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 집값, 오를까vs내릴까

기사 요약글

부동산 가격이 연일 고공 행진 중이다. 지금은 어떤 집을 사야 하고 어떤 집을 팔아야 할까?

기사 내용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사람을 경제 전문가 정철진이 만났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대표적인 집값 상승론자다. 그는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약세론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 도심의 경우, 투자 기회가 남아 있다고 주장하는 거의 유일무이한 부동산 전문가다. 집값 상승을 예측한 책<뉴스테이 시대, 사야 할 집 팔아야 할 집>은 한 달여 만에 무려 4쇄를 찍었다.

 

더 오른다 투자는 서울 지역, 차익형으로

 

Q 박근혜 정부의‘뉴스테이 정책’이란 기본적으로 부동산 임대 시장에 기업들이 진입하도록 열어준다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이게 왜 향후 집값이 오르는 원인이 될 수 있나?

 

뉴스테이 정책은 그간 개인 임대 구도에서 기업들이 임대 주체로 들어와 임대 시장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데 목적이 있다. 여기에는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두 가지 긍정적 측면이 있다. 첫째는 도시 정비 활성화가 이루어져 서울 도심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임대 시장에 기업의 대규모 자금이 들어오면서 수급에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Q 양질의 임대주택이 도심에 건설되니 집을 더 구매하지 않을 것 아닌가. 그렇다면 호재가 아니라 악재일 텐데?

 

두 가지로 반박할 수 있다. 우선 뉴스테이라고 해서 모두 신규 아파트를 건설해 공급하지 않는다.‘매입형 뉴스테이’도 있어 기존 주택을 매입한 뒤 임대하기도 한다. 즉, 매매 시장 입장에서는 공급이 축소돼 가격 상승의 이유가 된다. 또 하나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뉴스테이‘과도기론’이다. 즉, 향후 10년간은 임대 시장도 발전하겠지만 국내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주택 보급률이 낮아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증가할 것이다. 그래서 집값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 

 

Q 지금 분양 물량이 너무 많아 공급과잉을 걱정하고 있는데 여전히 집이 부족하다는 것인가?

 

그렇다. 인구 대비 주택 수가 결코 많지 않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서 사용하는 부동산 지표인‘인구 1000명당 주택 수’를 보면 한국은 364채로, 미국(410채), 영국(439채), 일본(473채) 등에 비해 부족하다. 특히 서울과 경기는 347채와 337채로 전국 평균보다도 더 낮다. 정부는 2022년 주택 보급률 목표치를 109.7%로 잡고 있지만, 노후 주택 증가로 인한 멸실, 가구 수 증가와 가구 분파 등을 보면 101.9%까지 떨어질 수 있다. 게다가 지난 1986~1995년 공급된 아파트들의 재건축까지 고려하면 향후 10년간 매매 수요는 탄탄하다.

 

Q 그러나 지금 시장에선 2018년 최대 90만 가구의 입주가 몰려 집값이 급락하고 결국 이때부터 부동산은 장기 하락할 것이란 의견이 있다.

 

분명 2018년에 과다한 입주가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처럼 부동산 시장도‘알려진 리스크(위험)는 가격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지금 집값에는 이미 2018년에 이뤄질 우려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올해 초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0%로 떨어진 게 이를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2014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공급과잉이 이뤄진 것은 맞지만, 이 기간을 지난 2008년 말 세계금융위기 이후로 넓혀보면 장기 주택 공급 추이는 절대 부담스럽지 않다.

 

Q 2010~2012년에는 주택이 평균 이하로 공급됐다는 뜻인가?

 

그렇다. 하나 더. 이번 8.25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보면 핵심이‘향후 택지 공급을 줄여 주택 공급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18년, 2019년 일시적 과잉 입주가 일어날 수 있어도 이후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시장 참여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어서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Q 지금 매수를 하려고 한다면 어디를 추천하는가?

 

서울은 어디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올해 소규모 재건축 활성화와 빈집 재정비를 위한‘빈집 등 소규모 주택정비 특례법’이 통과되면 도심 정비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1기 신도시도 나쁘지 않다. 다만 수도권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가령 경기도 광명이냐 아니면 서울의 구로, 금천이냐고 하면 후자를 선택해야 한다.

 

Q 지금 강남 재건축 아파트와 위례, 광교 등 2기 신도시의 상승세가 가장 눈에 들어온다. 이 지역의 가격 추이는 어떻게 보고 있나?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단기 오버슈팅(일시적 폭등)이 나왔다고 본다. 숨 고르기 과정이 이어질 것이다. 지금 강남에 뛰어들기보다 서울 전체로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강북 지역도 기회가 있다고 본다. 이미 지금 알게 모르게 오르고 있다. 2기 신도시도 일단은 충분한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Q 혹시 지금이 부동산 버블의 고점 아닌가?

