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은퇴준비는 퇴직하지 않는 것이다.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 713만 명 중 임금 근로자는 약 311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해마다 약 30~40만 명이 은퇴나 퇴직에 합류하고 있는 상황. 은퇴 시기가 되기도 전에 해고, 회사부도, 명예퇴직, 조직 개편 등으로 퇴직하는 경우도 중장년층의 40% 이상이 된다. 아쉽게도 직장에서 나가는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다는 인식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나쁜 뉴스만이 전부는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5월 기준 50대 이상 취업자가 800만 명이나 된다. 1991년에 비해 2배가 넘는 수치이며 취업자 3명 중 1명이 50대 이상이란 소리다. 한쪽에서는 퇴직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만큼 또 취업 또는 창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자, 여기서 희망의 끈을 잡아보자.
중장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과연 내가 다시 취업을 할 수 있느냐다. 이들의 취업은 경력과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나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뛰어난 스펙을 갖추고도 나이가 걸림돌이 되어 취업에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긍정적인 신호는 오히려 청년층보다 중장년층의 취업률과 고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가 2012년 10월 중견(소)기업 CEO 11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중장년 채용의 만족도는 52% 이상으로 높았으며, 향후 채용할 계획 역시 32.4%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한국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가 제공한 통계를 보더라도 ‘센터의 직업 서비스’의 문을 연 중장년의 수는 해마다 두 배씩 늘어나고 있으며 취업자 역시 작년 대비 70% 이상 증가했다. 오랫동안 구직 중인가? 일할 마음은 굴뚝 같은데 불러주는 곳이 없는가? 세상은 달라졌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일자리 창출도 많아졌다. 공공기관의 ‘취업센터’를 잘 활용하라는 얘기다. 만약 우리나라의 중장년, 그중에서도 대졸자 중장년의 취업을 돕는 기관이 몇 개나 있는지 알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반쯤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만약 용기를 내어 그 기관을 노크하고, 상담을 받고, 일자리 정보를 듣고, 기관에서 제공하는 따끈따끈한 취업 강의를 들어봤다면 이미 당신은 취업을 한 셈이라고 봐도 좋다. 현역 시절 자신의 경력을 살릴 만한 일자리에 도전할 기회도 많다. 대기업 부장 출신 퇴직자 A 씨는 지금 특성화고에서 직업 강의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 이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B 씨는 지금 한 중소업체의 영업 총괄이사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모두 다 지자체(서울시의 인생이모작센터 외)와 협회(무역협회, 전경련, 상공회의소 등)가 운영하는 중장년 일자리센터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었다. 중장년의 취업이야말로 ‘인맥’이나 ‘백그라운드’가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지인에게 취업을 부탁한 사람은 상처만 받기 일쑤다. 청년층 일자리도 부탁하기 힘든데 그 어떤 백그라운드가 중장년을 밀어 넣을 수 있단 말인가. 처음 취업했던 시절에 그랬듯이 다시 발품을 팔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중장년층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살려 취업할 수 있는 몇 가지 루트를 소개한다.
 

 

내 직종, 내 전문을 살려서 영원한 현역이 돼라
 

  • 경영/기획 분야 :조직과 시스템 개선, 글로벌 진출 경험을 높게 산다

    이 분야를 원하는 중소기업은 주로 경영(기획)총괄 임원을 찾는다. 중소기업의 경영총괄 임원은 실무와 현장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경력자를 요구한다. 즉 영업관리부터 생산관리, 구매, 재무, 문제해결 능력까지 다양한 경험과 기초 지식을 요구하는 것. 다른 직종과는 달리 취업보다 취업 후 적응이 더 중요하다. 조직과 시스템 개선, 매출과 생산성 개선 등에 대한 오너의 요구가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기업의 핵심과 연결된 분야여서 경력과 학위, 신규 사업 구축 능력,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글로벌 경험을 요구하는 것이 추세다. 이 분야는 나이가 50세 이상이라도 지원이 가능하며, 그 밖에 대기업체 경력자, 제조업체 경력자, 석사 이상의 학위, 외국어 능력 등이 있다면 경쟁력은 높아진다. 경력 관리를 위해 경영지도사자격증, 경영 컨설팅 교육, 강사 스킬 교육 등 퇴직 이후 지식 서비스 전문가 준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 회계/재무(CFO) 분야 :오너의 신뢰가 중요하다

