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의 얼굴 성동일 편

기사 요약글

캐릭터에 일부러 희로애락을 다 넣어요. 피에로가 분장을 지운 얼굴이 없으면 피에로가 아니잖아요.

기사 내용

Q. 배우 성동일이 그려 내는 아버지를 보면 예전에도 이런 아버지 캐릭터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돌이 아버지’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나이 들면서 아버지 역할을 자연스럽게 맞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캐릭터를 계산하는 것도 좋다고 봐요. 오히려 힘을 빼서 ‘왜 저러나’ 하고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죠.<응답하라1988>에서 연기하는 아버지 역할도 웃기지만은 않아요. 가슴 아파하고 남을 위해 울 줄도 알죠. 영화 <국가대표> 나 드라마 <추노> 에서도 그랬지만 캐릭터에 일부러 희로애락을 다 넣어요. 피에로가 분장을 지운 얼굴이 없으면 피에로가 아니잖아요.

Q. 아버지 역할을 해보니 어떠세요?
애들을 위해서 이렇게 연기하며 배워야 하지 않나 싶어요.

Q. 연기하는 동안 아버지라는 자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나요?
생각은 해요. 아주 깊게 하진 않고. 내 친구들은 다 겪고 지나갔는데 (늦게 결혼해서) 내게는 앞으로 닥쳐올 일이고. 준이가 내년에는 4학년이 되니까요.

Q.<아빠, 어디가> 에서 보여진 것처럼 여전히 엄한 아빠인가요?
저 절대 엄하지 않아요. 정확하게 가르치는 거죠. 우리 자랄 때는 부모님이 엄하다는 것은 긍정적인 의미였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생각하는 엄하다는 안 그런가 봐요. 그래도 회초리 들 때는 들어야죠. 내 자식은 내 가치 기준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Q.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기분이 좋을 때만 술을 마셔요. 혼자 마시진 않죠. <탐정 :더 비기닝> 촬영을 50회 차 정도 했는데 술은 67회 차를 마셨다고 알려주더군요, 하하하. 다음 날 ‘이걸 왜 마셨지’라고 생각하지 않고 얼른 어떻게 속을 풀까 고민하죠. 긍정적으로. 운동은 특별히 안 해요. 전 ‘산’과 ‘스포츠’는 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하하.

Q. 어떤 아버지가 되고 싶으세요?
다들 경험으로 비교 대상이 있잖아요. 남자라면 보통 ‘우리 엄마 같은 사람이랑 결혼 안 해’라던가 ‘우리 아버지 같은 아버지는 안 돼야지’처럼.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만 ‘난 무조건 우리 아버지 반대로만 살면 좋은 아버지다’라는 목표가 있었어요. 이번 <응답하라1988>에 “아버지도 처음부터 아버지가 아니었잖아”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참 공감이 가요.

Q. 그럼 그런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주나요?
제일 부러운 게 애랑 농구도 하고 스키도 타고 수영도 하는 아버지예요. 난 그런 걸 해본 경험이 없으니 애와 놀아주는 방법을 모르거든요. 다행히 돈은 좀 버니까 스키 강습을 받게 해주거나 <국가대표> 같은 영화 찍었으니 인맥을 동원해서 국가대표 코치한테 배우게 해준다거나. 그것마저 안 하면 이 애들은 경험할 길이 없으니까. 이 나이에 스키 타고 내려오다 자빠지면 가족은 물론이고, 하고 있는 일에 피해가 가잖아요.

Q.<아빠, 어디가> 출연은 그런 점에서 보면 좋은 경험이었겠어요.
12년 넘게 집에 TV가 없어서인지 다행히 아이들이 그게 방송이란 걸 잘 몰랐으니까요. 그거 찍으면서 어른과 아이의 시간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의 시간 개념이요. 가령, 대화가 이런 식이에요.

‘밥 먹을 거야, 준이?’

‘……’

‘먹을 거야, 안 먹을 거야?’

‘……’

‘얘기를 해.’

‘……’

‘에잇, 먹지 마!’

그런데 얘는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던 거죠. 그걸 깨닫고 “아빠는 네가 답이 없으면 화를 냈는데 너는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구나” 했더니 “몰랐어?” 이러더라고요. 그래서 몰라서 미안하다고 했어요. 이제는 기다리죠. 그것 하나면 부모 자식 사이는 해결된 게 아닐까요.

 

Q. 배우 성동일의 전성기는 언제인가요?
요즘보다 나았던 과거는 없었으니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하하하. 그런데 제 전성기는 아이들 키워놓고 벌어놓은 돈 마음껏 쓰게 되면 그때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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