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석 편

기사 요약글

새로운 작품을 한다는 건, 이사를 가거나 직장을 옮기는 느낌이에요.

기사 내용

드라마 <딱 너 같은 딸> 종영 후 어떻게 지냈나요?
드라마 끝나자마자 청룡영화상 심사위원을 하느라 2주를 보냈고 그다음에는 국내 여행을 하느라 2주를 보냈네요. 해남, 대구 등 지인이 있는 곳도 들르고 발길 가는 대로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자유로운 여행을 좋아해서 계획 없이 천천히 다녔지요. 아내와 베트남 다낭과 할롱베이도 다녀왔어요. 2016년엔 아들과 미국 서부 지역을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작품이 없을 때는 일부러 여행을 자주 다니려고 노력하나요?
배우는 잊어야 사는 직업이거든요. 새로운 세상 속의 새로운 인물과 만나는 게 우리 일인데 이전의 캐릭터를 비우지 않으면 그 이미지들이 겹치게 됩니다. 시간이 많을 때는 이렇게 여행으로 비우고 시간이 없어 1~2주 만에 새로운 작품에 들어가야 할 때는 매일 헤어 나올 수 없을 정도로 술을 마셔요(웃음).

2015년은 <딱 너 같은 딸> 에서 주부 아버지 소판석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고 화가 마크 로스코에 대한 연극 <레드> 에도 도전했습니다. 한 해를 돌이켜보면 어떤가요?
재밌게 잘 산 것 같네요. 제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런 면에서 보면 매우 감사한 2015년이었지요. 아쉬운 건 연극을 연습할 시간이 3주밖에 안 돼서 초반에 제대로 못한 겁니다. 위대한 예술가의 사상을 얘기해야 하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정말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연극 중 제일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지만 그 고통 때문에 얻은 것도 많았지요. 다행히 그다음에 들어간 드라마 <딱 너 같은 딸> 에서 즐거운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그 고통을 연기로 풀 수 있었습니다. 소판석 캐릭터는 연기하면서 정말 신났어요.

TV 프로그램 <더 레이서> 를 통해서 레이싱도 했는데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나요?
오히려 운동을 통해 제 삶에 에너지가 생성되는 것 같아요. 레이싱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거든요. 워낙 차를 좋아하는 데다가 동호회 회원들끼리 취미로 트랙도 돌고 그랬어요. 그 프로그램이 아니면 언제 프로 경기에 나가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느낄 때가 있지요? 그때가 언제인가요?
노안이 왔을 때 가장 크게 느꼈어요. 근시라서 평소에 강의하거나 운전할 때는 안경을 쓰는데 어느 날 강의실에서 출석을 부르려는데 글씨가 안 보이는 거예요. 그때 순간적으로 ‘아,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느꼈지요. 지금 생각하면 세월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인데, 그때는 40대 중반에 노안이 왔다는 사실에 너무 당황하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땐 누진다초점렌즈가 있는 줄도 몰라서 돋보기 렌즈가 하나 더 달려 있는 안경을 써야 했는데 내가 늙었다는 걸 보여주는 느낌이 들어 싫었거든요. 마침 바리락스 모델 제안이 왔고 렌즈를 직접 착용해 보니 무척 마음에 들어 몇 년째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바리락스 마니아가 돼서 신제품이 나오면 꼭 써보고 지인들에게도 권유하고 있지요.

돋보기 렌즈보다 어떤 점이 좋은가요?
무엇보다 검안하고 다시 피팅하고 하는 전체적인 과정이 전문적이어서 신뢰도 가고, 실제로 일상 생활이 굉장히 편해져서 좋아요. 기존 렌즈에 내 눈을 맞추는 게 아니라 내 눈의 특성, 습관이나 포커스 등에 맞게 렌즈를 섬세하게 맞춰주거든요. 덕분에 착용했을 때 적응하기가 쉽지요. 다양한 기능의 렌즈가 많아서 책을 볼 때, 스포츠를 할 때 다 다른 렌즈를 쓸 수 있어요. 레이싱할 때도 따로 렌즈를 맞춰서 썼어요. 물론 기술력이 무척 좋아서 하나의 렌즈를 써도 문제는 없지만요. 바깥에서는 선글라스 형태인데 실내에 들어오면 안경이 되는 것도 있는데 골프 칠 땐 그걸 씁니다. 노안이 오긴 했지만 바리락스 렌즈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죠. 운전할 때 계기판도 잘 읽을 수 있고 골프 칠 때 거리 측정기도 볼 수 있어 무척 편해요. 야구 할 때도 쓰는데 멀리 있는 공부터 가까이 오는 공까지 다 잘 보여 타석에 섰을 때 도움이 정말 많이 됩니다. 게다가 일반 렌즈보다도 렌즈 두께가 얇아 나이를 완전히 감춰준다니까요(웃음).

배우로서 갖는 캐릭터에 대한 고유의 시각은 데뷔 이후 자연스럽게 변했나요?
크게 바뀌었지요. 데뷔 초에는 제가 연기해야 할 것만 숙지하느라 잠을 못 잤어요. 그러니 연기가 고통스러울밖에요. 내가 준비했던 공간이 아니고 내가 생각했던 상대가 아닌데도 내 것밖에 할 줄 모르니까 연기가 답답했습니다. 그런 시간을 지켜봐준 시청자들이 고맙고 그럼에도 저에게 기회를 준 감독들에게 감사하죠. 과거엔 이 인물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내면을 알기 위해 노력해요.

2016년 신년 계획이 무엇인가요?
4월 방영 예정인 드라마에 들어가요. 성공 지향적이고 이기적인 사람들에 관한 드라마로 <자이언트> 캐릭터와는 다른 악역을 연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모처럼 에너지를 확 쏟아부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고 흥분돼요. 새로운 작품을 한다는 건,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는 새 직장으로 옮기는 느낌이거든요. 그곳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 제 모습이 어떻게 변할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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