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조언 - 유책 배우자 이혼 청구 편

기사 요약글

과연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가능할까?

기사 내용

그동안 대법원은 혼인 관계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소송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6월 26일,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 사건에 관한 공개 변론이 열려 이혼이 이제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로 변경될 것인지 주목을 받았다. 과연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가능할까?

 

Q. 먼저 ‘유책 배우자’란 무엇이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A. 유책 배우자는 혼인 관계 파탄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말합니다.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이혼 청구 자체가 기각되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고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합의체 재판을 말하며, 종전 판례를 변경할 때 등 중요 사건에 열리는 재판입니다. 따라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 변론을 열었다는 의미는 대법원이 이혼에 있어서 유책주의를 버리고 파탄주의로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파탄주의는 혼인 관계가 파탄되면 이혼을 시켜주는 제도입니다.

 

 

Q. 유책 배우자라도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진 경우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A. 우리나라에서 유책주의가 확립된 것은 1965년입니다. 당시 축첩제도가 빈번했고 일반적으로 여성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가 열악했기 때문에 축첩 행위를 한 남편이 가정을 지키는 아내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를 받아주면 잘못이 없는 아내를 내쫓게 되기 때문에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배척하는 판례를 만들었습니다. 그 후 1987년 대법원 판결로 유책주의를 완화하는 판례가 나왔는데, 아무리 유책 배우자라도 상대 배우자가‘혼인 계속의 의사가 없으면서 오기나 보복적 감정만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도 받아들여진다는 판례입니다.

 

 

Q.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파탄주의로 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올해 2월, 헌법재판소에서 형법상 간통죄의 처벌 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한 것이 이혼소송에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축출 이혼을 방지하기 위해 그간 유책주의가 필요했지만 현재는 당사자의 행복추구권과 사생활 보호를 더 보호하는 추세여서 파탄주의를 도입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파탄주의가 도입되면 어떤 문제가 있나요?


A. 경제적 능력이 없는 배우자에 대한 보호 장치가 미흡합니다.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아무런 잘못도 없는 배우자가 재산 분할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혼만 당할 수 있습니다.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대부분 별거 기간이 한참 지난 뒤에 청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유책 배우자는 이혼을 준비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재산이 있다 하더라도 별거 기간에는 배우자의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도를 인정받지 못해 재산 분할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혼인 중에는 배우자에 대한 부양의무가 있어 이혼 판결이 날 때까지 경제적 자력이 없는 배우자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불하도록 할 수 있지만, 이혼 후에는 배우자 부양의무가 없어져 생활비를 받지 못하게 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책 배우자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징하는데, 우선 은닉 재산을 찾아내는 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으며 재산 분할 비율도 유책 배우자에게 불리하게 합니다. 또한 이혼 후에도 일정 기간 전 배우자에게 생활비를 지불하도록 하고, 위자료도 꽤 높게 인정합니다.

 

 

Q. 잘못이 없는 여성이 남성을 상대로 이혼 청구를 할 때는 황당한 이유로 이혼 청구가 기각되는 경우가 있다면서요.


A.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주면 유책 남성의 이혼할 권리를 보장해주지만 가정을 지키려는 여성의 권리는 침해되고 혼인 생활도 보호되지 않게 됩니다. 반대로 여성이 이혼 청구를 할 경우에는 간혹 황당한 논리로 이혼 청구가 기각된 사례가 있는데요. 올해 2월 대법원 판결에서, 결혼한 상대 남성이 무정자증과 성염색체 이상으로 임신이 불가능하고, 한 달에 2~3회 정도로 드물게 성생활을 하는데 있어 성기의 결합이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일이 많은 경우에도 부부 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이 안 된다며 여성의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2009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75세의 아내가 83세의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남편이 가부장적 권위를 내세워 집안을 다스려오고 정신장애 증세가 발생해 아내를 심하게 괴롭힌 상황에서도,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하였거나 혼인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혼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Q. 그럼 이혼 사유가 된다, 안 된다라는 판단에 법관의 개인적인 가치관이 많이 작용한다는 것인데요.


A. 우리나라는 이혼 청구를 하는 사람이 상대방의 이혼 사유를 입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에 나와 있는 재판상 이혼 원인 가운데, 이혼 청구에 있어서 부당한 대우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주로 쟁점이 되는데요. 이 경우에 법관 개인의 가치관이 많이 작용되는데, 앞의 대법원 판례와 같이 여성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혼인 생활의 경우에도 법원이 ‘참고 살아라’라고 하면 이혼 청구가 기각됩니다. 이러한 법원의 태도는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주려고 하는 법원의 태도와는 완전히 상반되는 행동으로서, 여성에게는 여전히 불리한 법원의 가부장적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840조 재판상 이혼 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기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외국의 혼인 파탄의 객관적 기준은 별거 기간


1미국은 주에 따라 60일~5년
2독일은 3년(이혼 합의가 있으면 1년)
3영국은 5년(이혼 합의가 있으면 2년)

 

 

배금자 변호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함께<오변호사, 배변호사>를 함께 진행했던 배금자 변호사는 KT&G를 상대로 한 담배 소송을 이끄는 등 공익 소송 전문 변호사로 유명하다. 1988년부터 1989년까지 부산지법과 부산동부지원 판사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 이혼 및 재산 분할, 저작권, 문화사업 분쟁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해인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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