 

아직은 아니라고 본다. 최근 정부의‘8.25 가계부채 대책’이 역설적으로 사람들에게‘지금 집을 사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올 하반기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다면 이때는 강한 대책이 나올 필요가 있다(채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가격이 급락하는 게 아니라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버블 국면을 걱정하고 있었다).

 

Q 집값 상승 여력이 10년 정도 더 남아 있다면 집을 사는 게 더 나은 결정 아닌가?

 

그렇다. 정확히 말해 수익형 부동산 투자, 가령 오피스텔 투자가‘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기존 주택 매매보다‘덜 좋다’는 이야기다. 서울 부동산의 경우 아직도 시세 차익이 목적인 차익형 부동산이 더 매력적이다. 재건축이 임박한 아파트를 노리거나, 신축 아파트 근처의 2001~2007년식 아파트들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Q마지막으로 지금 사야 할 집, 그리고 팔아야 할 집을 말한다면?

 

‘도시 정비 사업을 사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부터 10년간은 서울 도심에 기회가 있다. 그런데 더 넓게 보면 도시 정비 사업에서 소외된 2001~2007년식 특별한 재건축 모멘텀(추진력)이 없는 아파트들도 투자가치가 있다. 일종의‘가격 키 맞추기’가 이뤄질 수 있다. 팔아야 할 집은 일단 수도권이다. 2기 신도시의 경우 현재 분양권 가격을 보면 매도 대상이다(그만큼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다). 그리고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큰 틀에서 팔아야 할 집이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덜 좋기’ 때문이다.

송인호 KDI(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

 

2017~2018년 닥칠 주택 공급과잉 우려를 가장 먼저 제기한 경제학자이다. 그는 집값 하락론자로, 향후 실질 주택 가격 하락에 대비해 가계대출 관리 방안에 있어 집단 대출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송 연구위원이 지난해 내놓은 주택 공급과잉과 관련한 연구보고서는 당일 주식시장까지 출렁이게 했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다.

 

2019년부터 내린다 투자는 임대 수익형으로

 

2017년 하반기부터, 특히 2018년 시장에 과다 입주 물량이 나온다는 것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이로 인해 집값이 하락한다고 주장했다.

 

공급과잉의 상황을 파악한 이상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연간 주택 공급량은 32~33만 가구 정도인데 2015년의 경우 착공 기준으로 공급량이 80만 호(오피스텔 포함)에 달한다. 그리고 올해도 거의 44만 가구 이상 신규 분양이 나온다. 그렇다면 주택 보급률이 119%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완공되고 입주하는 2018년에는 공급 대란이 올 수 있다.

 

Q 이번 가계부채 대책으로 2019년 이후에는 공급량이 줄어든다고 하니,‘버틸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일부에선 그런다.‘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난‘알아도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1990년대라면 분명 2년 정도의 주택 과다 공급을 시장이 받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집이 절대 부족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주택이 충분하게 공급됐다. 가령 20~30대라면 하루에 여섯 끼, 일곱 끼를 먹을 수 있지만, 60~70대는 하루 네 끼를 소화시키는 것도 엄청 버겁다. 시장이 받아낼 수 있는 임계치를 넘는다고 본다.

 

Q 2018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부동산은 완전히 꺾이는 것인가?

 

애초 내 분석은 부동산의 추세적 트렌드가 2019년부터 우하향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분석의 핵심은‘생산 가능 인구(15~64세) 감소’였다. 생산 가능 인구는 이미 2015년에 정점을 찍고 줄어들고 있는데, 이제 2020년 이후부터는 연간 10만 명 이상씩 줄어든다. 심각한 고령화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부동산 수요(매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집을 살 사람이 없으니까. 여기에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소득수준이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이 낮아 추세적 약세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어서 빨리 입주 물량을 지역적으로 세밀하게 파악해 준공, 등기, 입주 시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2018년 시장이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Q 지금 말을 들어보면 집 다 정리하고 이제 부동산은 쳐다보지도 말아야겠다(웃음).

 

이 부분도 정확히 해야겠다. 내가 말한 추세적 하락은‘평균’을 말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차익형 부동산’ 시대는 가고,‘수익형 부동산’ 시대가 오는 트렌드 전환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가령 강남 일부 지역 아파트는 추세적 약세에도 살아남을 것이다. 어쩌면 뉴욕 맨해튼보다 가격이 더 급등할 수 있다. 그런데 이건‘평균’은 아니지 않나. 그리고 약세라고 해서 10%, 20%, 30%씩 급락한다는 게 아니다. 명목 가격(매매가격)은 어떻게든 버티면서 서서히 하락하는 모습을 그릴 것이다.