    회계 분야 업체가 희망하는 구직자 연령은 주로 40~45세. 중소기업에서는 동종 업체 회계 경력자나 일정 규모의 매출이 있는 제조업체 결산 경험 경력자를 선호한다. 이 분야는 오너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기 때문에 주위 인맥을 통해 지원서를 받을 확률이 높다. 퇴직 전에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빌딩경영관리사, 주택관리사, 공인중개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재무 분야는 외국계 회사나 중견기업에서 주로 채용하며, 중소기업은 외형이 클 경우 재무관리자를 채용한다. 대개 중소기업은 재무와 회계가 분리되지 않아 재무관리자라도 재무보다는 회계 업무가 더 많고, 추가해서 인사와 총무 업무까지 담당할 가능성이 있다. 50세가 넘어도 취업은 가능하나 오너의 신뢰가 중요하다 보니 채용 과정이 길고 까다로워서 추천이나 인맥을 통하는 것이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연봉은 중소기업이라도 낮게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
     

  • 국내 영업 :수요는 많지만 매출 압박이 심하다

    다른 직종에 비해 취업 사이트에 올라오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편이다. 그만큼 영업직의 수요는 많다는 얘기. 또한 경기가 하강 곡선을 그릴수록 채용이 늘어나는 분야다. 국내 영업직의 취업은 역설적이게도 전 직장에서 ‘얼마나 퇴직 준비를 했느냐’에 달렸다. 거래처 발굴, 대인관계 등의 업무를 할 때 자신의 일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열정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것. 국내 영업직의 성과는 전 직장에서 닦아놓은 거래선(네크워크)의 폭과 매출 기여도에 따라 달라진다. 바로 숫자로 나타나기 때문에 압박이 가장 큰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중견 세대들의 경력과 경험을 이용하기 위해 영업관리 임원을 채용하려는 중소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나 오로지 영업맨이기보다는 경영, 재무, 기획까지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하는 추세다.
     

  • 인사/총무 분야 :커리어 전문가, 특성화고 강사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규모 중소기업은 대부분 오너가 인사·총무 업무를 함께 담당하며, 규모가 있는 중소기업은 재무관리자나 경영총괄 임원이 이 업무를 겸해서 담당한다. 이 분야는 40대 중반을 넘으면 채용이 감소하는 등 경력 단절이 빨리 오는데 채용이 있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영업과 연관된 일자리가 많은 편이다. 이 분야는 경력관리를 위해 주택관리사, 공공사업시설관리, 열관리, 소방안전관리 등의 자격증 취득, 취미와 특기를 이용한 1인 창업, 투잡·스리잡 등을 폭넓게 활용해야 한다. 그 밖에 정부기관, 공공기관, 민간기관 등에서 진행하는 특성화고 우수 강사, 산학협력 교수, 중소기업 컨설팅, 기업체 강사, 커리어 전문가, 헤드헌터, 취업지원관, 아웃소싱 관리자, 아파트 소장 등의 일을 선택할 수 있다.
     

  • 생산/품질/기술연구/공장장 분야 :가장 취업 문이 넓다

    생산 및 품질관리는 다른 직종에 비해 취업문이 넓은 편이며, 건강만 허락된다면 나이와 무관하게 오랫동안 일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구매-제조-품질-납품-재고-A/S 등 시스템 개선을 위한 오너의 요구가 많다 보니 공장 관리 및 본사 관리 경험을 보유한 대기업 퇴직자나 동종 업체의 경력자를 선호한다.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화학, 금속 등과 같은 잘나가는 업종이나 금형, 주물과 같은 뿌리산업 등은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이 쉬운 이유다. 기술사, 기사, 기능장 등 특정 분야 또는 특정 자격증, 인증 소지자일 경우는 나이가 60세가 넘어도 경쟁력이 있다.

