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행 - 허영만의 일본 료칸 편

기사 요약글

일본의 료칸을 이용하는 데도 꿀팁이 있습니다.

기사 내용


료칸의 기본 예의


기억하고 있으면 료칸을 더 제대로, 그러면서도 품위 있게 즐길 수 있겠지요? 우선 료칸을 예약할 때 체크인 시간을 꼭 기억하세요. 보통 체크인은 오후 2~3시, 체크아웃은 오전 10~11시입니다. 가능하면 체크인 시간에 맞춰 일찍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료칸 안에서 즐길 것들이 많으니까요. 일본 전통 방인 와시츠에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쉬는 것도, 잘 꾸며진 정원을 걷는 것도, 멋진 풍광의 노천 온천에 몸을 푹 담그는 것도 좋습니다.


료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카미상과 나카이상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공손하게 맞이합니다. 우리에게는 어색한 상황이라 당황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손님도 머리 숙여 인사를 건네며 “오세와니 나리마쓰(おせわになります, 신세지겠습니다)”라고 한마디 하면 됩니다.


숙박을 마치고 료칸을 나설 때는 “오세와니 나리마시타(お世話(せわ)になりました, 신세졌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되고요. 보통 전통 료칸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습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는 벗어놓은 신발을 가지런히 놓기만 해도 충분하지만, 일본에서는 방향까지 돌려놓는 것이 예의입니다. 로비에 들어서면 료칸 주인이나 직원이 온천 이용 시간, 저녁과 아침 식사 장소와 시간 등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할 겁니다. 그런 후에는 나카이상이 짐을 들고 방으로 안내합니다. 이것도 그분들의 일이라 보통은 맡기지만, 너무 나이 드신 분일 경우에는 자신이 직접 짐을 들고 가기도 합니다. 이때 료칸의 복도가 마룻바닥이라면 짐을 끌지 않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일본의 전통 마루는 여행용 가방 바퀴에 상하기 쉬우니까요. 방 안으로 들어오면 나카이상이 방에 준비된 녹차를 대접한 뒤에 인사를 하고 나갑니다. 이런 서비스까지 료칸 요금에 포함되어 있으니 따로 팁을 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몸이 불편해서 이동할 때 부축을 받는 등 특별한 서비스를 받았다면 작은 금액을 팁으로 주기도 합니다.

 


온천을 이용할 때의 예절


일본인들은 식사를 하기 전에 먼저 온천을 하고, 식사를 하고 나서 충분히 소화가 된 후에 다시 한 번 온천을 합니다. 먼저 몸을 씻고 탕에 들어가야 한다거나, 탕 속에 수건을 넣으면 실례고, 빨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 등이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대중탕에서는 움직일 때 수건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스타일은 아니지만, 역시 일본에선 예절입니다.


음양의 조화를 위해 전통 료칸은 대부분 매일 남탕과 여탕의 위치를 바꿉니다. 남탕 입구에는 푸른색 천에 남(男), 여탕은 붉은색 천에 여(女) 자가 쓰여 있으니, 들어가기 전에 꼭 확인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습니다. 온천을 하거나, 식사를 하러 갈 때, 근처 온천가를 둘러볼 때는 유카타를 입으면 좋습니다. 좌우로 갈라진 옷의 오른쪽을 허리 옆으로 넣은 후 왼쪽을 그 뒤에 덮어줍니다. 그리고 오비(허리띠)의 매듭이 오른쪽에 오도록 묶어주면 됩니다(한복처럼 옷깃의 방향이 바뀌면 죽은 사람이 됩니다). 여성용 유카타는 마음에 드는 색상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럴 때는 보통 나카이상이 입는 것을 도와준답니다. 여성용 유카타는 남성용보다 입는 법이 복잡하거든요.


저녁을 먹고 오면 이부자리가 펴져 있습니다. 다음 날 이걸 어떻게 하고 나와야 하는지 살짝 고민이 되는데요, 굳이 개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원이 일하는 데 더 편하답니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오면 료칸 주인과 직원이 나와서 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면서 손을 흔들 겁니다. 시야에서 차가 사라질 때까지 말이죠. 차 안의 손님들도 손을 흔들어주는 것이 예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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