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의 얼굴 양희경 편

기사 요약글

노년엔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좀 더 천천히, 슬로 라이프로 살고 싶어요.

기사 내용

Q. 일찍부터 드라마와 연극, 뮤지컬, 노래까지 했어요. 당시엔 흔치 않았을 것 같아요.
뮤지컬은 해마다 한 편씩은 쭉 해왔어요. 최근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했고요. 음반은 1989년에 한돌 씨의 노래로 한 번 냈지만 활동은 전혀 안 했답니다. 1970년대 후반에 <한사람> <네 꿈을 펼쳐라> 같은 언니의 음반에 듀엣으로 참여했을 때만 불렀어요. 그리고 굉장히 오랜만에 최근에 '넌 참 예뻐'란 곡을 언니와 함께 불렀고요.

Q. 40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연기 인생이랄 것도 없어요. 제 삶과 하나가 됐지요. 연기를 전공하고(서울예술대학 연극과 1기) 연기를 하면서도 일은 연기가 아닌 일로 시작하고 결혼을 했고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와서 공연을 하고. 쭉 생활 속의 한 부분처럼 이어져온 그런 과정이에요.

Q. 요즘은 중년 남자 배우 전성시대인 반면 중년 여배우들은 '엄마'역할 외에는 설 자리가 적습니다.
전 이모나 고모로 흘러간 경우예요. 말썽을 잘 일으키고 돌싱이거나 싱글인 이모나 고모 캐릭터가 굳어져서 캐스팅하는 쪽이나 제작하는 쪽이나 그런 역할이 있으면 저를 1순위로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그런 분들은 모험을 싫어하니까요. 그런데 그게 너무 지루했어요. 앞으로도 내가 대사를 외울 수 있는 한 연기를 할 텐데 이런 식으로 몇 십 년을 살 수 있을까, 이건 너무 무리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즈음에 돌파구가 되어준 것이 연극 <늙은 창녀의 노래>(1995)랍니다.

Q. 국민 엄마를 포기한 대신 다들 나이보다 젊게 보지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손녀딸이 있다고 하면 깜짝 놀라요. 철없어 보이고 좋지요, 하하하. 드라마 속 캐릭터, 이미지가 큰 작용을 했겠지요. 나도 제발 엄마 역할 좀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드라마 <비밀>에서도 엄마 역할이었고 미니시리즈에서는 곧잘 엄마 역할을 했는데 사람들 이미지 속에는 엄마로 남아 있지 않나 봐요. 그래도 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에서의 고모 캐릭터나 드라마 <상류사회>에서 했던 엄마처럼 편안한 캐릭터가 정말 좋아요. 특히 <상류사회>의 엄마는 실제 제 일상과 닮아서 따로 연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역할을 만나는 게 쉽지 않아요.

Q. 요즘은 인생 이모작, 인생 삼모작 같은 얘기가 많이 들립니다. 배우 양희경의 이모작은 어떨까요?
전 대사를 외울 수 있고 사람들이 불러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지만, 배우에게 은퇴가 어딨어요. 일 안 하면 은퇴고 다시 하면 재기인 것이죠. 어느날 일모작이 기상이변으로 끝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죽을 날을 생각할 나이지, 인생을 펼칠 나이는 아니잖아요. 그 대신 늙어서 수를 놓거나 재봉틀로 뭔가를 만들거나 제 목소리를 이용해 책 읽어주는 할머니로 봉사하거나 하는 삶을 살아야지요. 노년엔 먹는 것도 사는 것도 좀 더 천천히, 슬로 라이프로 살고 싶어요.

Q. 끝으로 배우 양희경의 전성기는 언제인가요?
변화 없는 연기 생활에 지칠 무렵 <늙은 창녀의 노래>라는 작품을 만났던 때예요. 일이 자석 달라붙듯 많이 붙어서 정신없이 일했던 기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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