    공장장은 어학 능력이 있으면서 엔지니어 출신이면 경쟁력이 더 높다. 공장장은 제조, 생산, 품질을 총괄하는 관리자로 최소 10년 이상의 경력과 관련 자격증, 채용하는 회사의 아이템을 취급한 경험이 있다면 취업에 유리하다. 다른 분야와 달리 연령이 높아도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및 해외 공장 신축과 이전, 제조 라인 증설에 공장장이필요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 수집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 해외영업/법인장 :지금 가장 각광받는 직종

    해외영업 분야는 중견(소)기업들의 해외 진출 증가와 정부 지원 등으로 인해 중견 세대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다년간의 해외 근무 경험, 실적 네트워크 등의 기반을 갖추었다면 50세가 넘어도 취업이 가능하다. 이 분야에서 좀 더 오랫동안 일하기 위해서는 물론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실력이 필요하다. 50세 이전에 해외법인 경영자(법인장)로 경험을 쌓아가는 것도 장기적인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된다. 해외법인 경영자(법인장)는 해외법인을 운영한 경력이 5년이상이면 취업에 좀 더 유리할 수 있다. 해외 주재나 해외근무 경험이 많은 경력자는 중소기업청, 코트라, 코이카, 한국무역협회 등에서 모집하는 중소기업 자문, 개도국 파견 컨설턴트, 해외 봉사자 등으로 활동할 수 있으며, 모집 연령도 대부분 50세 이상이라 기회가 많은 편이다.

 

 

호텔리어에서 특성화고 선생님으로 마이스터고 교사 강동수

강동수


“취업 못하고 졸업하면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게 될 학생이 있었어요. 취직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회사 대표를 찾아갔지요.‘스펙만 보지 말고, 미래를 봐 달라’고 설득했는데, 취직이 되더라고요.”

강동수 씨의 직함은 ‘선생님’이다. 하지만 그가 사범대학을 졸업한 것은 아니다.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 현장 전문가를 파견하는 산업체 우수 강사 사업을 통해 학교에 오게 됐고, 현재는 동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관광 분야로 취업하려는 학생들의 진로 개척을 돕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그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20여 년간 몸담았던 호텔에서 명예퇴직을 해야 했다. 어머니마저 뇌출혈로 쓰러졌다. 그는 “사정이 어려운 회사에서 버티느니 새로운 길을 찾자고 나왔는데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퇴직 2년 전부터 미래를 위한 준비를 조금씩 해왔기 때문이다. “호텔에 근무할 때 외국 고객들로부터‘당신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사람을 편하게 해주니 남을 가르치는 일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언젠가 다른 일을 한다면 가르치는 일을 해보자’며 건국대 연구소로 강의법을 배우러 다녔어요. 강의실 칠판을 닦고 출석부를 가져다주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강의법을 배운 거죠.”
퇴직 후 1년 6개월, 길이 열렸다. 호텔업계 경력을 높이 산 한 지방대학에서 그에게 시간강사직을 제안했다. 전 직장의 추천으로 산업체 우수 강사의 길을 걷게 된 것도 그 무렵이다. 그는 그렇게 대일관광고등학교, 서울관광고등학교를 거쳐 현재의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강동수 씨가 교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20여 년 호텔에서 익힌 대인관계 기술 덕이다. 서비스업 특유 인사법을 가미한 인성교육, 기업체 인사 담당자를 만나면 요구 사항을 늘어놓기 전에 “무엇이 필요하신가요?”부터 묻는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은 그의 전매특허다. 그는 “인사하고 웃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하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밝아지는 것 같다”며 “주변에서 이런 점을 좋게 봐서 꾸준히 저를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위기를 딛고 일어난 그는 “지난 경험과 성실한 인간관계가 평생 현역이 되기 위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사범대학을 나오지 않은 제가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서비스업 경험 덕이잖아요. 경험은 우리를 전문가로 만들어주는 중요한 자산인 것 같아요. 새로운 출발을 할 때 그 자산을 활용하면 좀 더 쉽지 않을까요? 여기에 인간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분 한 분 성실하게 대하다 보니 좋은 자리 추천도 많아지고 기회가 더 늘어나는 것을 제가 경험했거든요.”

