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취미 - 기록 편

기사 요약글

50대, 취미로 '기록'하기

기사 내용

 

기록은 왜 해야 하나요?

글을 쓰면서 충동적인 자신의 감정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과거의 기록을 들춰 보며 성찰하고 현재 닥친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해답을 찾을 수도 있죠.

 

스마트폰도 있는데 꼭 수기로 기록을 해야 할까요?

한 연구에 따르면 모든 생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종이에 적어놓았을 때 머릿속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타이핑의 경우 그와 같은 영향력을 갖지 못합니다. <습관의 재발견>(스티븐 기즈, 비즈니스 북스)

 

기록은 한 군데에만 하면 될까요?

다양한 기록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손으로 메모한 것을 그대로 사진으 찍어서 (스마트폰) 메모 앱에 기록하거나 타이핑해 정리해놓는 식이죠. 반대로 디지털 방식의 문서 파일 중 잦은 열람이 필요한 것은 A5 용지로 출력해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록형 인간>(이찬영, 매일경제신문사)

 

 

기록은 내 삶의 의무이자 전부였어요. 먼 훗날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손들이 내가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는 저만의 회고록인 셈이죠.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벅찬 기분을 느낍니다.

직업 기록이 된 25년 일기장 최영식 씨

최영식 씨

 


최영식 씨 일기장에는 옛 정취들이 물씬 묻어 있다. 글자가 번지고 종이가 변색됐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한 사람의 인생, 나아가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발전이 세세히 적혀 있다. 그는 1980년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입사, 1987년 광양제철소로 이직해 평생을 일하면서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손수 일기를 적어왔다. “어린 시절부터 기록을 좋아했어요. 사소한 것들도 쉽게 지나치지 않았고 의문이 생기는 일이 있으면 꼭 적어두었죠. 일기는 내가 살아가는 역사라는 생각으로 매일 꾸준히 적어왔습니다.” 그의 일기장에는 고인이 된 박태준 전 회장의 사임, 포항제철 민영화와 같은 굵직한 사건부터 3조 3교대 근무에서 4조 3교대 근무로 전환하던 1992년, 출퇴근화를 안전화에서 단화로 바꾸며 사풍이 변화하기 시작한 1993년, 포항제철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1994년 등 모든 순간들이 사진처럼 찍혀 있다. “처음 광양에 왔을 때를 돌이켜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실감나요. 광양만을 매립해 그 위에 공장을 짓고, 집을 세우는 모습을 제 눈으로 봤죠. 갯벌 위에 공장을 세운다고 하니 주위에서는 씨 ‘무너지는 것 아니냐’고 말리기도 했어요.(웃음) 시가지도 없었을뿐더러 곳곳에 섬이 있었기 때문에 일을 마치고 나면 동료들과 배를 타고 회식을 하러 다녔어요. 다시 생각해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네요.” 그가 간직하고 있는 일상의 역사들은 일기만이 아니다. 1981년 첫 봉급 8만원을 받았을 때부터 월급봉투가 사라진 2003년 1월까지 회사에서 받은 월급봉투도 빠짐없이 모았다. 처음 발급받았던 통장도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 그렇게 34년이 흐르며 25세의 청년은 예순을 바라보는 장년이 됐다. 철강 역사의 산증인은 지난해 정년을 맞았지만 사 측이 촉탁직 형태로 재입사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 아직 ‘현직의 삶’을 살고 있다. 지난 12월 은퇴식을 치르며 다시 꺼낸 일기장은 그를 묵직하게 만들었다. “기록은 내 삶의 의무이자 전부였어요. 먼 훗날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손들이 내가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는 나만의 회고록인 셈이죠.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벅찬 기분을 느낍니다.”

 

 

양경윤 씨

다들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데 어떤 사람은 늘 행복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늘 불행해요.
그건 어떤 관점으로 일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른 차이인 것 같아요.

