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70에 사진작가가 된 꽃할매

기사 요약글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나이는 정해져 있지 않다. 60대에 요리 선생을 마무리하고 취미로 시작한 사진을 통해 순수한 열정을 하루하루 쌓아 70대에 사진작가가 된 양영선 씨를 보면 누구나 불끈 용기를 얻게 된다.

기사 내용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원래 출장 요리와 요리 수업을 진행했던 터라 요리 사진을 찍기 위해 똑딱이 카메라를 구입했어요. 웬만한 요리 사진은 다 찍을 수 있었지만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이나 재료 특유의 반질반질한 질감을 살릴 수 없어 아쉬웠는데, 2011년 방배동 복지관에서 사진 교실이 열린다기에 아들이 사놓은 DSLR 카메라를 들고 찾아갔습니다. 저처럼 집 안에 굴러다니던 카메라를 들고 나온 사람이 많더라고요(웃음). 이후 동작문화원, 개별 사진 모임 등으로 옮겨다니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았죠.

 

 

어떻게 사진 촬영 기법을 터득했나요?

 

 

예를 들어 선생님과 일출을 찍으러 나가면 노출값은 얼마, 화이트 밸런스는 얼마로 잡아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내용을 꼼꼼히 노트에 적어뒀어요. 나중에 혼자 찍으면서 조절값에 따라 사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크하면서 찍으니 확실히 감이 생기더라고요.

 

기본기를 익힌 뒤에는 여러 사람과 함께 출사를 나가기도 하고, 찍은 작품을 슬라이드 화면에 띄워 어떤 부분을 어떻게 처리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는 식으로 회원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았죠. 그 과정에서 사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더 깊어졌어요.

 

 

공모전에 출품하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요. 한국사진작가협회 홈페이지(www.pask.net)에 들어가면 월별로 공모전 소식이 많이 올라오는데, 지정한 규격이나 형태에 맞춰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자연히 실력이 늘고 학교 다닐 때처럼 상을 타고 싶은 욕심도 생기죠. 객관적으로 자신의 사진 실력을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한국사진작가협회에서는 금상 4점, 은상 3점과 같이 수상할 때마다 점수를 부여하는데 총점 50점이 넘으면 정회원, 즉 작가로 인정하고 있어요. 저도 꾸준히 공모전에 도전해 총점을 채워서 작가가 됐지요. 공모전에 출품해 자기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빛의 변화에 따라 사물과 풍경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기막힌 장관을 조금이라도 멋지게 담으려는 욕심, 그 장관이 모니터에 펼쳐졌을 때의 기쁨, 또 SNS에 올려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즐거움도 굉장하죠.

 

저는 블로그에 그때그때 찍은 사진들을 올려놓는데, 그 자체가 삶의 기록이라는 점도 참 좋아요.

 

 

사진을 시작한 이후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원래 사람도 가려 만나고 외출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이었어요. 60세에 요리 일을 그만두고부터는 집에서 수놓고 바느질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죠. 그런데 사진을 하면서 뒤늦게 낯선 사람과 장소가 주는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어요.

 

어깨에 카메라 가방을 메고 덕수궁으로 경복궁으로 찾아다니다 보면 맨눈으로 볼 때는 몰랐던 계절의 세세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데, 그 자체가 힐링이 되더라고요. 함께 있는 동료보다 더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늘어난 활동량에 자연히 몸도 건강해진답니다.

 

자식들도 “우리 엄마 잘 놀고 있다”며 좋아하니 이보다 더 좋은 취미가 있을까 싶어요. 사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우울증에 시달렸겠죠.

 

 

사진작가로서 가장 기쁠 때는 전시회에서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때가 아닐까 싶어요.

 

 

저도 처음 4년간 촬영한 작품을 모아 홍대 부근의 커피숍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었어요. 전시회를 하기까지 ‘유명 작가도 아닌데 무슨 전시회까지 여느냐’고 남들이 흉보진 않을까 많이 걱정했어요.

 

그런데 부끄러움을 이기고 사람들을 초대해 막상 전시회를 열고 나니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기운을 받았거든요. 참 감사한 일이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는 미국에 사는 큰아들이 거실을 갤러리 삼아 제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어줬을 때 예요. 총 21점 중 6점이 팔렸는데, 황당하고 민망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이 나이에도 의미 있는 일에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앞으로 체력이 허락하는 한 더 많은 작품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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