 

상사맨에서 수출 상담사로 프리랜서 상담사 김윤호

김윤호


“누군가 리타이어는 은퇴가 아니라 타이어(tire)를 교체하는 것, 즉 지금까지 달려온 자동차를 정비해 새롭게 달려야 할 시기라고 한 말에 동의합니다.”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김윤호 씨의 첫 번째 질주는 무역업이었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종합무역상사에 들어갔다.
“70년대 말 80년대 초는 국가적으로 수출드라이브를 걸던 시기라 무역상사에 들어가는 게 대학생들의 최고 인기 직업이었다”는 게 이유였다. 사회생활은 계단을 오르듯 이루어졌다. 대리를 거쳐 부장까지 차곡차곡 승진했고, 해외 지사 근무도 경험했다. 종착점에는 꿈에 그리던 무역회사의 창업이 있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 만에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사정상 사업도 정리하게 됐다. 25년 몸담았던 무역업에 마침표를 찍은 그는 어머니 치료에 필요한 건강 지식을 모으러 다녔다. “어머님의 병간호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꽤 많은 지식이 쌓였더라고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며 살자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먹고사는 게 현실적
딜레마로 다가왔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역과 관련된 일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은 건강 관련 지식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택한다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어느 정도 수입이 보장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은 병행이었다. 결심이 서자 그는 대· 중소기업협력재단 시니어 자문위원, 수출입 멘토, 산업체 우수 강사 등 이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을 부지런히 찾았다. 25년 경력의 무역업자였던 그가 파트타임 상담사로 재취업을 시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수출애로상담센터 수출전문위원이 됐다. 현재 그는 정규직은 아니지만 수출입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업체에게 자신의 경험과 KOTRA의 다양한 제도를 들려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체 등에서 생활 건강 강의도 하고 있다. “건강 강의는 젊은 시절에 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준비해야 했어요. 자격증 공부도 열심히 했고, 강의법을 벤치마킹하려고 찾아간 곳도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과거의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물 흐르듯 수월하게 이뤄졌던 무역 상담직과는 다르죠.”
그는 “평생 현역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스펙을 부단히 쌓아야 한다”고 했다. “평생 현역이 되려면 건강은 기본입니다. 목표는 과거보다도 더 뚜렷해야 하고, 그것을 이루는 데 필요한 다양한 스펙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 역시 현재는 일을 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앞날을 위해 다른 준비도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끊임없이 자신을 내려놔야만 평생 현역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은행장에서 운동처방사로 운동처방연구소 소장 민찬기

민찬기


“IMF 여파로 은행들이 많이 어려워지면서 2003년 비자발적 퇴직을 하게 됐어요. 마흔일곱 살의 일이었죠. 가장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해야 할 나이에 명퇴라니 동료 중엔 화병으로 죽는 이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충격을 받았죠.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 살 길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은행 밖은 말 그대로 정글이었다. 늘 펜대를 잡았던 그가 물탱크 회사에서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그 속에서도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젊은이들의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행복을 느끼지 못하니 직업도 안정되지 못했다. 지인의 소개로 중소기업 대표도 지냈지만 문득 무력감과 고독함이 찾아왔다. 무엇보다 정체성 회복이 필요한 시점. 그는 운동을 택했다.
“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자’고 결심했죠.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여러 운동 이론을 연구해왔던 터라 운동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철학을 정립시키고 독학으로 컴퓨터, 경영 능력을 올렸죠. 서툰 과정이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집중력 있게 준비했습니다.” 2010년 3월 본격적인 사업 구상을 시작한 민찬기 소장은 1인 창업을 지원하는 소상공인진흥원 시니어 창업스쿨 전문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하고 곧바로 민찬기운동처방연구소를 개소했다. 지금은 연구소 외에 비자발적 은퇴자를 위한 전문 강사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좋아하는 운동을 업으로 삼았더니 시간 투자를 많이 하게 돼요. 좋아하는 일이라 그런지 행복합니다. 다른 사람이 따라올 수 없는 자부심이죠. 시간이 흐르면서 열정이 점점 발효되고 있달까요.” 민찬기 소장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미니 피트니스 스튜디오를 계획 중이고 운동 관련 책을 집필할 예정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은퇴를 고민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창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평생교육사를 취득해 후진 양성 계획도 세워뒀다.
“은퇴를 앞둔 심정은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러나 걱정만 할게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 하나는 궤도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합니다. 은퇴 후에도 출퇴근할 때의 리듬에 맞춰 생활해야 합니다. 휴식도 좋지만 생명줄을 놓아버리면 어느새 뒷방 노인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는 생활만 유지하면 생각보다 즐거운 삶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대기업 상사맨에서 조명 전문회사 본부장으로 (주)백산엘엔티 해외영업본부장 김성학

