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의 얼굴 김완선 편

기사 요약글

영원히 철부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기사 내용

데뷔 30주년을 맞았는데 잘 믿겨지지 않네요.
한 3년밖에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30년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아요. 열일곱 살 소녀가 축지법을 써서 내일모레면 오십 세가 되는 중년으로 날아온 느낌이랄까. 저 스스로가 30주년을 맞은 가수라고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퍼요. 30년이란 세월 동안 한 가지 일을 했으면 엄청난 내공을 쌓았어야 할 텐데 저는 뭐 해놓은 게 없거든요. ‘일신우일신’이라고 해마다 조금씩 발전한 모습을 팬 여러분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요.

음악에 대한 욕심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잘나가는 스타 작곡가들과 할 수도 있었는데 안전하고 익숙한 음악을 저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 데뷔 무렵에도 저에게 음악은 늘 중요한 요소였어요. 1집과 2집은 생전 다른 사람에게 곡을 주지 않았던 산울림 김창훈 선배 곡이었고, 3집은 그 당시 미국에 계시면서 활동을 쉬고 계셨던 이장희 선생님 곡이었어요. 또 신중현 선생님 곡도 받았고요. 5집과 6집은 그 당시 한 번도 곡을 써본 적이 없는 손무현과 작업했잖아요? 1백만 장 이상 팔린 앨범도 내봤으니 이제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해봐야죠.

부모님이 결혼을 서두르지는 않나요?
부모님은 울릉도에 놀러 가셨다가 너무 좋다면서 몇 년간 눌러사시는 분들이죠. 그만큼 낙천적이고 낭만적인 분들이거든요. 최근에 저의 집 근처로 이사 오셨는데 언니들이 다 결혼해서인지 다행히 결혼 얘기는 잘 안 하세요. 제가 딸 다섯 중에서 셋째 딸이거든요. 왜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는. 막냇동생도 결혼해서 제 옆집에 살아요. 조카만 여섯 명이다 보니 아이에 대한 갈증도 좀 덜하죠.

어떤 경우에 나이가 느껴지나요?
보통 때는 나이를 잊고 살아요. 그런데 숫자라는 게 묘해서 문득 그 숫자를 확인하면 어쩌다 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됐을까 한숨도 나와요. 그리고 가끔 거울을 보다가 내 얼굴에서도 이제 세월이 느껴지는구나 생각해요. 그런데 결혼을 안 하고 자식도 없어서인지 아직 철이 없어요, 또 철들고 싶지도 않고요. 영원히 철부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전성기는 언제라고 생각하나요?
팬들은 제가 한창 활동하던 1990년대를 전성기로 꼽겠죠. 그런데 저는 ‘지금 이 순간’이 전성기인 것 같아요. 나이가 주는 선물은 편안함인 것 같아요. 젊었을 때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소중해지고,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는 지금의 제가 너무 좋아요. 음악이나 무대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서 좋고요.

<헤이데이> 독자 여러분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봄입니다. 인생에서 봄은 중년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기나 청년기가 너무나 많은 고민과 공부 그리고 일 때문에 좋은 줄 모르고 힘들게 지나가잖아요. 그렇지만 중년엔 고민도 적당히 나눌 줄 알고, 사회적으로도 여유를 갖게 되는 시기이죠. 그러니 이 봄을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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