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토론 - 20대 총선 결과 여야 평가 편

기사 요약글

지난 4월 13일 치러진 20대 총선 결과는 민심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내년 대선의 향방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낳고 있다.

기사 내용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새누리당 정진석 당선인과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인 이철희 당선인을 만나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국에 대해 물었다.

 

새누리당정진석당선인에게 묻다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보십니까?

(방송사들의) 출구조사를 보고 경악했습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당이 제2당으로 전락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아닙니까?‘새누리당은 최소한 과반수는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결과는 참담했어요.‘야권 분열이 곧 여권의 필승’이라는 안일한 인식에 젖어 있었지요. 우리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전략적인 투표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길러졌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정치 평론가도, 언론인도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한 사람이 없었는데 국민들이 뒤통수를 때린 것입니다. 여당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해요. 표심을 좀 더 분석해보면 수도권 초토화와 영남에서의 민심 이반이 확인됐는데, 그나마 충청도와 강원도에서 선전하지 않았다면 100석 이하가 됐을 것입니다. 앞으로 충청권을 비롯한 중부권 당선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20대 국회에서 꼭 하고 싶은 입법이 있다면?

‘백제역사 문화도시 조성 특별법’을 만드는 것입니다. 2002년 초선 국회의원 시절 문광위에서 처음으로 백제 역사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촉구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씨앗을 뿌렸어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제대로 추진이 안 됐는데, 정무수석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모시고 부여에 갔었습니다. 그 자리에서“박정희 대통령은 차관까지 들여다가 경주 신라 문화권에 투자했다. 백제 문화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곧바로 추진단이 구성됐습니다. 그때 액셀을 밟아서 박근혜 정부에서 꽃을 피운 것입니다. 이제는 그에 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백제 역사 유적을 발굴· 연구· 보존· 계승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의 국가정책을 뒷받침하고자 합니다. 국가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길을 열어 관광산업 발전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새누리당이 참패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공천 파동이다’‘막장 공천이다’ 이런 모습들이 집토끼를 달아나게 한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누가 뭐래도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 것이에요. 국민들께서 표로 심판한 이 현실을 겸허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는 당선됐지만 마음은 무겁습니다.

 

새누리당 상황이 복잡합니다. 수습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엄중한 국면을 타개해 나가야 하는데, 전당대회까지가 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친박이니 비박이니 갑론을박이 나오는데 이것부터가 못마땅합니다. 계파 분열 때문에 이 지경이 됐는데 수습책도 계파 차원에서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 싶어요. 계파 해체 선언을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혼연일체가 돼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에 계파 나눠 먹기가 온당한 해법인지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냉정한 반성과 진단도 있어야 합니다.

 

평소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진인사대천명’입니다. 확신이 서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저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목표는 무엇입니까?

‘국태민안’입니다. 나라를 키우고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인데 이것보다 우선할 수 있는 지향은 없습니다. 또 강자의 편에 서서 정치를 하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도 많이 누려온 사람입니다. 더 누려야겠다는 욕망이나 욕심은 없어요. 빚을 진 사람인 만큼 그 빚을 갚겠습니다. 정치는 보답입니다. 성심을 다해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철희당선인에게 묻다

총선 결과 더민주가 제1당이 됐습니다. 총선 결과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합니까?

숙제가 많은 선거였습니다. 우리가 잘해서 이긴 선거라고 말하기 어렵고 선의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의당이 상당히 약진했다는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당의 전략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그런대로 전략적 대응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처음부터 내걸었던 것이‘경제심판론’이었습니다. 이 기조는 한 번도 흔들지 않았습니다. 선거 직전에 발생한 북한 핵실험, 로켓 발사 시험을 주 쟁점으로 삼자는 것을 물리쳤고, 진경준 사건 같은 문제 또한 쟁점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더 크게 보면 민주주의 후퇴 같은 프레임보다는 먹고사는 문제 프레임에 집중했지요. 저는 그 프레임이 먹혔다고 봅니다.‘문제는 경제다, 정답은 투표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먹고사는 문제에 천착했기에 20대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왔다고 봅니다. 메시지를 경제심판론으로 집중시켰지요. 나름대로 전략적 대응을 잘했다고 자평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역할을 둘러싸고 말이 많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총선은 미래 권력 싸움입니다. 미래 권력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선거 전략의 핵심이지요. 새누리당은 그게 없었습니다. 더민주의 경우는 당이 분당 사태까지 간 책임론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가 전국을 휘저을 수 없는 조건이었어요. 상대적으로 굉장히 자유롭게 움직인 사람이 안철수였습니다. 1당과 2당의 대선 주자는 무력하거나 손발이 묶여 있는 상태에서 안철수 대표만 종횡무진한 것이 상당히 힘을 발휘했습니다. 문 전 대표가 구조적으로 자유롭게 전국을 휘젓고 다니기 힘든 조건이 있기는 했지만 어느 시점엔가 이것을 풀었어야 했습니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이슈로 부각시킨 것은 우리 실수였습니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이 성과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계량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가고 난 뒤 실제로 민심이 움직였어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봅니다.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우려를 불식시키는 성공을 이뤄낸 것이 사실입니다. 리더라면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안 대표가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대권과 관련해서 보면 숙제도 큽니다. 의석이 주로 호남에서 나왔다고 말하면 국민의당은 정당 투표에서 더민주를 앞섰다고 반박합니다. 그런데 총선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율에서 더민주가 국민의당을 앞섰어요. 호남 민심의 핵심은 우리가 90% 밀어줬는데 왜 대선에서 졌냐는 것입니다.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표를 만들어 올 수 있는 힘을 보여 달라는 것이지요. 똑같이 보면 안철수 대표에게도 호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집권 가능한 표를 얻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의석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영남에서 하나도 없잖아요. 국민의당에 대한 정당 투표도 더민주가 싫어서, 새누리당이 싫어서 간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안철수 대표는 대선 후보로서의 전국적 기반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 하는 숙제가 커졌어요. 한편으로는 호남을 석권한 것이 비호남 지역을 공략하는 데 오히려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풀지 못하면 이기는 후보가 되기 어렵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야권 연대, 야권 통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번 총선 결과가 시사하는 것 중 하나가 다음 대선이 문재인이냐 안철수냐 하는 범주를 넘었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인식해야 하는 것이 둘이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니라 제3, 4 후보가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완전히 전국을 제패할 힘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후보가 김부겸, 박원순, 손학규, 안희정일 수도 있습니다. 야권 후보군이 넓어졌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사람으로만 팬덤화되면 야당이 지리멸렬화될 수도 있지요. 당분간 대선 게임에 빠져들면 안 됩니다. 인물 경쟁, 대권 게임 논리를 빼놓고 진영 전체를 어떻게 잘 공고히 하느냐, 안정화시킬 것이냐, 원내 과반 의석을 받은 야권이 이른바 협치를 해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냐에 집중하는 것이 맞습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재역전당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좌우명이 궁금합니다.

에릭 홉스봄이 말한‘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말을 아주 좋아합니다. 정주영 회장이 말한‘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가장 생각을 많이 한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경구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생각의 힘을 강조한 말인데 저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또‘독한 마음으로 착하게 살자’는 말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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