니다.

 

저는 이제 더 흘릴 눈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늘 처음 만난 이들 앞에서 엄마 이야기를 꺼내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고 목이 메이는지그런데 심리상담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눈물이 좋은 거라고. 화날 때는 화를 내고, 눈물이 날 때는 우는 게 좋은 거라고 말입니다.

 

감정을 잘못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 감정에 대해 자책하지 말고, 충실할 것.

우리 주보호자들이 꼭 명심했으면 하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환자들에게 화를 내자는 건 아니고요 ^^😉 ) 

 

 

# 밤이 되고 불이 켜지면 새로운 남이섬 # 우리만의 정원 

 

 

# 밤 산책의 특권  

 

 

심리상담 시간이 끝나고, 호텔 체크인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저녁 식사 시간. 삼겹살, 오리고기, 닭고기를 철판에 구워먹고, 후식 막국수까지 배불리 먹었습니다. 소화도 시키고, 저녁 시간을 그냥 룸에서 보내기에는 아쉬워 밤산책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종일 북적이던 남이섬의 관광객들 모두 배를 타고 나가기 때문에, 고요하고 아름다운 밤의 남이섬을 볼 수 있는 건 우리처럼 숙박하는 여행객들만의 특권이라고 합니다. 그 특권을 놓칠 수는 없지요.

 

오늘 하루 방을 같이 쓰게 된 룸메이트분은 아픈 가족을 돌보는 보호자인 동시에 본인도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고 있다고 하여, 내심 밤산책을 함께 나가는 것이 좀 무리일까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는데 되려 더 밝고 기쁘게 제 팔짱을 끼고 따라나섰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펼쳐진 남이섬의 밤풍경, 와우~ 낮보다 밤이 더 멋집니다!  

 

여운 가득했던 밤산책을 뒤로하고, 룸에 돌아와 맥주 한 잔과 못다한 수다의 시간. 새벽 1시까지 이렇게 마음 편하게 누군가와 얘기하고 맥주마시며 잠든 것이 얼마만의 일인가 싶습니다.

 

 

# 아침에 눈뜨자마자 방에서 본 남이섬 풍경 # 이런 힐링, 꼭 느껴보시길!

 

 

아픈 가족을 돌보는 사람에게 12일의 시간은 꿈 같은 일입니다. 집에 두고 온 엄마 걱정으로 마음이 무거운 순간이 없지 않았지만 나를 위한 충분한 시간, 불안도 죄책감도 없이 마음껏 울고 웃는 시간, 그동안 엄마를 돌보는 나에게 이런 시간이 꼭 필요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시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어떤 홍보나 목적없이 (처음에는 라이나전성기재단이니까 그런 우려를 조금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저 돌봄가족들의 힘듦과 수고를 헤아려주고자 하는 취지 하나만을 가지고 진행되는 캠프임을 느꼈습니다.

 

오늘도 고생하시는 많은 치매간병 가족 분들이 꼭 참여하셔서 그동안의 힘든 마음을 조금이라고 풀고 오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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