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의 복합문화공간 6곳

기사 요약글

감춰져 있을수록 더욱 신비로운 법. 땅속 깊숙이 숨은 문화예술 공간을 찾아간다.

기사 내용

 

2000년 역사의 복합문화공간

루마니아 소금 광산

 

루마니아 투르다 지역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자리한 지하 세계가 있다. 바로 2000년의 역사를 가진 소금 광산이다.

약 100m 깊이의 소금 광산은 소금 채굴이 중단된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대피소로 그 후에는 치즈 저장고 등으로 사용되다가 1992년 박물관과 테마파크 등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모습을 바꿨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들어가면 서늘한 느낌에 몸을 움츠리게 된다. 내부는 항상 11~12℃, 습도는 80%를 유지하는데, 박테리아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라 그 덕에 호흡기질환 환자들 사이에서는 힐링의 장소로도 이름이 높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한쪽에 자리한 더 깊은 지하동굴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색의 소금 강이 넘실거리는데 배를 타고 돌아보며 광산의 장엄함을 경험할 수 있다.

TIP 

이곳에서는 탁구, 농구, 볼링 등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람차와 원형극장 등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문의 www.salinaturda.eu

 

 

 

히틀러의 지하 벙커

덴마크 티르피츠 박물관

 

덴마크 서쪽 블로반(Blåvand) 지역에는 땅속 깊이 숨겨진 티르피츠 박물관(Tirpitz Museum)이 있다. 이 박물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지은 지하 벙커를 개조한 곳으로 그 당시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꾸몄다.

땅 위로 솟은 벙커의 갈라진 작은 틈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온다. 박물관으로 들어가려면 긴 지하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터널을 지나면 통유리로 만든 네 개의 전시장을 볼 수 있는데, 전시장은 땅 위보다 밝고 규모도 웅장하다.

관람객들은 계단으로 이어진 각 공간을 이동하며 장소마다 숨겨져 있는 비밀 이야기를 사진, 예술 작품, 영상 작품 등으로 마주한다.

TIP

슬픈 역사를 말해주는 오래된 포탄부터 대포까지 전시되어 있다. 음성 가이드를 이용하면 생생하고 흥미로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문의 vardemuseerne.dk/museum/Tirpitz

 

 

 

분화구 속 천문대

미국 로덴 크레이터

 

“내가 꿈꾸던 열망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나의 꿈이 곧 당신의 경험이 되는 곳.”

미국의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은 애리조나주 사막에 자리한 로덴 분화구 안에 자신의 역작이 될 작품<로덴 크레이터>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제임스 터렐은 빛을 매개체로 작업하는 작가로, 로덴 크레이터는 그가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기금을 모으며 완성하고 있는 일종의 사막 천문대이자 예술 공간이다.

그는 분화구 안을 조각하며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을 만들고 있다. 목표는 스물한 개의 공간과 여섯 개의 터널을 만드는 것으로 현재 여섯 개의 공간이 완성됐다.

길이 2.7m, 너비 2.4m 규모의 긴 터널을 통과해야 만날 수 있는 ‘이스트 포털(East Portal)’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하늘 위로 뚫린 거대한 타원형의 창과 그곳으로 향하는 계단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로 다가가는 듯한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TIP

밤하늘의 별을 제대로 관찰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숙소도 있다. 그러나 정확한 주소가 없어 이곳에 가려면 제임스 터렐 작가의 허락 아래 안내를 받아야 한다.

문의 rodencrater.com

 

 

 

동굴을 복제한 동굴

프랑스 동굴예술센터

 

2017년 프랑스 몽티냑(Montignac)에 문을 연 동굴예술센터는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프랑스 남서쪽에 있는 라스코 동굴벽화를 다룬다.

라스코 동굴에는 구석기시대의 벽화가 존재하는데, 몽티냑의 동굴예술센터는 라스코 동굴의 역사적, 예술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라스코 동굴벽화의 원작 이미지를 복제한 곳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입구를 통과해 지하 계단을 따라가면 동굴을 복제한 설치작품이 등장한다. 3D 레이저 스캐닝으로 실제 벽화의 한 부분을 그대로 재현했다.

하이라이트는 총 900m 길이에 이르는 인공 동굴. 오래된 암석에 무려 25명의 작가가 벽화를 그려놓았는데, 지하 건물의 규모는 물론 거대한 작품 크기에 압도당한다.

TIP

지하 전시 공간과 더불어 지상도 꼼꼼히 둘러볼 것. 건물 뒤로 돌아가면 천장이 뚫린 좁은 통로가 나타나는데, 그곳에서 바라보는 푸른 하늘은 지하 공간에서 느낀 감동을 증폭시킨다.

문의 www.lascaux.fr

 

 

 

잔디밭 아래 숨은 비밀

독일 슈테델 뮤지엄

 

위에서 내려다보면 도트 무늬 카펫 같은 잔디밭에는 둥근 창 195개가 균일하게 퍼져 있다. 옆에서 바라보면 가슴처럼 볼록 솟아난 모양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자리한 슈테델 뮤지엄(Städel Museum)은 세계 각국의 건축가들에게 내부 전체 개조를 맡겼다. 그중 독일 건축 그룹 슈나이더+슈마허(Schneider+Schumacher)는 잔디밭 아래를 파 지하에 예술 작품 전시장을 만들었다.

둥근 유리창 195개를 내어 빛을 지하로 끌어들이고 밤에는 조명을 이용해 빛을 쏘아 올린다. 그들의 작업 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지하공간의 천장이 되는 땅의 표면을 물결치듯 곡선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덕분에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물은 형태만으로도 충분히 감각적이다. 계단부터 지하 바닥, 벽, 천장까지 모두 새하얗게 칠해 마치 신성한 공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TIP

2019년 1월 13일까지 옵아트의 창시자라 불리는 빅토르 바사렐리의 60년 회고전이 열릴 예정이다.

문의 www.staedelmuseum.de

 

 

 

지하 동굴 전시장

덴마크 시스테르네르네

 

덴마크의 동부 도시 프레데릭스베르(Frederiksberg)의 쇠네르마르켄 공원(Søndermarken Park) 아래에는 지하동굴이 있다. 덴마크에서 유일한 천연 동굴로, 동굴 안 빗물이 고여 만든 종유석, 석순 등이 발견되었다.

이곳은 원래 1600만 리터의 깨끗한 물을 저장해두던 저수지였는데 1933년에 식수 공급을 중단한 뒤 1996년 특별한 전시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시스테르네르네(Cisternerne)는 올해 초 건축가이자 예술가인 히로시 삼부이치(Hiroshi Sambuichi)가 지구온난화를 화두로 한 이끼 작품을 소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하로 쏟아지는 빛과 지하의 공기, 습도가 식물을 점점 자라게 만드는 작품인데, 어둠 속에서 한 줌의 빛이 비치고 푸른 식물이 호흡하는 신비로운 모습이 인스타그램을 타고 예술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TIP

11월 30일까지 덴마크 출신 작가 제페 헤인(Jeppe Hein)의 전시가 열린다. 관객과 어둠의 공간을 함께 비추는 대형 거울 작품 등 지하공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문의 www.frederiksbergmuseerne.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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