 

Q 명목 가격의 급격한 하락이 없다면 부동산도 버틴다는 뜻 아닌가?

 

그래서 차익형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전환이 이뤄진다고 한 것이다. 쉽게 생각해 부동산을 구입하고 가격이 엄청 올라 그걸 팔아 차익을 남기는 시대가 끝났다는 거다. 이제 집이라는 존재는 주거 관점으로 바뀌고,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된다.‘투자’로 접근하려는 사람은 다른 곳에서 돈 벌 기회를 찾아야 한다. 체감하는 실질 가격은 결과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Q 그렇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에선 주택 보급률이나 공급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있다.

 

‘1000명당 주택 수’ 이야기는 그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주택 공급은 인구가 아닌 가구 개념으로 파악해야 한다. 가구 수와 비교해 주택 공급이 많은지 적은지를 봐야 한다. 지금 한국은 1인 가구가 빠르게 급증하는 가구 분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차익형 부동산에 호재라고 하는데, 이 또한 오류가 있다.

Q 가구 수 증대와 가구 분화는 부동산에 새로운 호재가 될 수 있는 거 아닌가?

 

1인 가구의 급증에 따른 가구 수 증가가 주택 시장 수요 전반에 미치는 힘은 크지 않다. 일단 1인 가구는 대부분 원룸, 빌라, 오피스텔 등에 대한 수요일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1인 가구 비중은 30대가 가장 높지만, 증가 속도로 보면 6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높다. 즉, 향후 1인 가구가 더 증가한다면 60대 이상이 주를 이룬다는 건데, 이들은 수요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보유한 주택을 팔거나 줄이는 주체이다. 결국 이제 한국의 주택 시장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수요 부족이 가장 큰 악재라고 생각해야 한다.

 

Q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인 뉴스테이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집값에 영향을 준다기보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패러다임 전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은 일반 아파트의 전셋값이 3억원인데 뉴스테이는 7천만원에서 1억원 사이다. 비싼 곳은 1억5천만원이다. 주거 안정에는 도움을 줄 것이다.

 

Q 뉴스테이가 잘 정착돼 임대 시장이 성장하면 기존 매매 시장에는 굉장한 악재 아닌가?

 

꼭 그렇지는 않다. 가령 미국을 예로 들면, 이곳은 임대 시장이 완전 정착돼 있지만 자가 보유율도 높다. 그럼 왜 미국 사람들은 집을 살까? 우선 주거 서비스를 누리는 측면이 있고, 다음으로는 매매 시장과 월세 시장이 서로 간 헤징을 해주기 때문이다. 즉, 집값이 오르면 상대적으로 월세의 실질 가격이 내려간다. 집값이 하락하면 이제 집주인은 월세를 올려서 수익을 맞춘다. 이 경우 자산가 입장에서는 집이란 자산을 보유할 만한 것이다. 지금 일본이 그렇다. 일본은 주택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월세 이율은 7~8%에 가깝다. 이런 모습이 바람직한데, 뉴스테이가 성공하면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다.

 

Q 앞서 대한민국 부동산은 차익형에서 수익형으로 전환된다고 했다. 그럼, 은퇴 세대에게는 오피스텔 투자 같은 게 괜찮은 건가?

 

미국의 은퇴자들의 자산 구조를 보면 실물과 금융의 비율이 5대5 정도가 된다. 하지만 우린 8대2 정도로 실물, 즉 부동산 비중이 높다. 집 한 채를 갖고 은퇴를 맞는다면 집을 처분하는 대신 주택연금을 활용해 금융을 자산화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임대 사업이 유망하다. 오피스텔 투자 등도 자산 가격의 변동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임대 수익은 올릴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지금 사야 할 집, 그리고 팔아야 할 집을 말한다면?

 

우선 실수요자라면 필요에 따라 집을 사면 된다. 선진국들은 주택 보급률이 120%를 넘어도 집을 산다. 자가 보유율도 높다. 집을 투자가 아닌 주거 서비스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적인 수요자 입장에서 살 집은 서울 강남이다. 그리고 오피스텔을 비롯한 수익형 부동산들도 이제 본격화될 것이라고 본다. 팔아야 할 집은 과도하게 웃돈이 붙은 분양권들이다. 양도세를 내더라도 당장 팔아야 한다. 또한‘학군재료’로 과도하게 오른 아파트도 팔아야 할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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