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행 - 세계 성지 순례길 편

기사 요약글

사람들은 마음의 짐을 덜어 내고자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내딛는다.

기사 내용

마침내 험난한 시간의 무게를 견딘, 특히 50대 이상의 이들에게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선사한다. 이것이 바로 순례길로 떠나는 목적일 것이다.

 


티베트 카일라스 산의 순례길


서부 티베트에 위치한 높이 6,714m의 성산으로 티베트 불교 수행자들이 일생에 꼭 한 번은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곳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세계의 중앙에 있다는 수미산이 바로 카일라스 산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수미산은 불교뿐 아니라 힌두교의 시바신이 살던 곳이자, 간디의 종교 자이나교와 티베트 토착 종교인 뵌교까지 4대 종교의 성지로 불린다. 그만큼 많은 순례자들이 카일라스 산 주위를 돌며 기도하는데(이를 ‘코라’라고 부른다) 108번의 코라를 통해 해탈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입산이 허락된 52km까지 2박 3일 정도 걸리며 산 주위를 도는‘아웃 코라’와 산 안쪽으로 들어가는 ‘인 코라’ 두 가지 길로 나뉜다. 불교 경전을 담은 오색 룽다가 바람에 펄럭이고 온 마음을 다해 오체투지하는 순례자들의 간절한 마음이 카일라스 산을 휘감아 묘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카일라스 순례길은 고산지대여서 산소가 부족해 고산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위험과 고통을 감내하며 순례를 멈추지 않는 건 번뇌에서 벗어나 나약한 정신과 육체를 다스리기 위해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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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에서는 달라이라마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사진을 소지해서는 안 되며, 절과 탑을 돌 때는 반드시 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예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야곱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순례자들이 찾는다. 천년의 세월 동안 많은 순례자가 야곱을 기리기 위해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이 길을 걸었다. <연금술사>의 저자 파울로 코엘료 역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작가로 거듭난 것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경로가 있지만 그중 프랑스 생 장 피데포르에서 피레네산맥을 넘어 800km 코스로 이어지는 ‘카미노 프란세스’ 코스가 인기 있다. 모든 길마다 방향을 알려주는 조개껍질과 화살표가 표시되어 있어 지도 없이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고, 마을마다 순례자 전용 숙소인 ‘알베르게’가 있어 잠자리와 취사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순례길의 끝에 다다르면 세계 3대 성지 중 하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이 나타난다. ‘성 야곱의 별이 빛나는 들판’이라는 뜻처럼 마음의 들판 위에서 별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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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생 장 피데포르로 이동한 뒤, 순례자 전용 여권인 크레덴시알을 만든다. 마을의 성당이나 카페 등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예루살렘은 예수의 마지막 사역지이자 십자가에 매달린 장소다. 그뿐인가. 앉은뱅이를 고친 베데스다, 십자가를 지고 걸어간 비아 돌로로사 등이 모두 예루살렘에 있다. 이렇듯 예루살렘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한 예수의 정신을 기리고자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방문을 꿈꾸는 순례지이다. 또한 세계 3대 종교인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의 성지로서 수백만 명의 신도가 방문하는 ‘통곡의 벽’과 무함마드가 승천한 이슬람교의 성지 ‘바위의 돔’ 역시 이곳에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평화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닌 예루살렘이 그 의미와 달리 많은 고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으로 국명도 가지지 못한 것. 종교적인 의미가 아니더라도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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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교회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묻힌 장소로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의 제10지점부터 제14지점까지가 교회 안에 있다.

 


이탈리아 아시시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 소외된 것들을 감싸고 말이 아닌 몸소 실천으로 보여준 성 프란체스코를 떠오르게 하는 성경 문구이다. 성 프란체스코는 헌신적이고 청빈한 삶 때문에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가톨릭 성인이다. 아시시에는 그의 삶이 담긴 프레스코화와 성인의 유해, 석관 등이 있는 성 프란체스코 대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주요 가톨릭 순례지의 하나로 전 세계 순례자와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 모은다. 아시시는 도시 전체가 성지인 만큼 곳곳에서 기도와 묵상이 이루어진다. 성녀 클라라의 유체를 안치한 산타 키아라 성당도 이곳에 있다. 성녀 클라라는 귀족 출신이라는 배경을 뒤로하고 머리카락을 자른 후 프란체스코를 따라 가난한 수도자의 삶을 선택해 많은 이들에게 깨달음을 준 수도자이다. 돈이 삶의 중요한 가치로 거듭날수록 인간은 더욱 외로워진다. 삶의 공허함을 느낄 때, 비워낼수록 풍요로워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고 싶다면 아시시를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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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서 기차나 버스로 2시간 정도 이동하면 아시시에 도착한다. 성 프란체스코 성당 지하에는 성 프란체스코의 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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