삶의 태도를 만들어준 ‘행복일기’ 양경윤 씨

20년 이상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온 양경윤 씨는 잠자기 전이나 잠깐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매일 ‘감사일기’를 쓴다. 내용을 살짝 훔쳐보면 이렇다. ‘월급날입니다. 지난달보다 카드 청구 요금이 적게 나와 감사합니다.’ ‘친구 생일 선물로 티셔츠를 구입했습니다. 색상이 고민이었는데 도움을 준 직원님에게 감사합니다.’ 어쩌면 그냥 흘려버리고 말았을 일상이지만 그녀는 감사한 점을 찾아냄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는다.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 가족 등에게 ‘감사 일기’를 전파시킨 뒤에는 그간의 노하우를 총망라해 <한 줄의 기적, 감사일기>(쌤엔파커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녀가 처음부터 일기와 친숙했던 건 아니다. “글쓰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었어요. 독서를 통해 많은 걸 배웠지만 마음속에는 늘 분노, 갈등, 불평, 시기 같은 어두운 감정이 있었죠. 이를 밝게 승화시킬 방법을 찾다 감사한 일을 적어보기로 했어요.” ‘적기’의 힘은 놀라왔다. 아름다운 단어로 일상의 감사함을 표현하다보니 말투나 표정, 나아가 생각까지 달라지더라는 것. 감사일기를 쓰면서 냉전을 겪던 사춘기 자녀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는 부모, 스트레스로 직장생활의 위기를 겪다 극복했다는 회사원 등 수혜자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설마 이게 효과가 있을까?’ 싶겠지만 딱 3일만 써보면 누구나 그 힘을 실감하게 될 거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무작정 노트를 펼치고 감사일기를 쓸 수도 있겠지만 갖은 시행착오 끝에 건져 올린 7가지 원칙을 지키면 더 좋다. 이는 한 줄이라도 좋으니 매일 써라 / 주변의 모든 일에 감사하라 / 무엇이 왜 감사한지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라 / 긍정문으로 써라 /‘때문에’가 아니라 ‘덕분에’로 써라 / 감사요청일기는 현재시제로 작성하라 / 모든 문장은 ‘감사합니다’로 마무리하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그중 감사요청일기는 오늘 일어난 일이 아닌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소망이라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예컨대 내일 진료를 받으러 가는 사람이 전날 밤 ‘초음파검사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라며 현재시재로 미리 감사를 표시하다 보면 무의식중에 자기암시를 걸어 실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킨다는 것. 5분을 투자해 나의 하루, 나아가 내일을 기록하다 보면 삶의 방향과 빛깔이 달라진다니 귀가 솔깃하지 않은가.

 

 

 

소비한 것들을 꼼꼼히 적다 보니 허투루 나가는 비용이 줄더라고요. 그렇게 남편 월급의 60~80%를 저금하면서 서울로 올라 온 지 4년 만에 집을 샀어요.

알뜰 살림의 비결 ‘가계부’ 김미숙 씨

김미숙 씨

1991년 주부가 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가계부 쓰기를 건너뛴 적이 없다는 김미숙 씨. 그녀의 침대맡에는 늘 가계부가 있다. “소비한 것들을 꼼꼼히 적다 보니 허투루 나가는 비용이 줄더라고요. 그렇게 남편 월급의 60~80%를 저금하면서 서울로 올라 온 지 4년 만에 집을 샀어요.(웃음)” 26권의 가계부에는 그날그날 소비 내역은 물론, 연 예상지출 계획서, 통신비, 식비, 관리비 등 항목별 월 지출 내역서 등이 매년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그냥 기록만 해뒀다면 그저 ‘지나간 추억 되새기기용’으로 끝났을지 모르지만, 진짜 가치는 가계부 분석에 있었다. “가계부를 잘 들여다보면 살림 노하우가 보여요. 예컨대 마트 이용에도 ‘의무 휴일’ ‘전날이나 날씨가 궂은 날 가면 재고 소진을 위해 물건을 싸게 판다, 밤 9시 20분에 가면 물건값의 30%를 할인해주지만, 문 닫기 10분 전인 9시 50분에 가면 20%를 더 할인해준다’ 같은 노하우가 생기는 거죠.” 카드사별로 이용 실적에 따른 혜택을 적어두고 그에 맞춰 소비 계획을 세우는 습관이나 관리비 상세 항목을 비교해 좀 더 절약할 수 있는 생활 방식을 택하는 일 역시 가계부를 쓰면서 들인 습관이다. 몇 해 전에는 최장수 가계부 작성으로 송파구에서 수여한‘살림의 여왕’ 상도 받았다. 2남 1녀의 어머니로 늘 학교 운영에 발 벗고 뛰는 김미숙 씨는 주부 기자, 아파트 봉사 단장, 지역자율방재 단장, 폐현수막을 활용한 장미꽃 접기 교사 등 여러 활동으로 늘 분주하다. 기억할 일이 많다 보니 작은 수첩은 물론 휴대폰 메모장까지 2중 3중으로 메모를 해두는 게 기본이라고. “습관적으로 모든 걸 기록해요. 덕분에 아이들 학교 행사 땐 작년에 적어둔 주문 수량과 금액을 비교해 올해 단체 음식을 주문하기도 하고 무작정 우기는 사람에게 메모장을 증거로 딱들이밀기도 하죠.(웃음) 반상회에서 아주 유용하게 활용했어요.” 주방 서랍에 수첩을 넣어두고 기막힌 레시피가 생각날 때마다 적어둔다는 남편, 집 안 곳곳에 걸린 5개의 화이트보드에 그날의 일정, 필요한 물품 등을 적는 세 아이들 덕분에 김미숙 씨의‘메모 라이프’는 외롭지 않다고. 인터뷰 도중에도 화이트보드에 다음 일정을 기록하고 있던 그녀가 훗날 어떤 삶의 자취를 남길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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