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추천 - 화 다스리기 편

기사 요약글

계속 화만 내는 당신에게

기사 내용

Q. 계속 ‘화’만 내는 어머니 어떻게 할까요?

“수험생이 있어서, 집이 좁아서,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려서 등 핑계일 수도 있지만,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저마다 사정이 있어 71세 어머니가 몇 년째 혼자 살고 계십니다.
 

저희 남매가 각자 시간이 날 때면 찾아뵙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서인지 어머니는 점차 사소한 일에도 화를 많이 내고, 심지어 밥상을 발로 차서 엎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저희는 어머니를 뵙는 게 점점 더 불편해졌습니다. 혹시 치매가 아닌가 싶어 검사를 받아보기도 했는데, 다행히 치매는 아니었습니다. 이후 어머니와 차분하게 대화를 나눠보니 자식을 키우며 이미 30~40년을 참고 살았는데, 어째서 당신만 계속 참고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요즘은 당신도 어떻게 화를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A.어머니 속마음 읽기

감정의 뿌리도 모른 채 그것을 없애려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연 속 어머니가 느끼는 화, 그리고 분노의 표현도 그 의미를 헤아려보지 않은 채 ‘어떻게 대처할지’만 생각한다면 아무런 효과도 얻을 수 없다. 어머니의 화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을까? 어머니가 ‘분노’라는 감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먼저 외로움이다. 홀로 사시는 어머니는 많이 외로울 것이다. 자녀들의 사정은 잘 아실 테지만, 그래도 외로움은 사람의 심장을 면도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두렵고 아픈 법이다. 외로움의 크기만큼 주변 사람을 끌어당기려는 에너지도 큰 법이다. 그 에너지가 ‘화’로 나타나고, 가족은 오히려 화내는 어머니에게서 떨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이런 마음의 악순환에 빠지다 보면 어머니의 외로움은 더 깊어지고 커진다.

또는 어머니가 분노를 이용해 자녀들을 통제하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화내는 당사자는 타인을 통제하려는 마음이 자기 마음속에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단지 자신이 화낼 때마다 가족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화를 내면 가족이 내 말을 듣는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되고, 이것이 보상처럼 작용해 분노를 더 강화한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무력감이 분노로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 ‘가족이 내게 관심이 없다’ ‘내가 늙었다고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등의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낄 때마다 타인에게 분노를 표출해서 자신이 무력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려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는 “나 지금 우울하니까 도와줘”라고 말하기보다 분노를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듣는 사람은 “우리 어머니가 왜 이렇게 화를 내지?” 하고 의아하게 여기지만, 어머니의 마음 깊은 곳에 우울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분노의 원인일 수 있다.

 

 

 

TIP! 처방전


18세와 88세의 내 어머니

사연을 보낸 분에게 톰 필립스(Tom Phillips)의 작품<18세와 88세의 내 어머니(My mother at 18 and 88)>를 권하고 싶다.
 

이 그림에는 화가의 어머니가 두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열여덟 살의 어머니 모습과 여든여덟 살이 된 어머니 모습. 한 사람의 모습을 70년이란 시간 차를 두고 같은 공간에 담았다. 갈색으로 빛나던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얗게 변해버렸다. 생동감 넘치던 얼굴은 세월이 흐르면서 표정을 잃어버렸다. 윤기 나던 살결은 어느덧 지울 수 없는 주름으로 가득 차 버렸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젊은 시절의 어머니 그리고 70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의 어머니 모두 당신이 사랑하는 보라색 옷을 입고, 화가 아들 앞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 필자는 이 작품을 보며 ‘사람이란 세월이 흘러도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은 채 살아갈 뿐인 거다.

지금까지 가족을 돌보는 데 자신의 모든 삶을 쏟아붓는 동안, 어머니는 당신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고 지낸 것은 아닐까? 그래서 지금 그 아픔을‘화’로 고스란히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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