김성학


김성학 씨는 원래 대기업의 상사맨이었다. 16년간 세계 각국을 돌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고 철강, 직물, 화학, 특수물자 등 안 팔아본 물건이 없을 정도였다. 두바이 주재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직접 현지법인을 차린 뒤에는 국내산 철강, 음료, 직물 등을 중동 지역에 수출하기도 했는데 그 규모가 무려 300만 달러였다. 파죽지세로 사업을 확장해가던, 그가 다시 한국에 들어온 건 2009년. 장밋빛 미래를 약속해줄 것만 같았던 사업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휘청거렸고 결국 사업을 정리하고 돌아와 다시 플랜트 장비 업체에 취직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주에서 고용인으로 신분이 바뀌었지만 늘 회사 일에 최선을 다했다. 인도네시아, 인도, 러시아 등의 수출 시장을 개척했고, 기존 거래선들을 빈틈없이 관리해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예상 밖의 변수는 늘 도사리고 있는 법. 회사의 경영난을 해소하고자 몇몇 부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가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으니 그 막막함이 오죽했을까 싶지만 그는 주저앉아 한탄하기보단 적극적으로 다음‘스텝’을 모색하는 방향을 택했다. “나이 생각을 안 할 순 없었지만 그래도 내가 28년간 해온 일이 해외영업 아니겠어요. 늘 이력서를 가지고 다니면서 관련 기관에 문을 두드렸죠. 중소기업진흥공단도 찾아가고 무역협회 취업장년센터도 찾아다니면서‘지금껏 이런 일을 했으니 마땅한 데 없겠느냐’고 물었어요. 물고기를 잡으려면 미끼를 던져야지 그냥 ‘잡고 싶다’ 구경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렇게 뿌려놓은 떡밥 중에 그래도 하나씩은 걸리더라고요.”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수출 전문가로 등록되는가 하면 무역협회에서 중소기업 해외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할 기회가 주어지는 등‘일이 풀릴 기미’는 계속해서 보였다. 급기야 무역협회 주관 재도약 교육프로그램을 받은 뒤에는 조명 전문회사에 떡하니 취직해‘명함 내미는 삶’을 되찾았다.‘해외 출장’을 준비하며 다시금 일에 대한 열망을 불태우고 있는 그는 왕년의 전성기를 되찾은 듯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판로 개척을 위해 해외영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필요했고, 그의 입장에서는‘아직도’ 팔팔한 자신의 열정을 불태울 직장이 필요했으니 찾아보면 수지 타산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꼭 있다. 매사 담백해진 그는 자존심 때문에 자격지심 때문에 아무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좌절감을 느끼게 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한다.“내가 예전엔 잘나갔는데 하는 자존심을 세우기 시작하면 발 디딜 자리조차 없어요. 일단 출발을 해야 걷든 뛰든 할 수 있지 않겠어요? 서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순간에도 시간은 흘러간답니다.”

 

한국무역협회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를 아시나요? 40세 이상 퇴직자 또는 퇴직 예정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2010년 문을 연 이래 고용노동부 사업평가 3년 연속 A등급(최우수기관), 2013년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한국무역협회라는 기관의 특성을 살려 해외영업 및 퇴직 기술 인력의 취업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 취업 사이트인 잡투게더 (www.jobtogether.net)를 운영하면서 청· 중장년 취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20명 소규모로 3일 동안 20시간의 취업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오랫동안 구직만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력서와 면접도 난관이다. 센터는 중장년재도약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마음가짐, 면접 요령, 이력서 쓰기 등 100% 실전 강의를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강남구 영동대로(삼성동) 511 무역센터 트레이드타워 3층 문의 02-6000-5396~7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지역별 연락처
 

지역 기관명 소재지 연락처
서울 서울시인생이모작센터 서울 은평구 녹번동 5-29 02-389-8891
한국무역협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삼성동) 무역센터 트레이드타워 3층 02-6000-5396
노사발전재단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130 별정 우체국연금관리단빌딩 6층 02-6021-1120
전국경제인연합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4 02-6336-0613
인천 노사발전재단 인천 인천 남동구 남동대로 215번길 30 032-260-3806
경기 고양상공회의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 1275 031-969-5817
대전 대전 경총 대전 중구 계백로 1712 042-253-7051
부산 부산 경총 부산 부산진구 범일로 176 051-647-0452
광주 광주 경총 광주 남구 중앙로 87 062-654-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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