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건강 - 관심병 편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Q.‘꾀병’으로 아버지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어머니 어떻게 할까요?


어머니가 응급실에 있다고 해서 가보니 정말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침대에 누워계셨어요. 그런데 아버지 반응이 이상했어요. 마치“또 병원에 온 거냐”는 얼굴이었어요. 사정을 들어보니, 제가 결혼한 뒤 두 분만 사시면서 어머니의 엄살과 꾀병이 심해졌다는 겁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어머니가 나이가 들어서 자주 아프구나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합니다. 아프다고 걱정을 해주면 해줄수록 너무 좋아하고, 업무로 바빠서 챙겨주지 못하면 금세 우울해지곤 했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프다고 전화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도 점점 무뎌지셨고, 반응이 예전 같지 않아지자 그 무렵부터는‘어디에 부딪혀서 다쳤다’‘넘어져서 뼈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소화가 안 된다’며 응급실에 입원을 하신다고 합니다. 막상 진찰해보면 멀쩡하거나, 그저‘신경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버지는 이러다가 어머니가 자해까지 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 하십니다.

 

A.어떻게 대처할까?


이런 경우에는 단순하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가족들이 먼저 이해해야 한다. 지치고 힘든 가족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빨리 어머니의 행동을 바꿔놓고 싶겠지만, 그렇게 하기 힘들다는 것도 받아들여야 한다.

어머니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병원을 찾기보다는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게 해서 심각한 질병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해두어야 한다. 어머니의 건강검진 결과를 숙지해두면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아프다며 병원에 달려갈 때만 어머니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꾸준히 어머니에게 관심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자주 전화해서 어떻게 지내시는지 물어보고, 직접 찾아뵙고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가족의 관심과 애정을 바라는 어머니의 정서 욕구를 채워주어야 갑작스럽게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달려가는 극단적 행동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어르신들이 신체 증상에 집착하는 것은‘죽음이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표면적으로는 가족의 관심과 정서적 공감을 얻고자 신체 증상에 매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속에는‘죽음에 대한 공포’가 숨어 있어서 작은 증상에도 공포를 느껴 이런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어머니가 호소하는 신체 증상에만 주의를 기울이기보다, 어머니의 마음속에 있는‘죽음’에 대한 불안을 먼저 이해하고 달래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어머니에게 직접적으로 확인할 필요는 없다. 여쭈어보아도 겉으로는“나는 죽는 거는 하나도 걱정 안 된다. 그냥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하니까.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가족의 관심을 끌려는 것도‘늙었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TIP! 처방전


꽃 파는 사람


사연 속 어머니와 가족에게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의<꽃 파는 사람(The Flower Seller)>을 처방해드리고 싶다.

이 그림을 보면 칼라 릴리는 도도하고 아름답게 피어서 꽃바구니에 담겨 있지만, 그것을 짊어진 여인은 가녀리고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여인이 세상 사람들에게 꽃을 건네줄 수 있다면, 그녀의 표정은 조금씩 피어날 것이다. 그림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꽃바구니 뒤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남자는 두 손으로 꽃바구니를 들어 올려 여인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아내의 꽃바구니를 남편이 대신 들어주면 될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꼭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아내가 스스로 몸을 움직여 사람을 만나고 꽃을 건네주며 느끼게 될 행복감을 앗아가게 될 테니까. 사연 속의 어머니와 그녀의 가족도 이 그림처럼 되어야 한다.

어머니가 감당해야 하는 불안의 몫, 어머니가 스스로 활동해야 하는 몫을 가족이 대신해줄 수는 없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취미 생활을 찾으시라. 새로운 것을 배워보라. 모임에 나가봐라’고 조언을 하면,‘몸이 아파서 못하겠다’며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에는 가족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편이 시간을 내어 일정하게 아내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운동도 같이해야 한다. 좋은 공연이 있으면 같이 보고, 모임에도 함께 나가야 한다. 다른 가족들도 짬을 내서 어머니와 함께 즐길 거리를 찾아서 해야 한다.

어머니가‘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시동을 걸어주어야 한다. 자동차 시동이 잘 걸리지 않을 때, 사람들이 뒤에서 차를 밀어 시동이 걸리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 차를 밀 때는 힘이 들어도, 시동이 한 번 걸리면 어머니 자신도, 그리고 가족들도 한결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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