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창업 - 치킨집 편

기사 요약글

국민은행의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하루에 먹는 치킨은 52만 마리.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매초 6마리의 치킨이 누군가의 배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기사 내용

 

그렇게 사람들이 치킨을 먹어대니 너 나 할 것 없이 치킨집을 차리는 거다. 심지어 지난 2013년 9월 15일, 미국의<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에서 많은 은퇴자들이 집을 담보로 대출받아 개업한 탓에 치킨집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계 부채 위기의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외국에까지 이름을 떨친 한국의‘치킨집 버블’을 짐작하기엔 충분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또다시 치킨집을 차릴 것이다. 왜? 진입 장벽이 낮아 적어도 망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프랑스의 철학가 장폴 사르트르는‘인생은‘B’와‘D’ 사이의‘C’다’란 명언을 남겼다. 인생은‘탄생(Birth)’과‘죽음(Death)’ 사이에 수많은‘선택(Choice)’으로 결정된다는 뜻. 그리고 이제 당신의 남은 인생은‘B’와‘D’ 사이에 또 다른‘C’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치킨(Chicken)’말이다. 그러니 좀 더 신중해도 좋다. 무턱대고 현장에 뛰어들기 전에 미리 냉혹한 삶의 현장에서‘치킨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좋겠다. 내가 치킨집 사장이 된 현실이 과연 장밋빛일지 말이다.

 

 

중박은 사람이 만들고, 대박은 SNS가 내린다

투자액 1억1천만원(임대 보증금+권리금+시설비)
월 소득 250만원(매출–월세–관리비–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치킨집 선택 동기다니던 회사에서 명퇴를 했다.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무엇을 할까 생각해보니 할 게 없었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뿐이었다. 좋은 닭으로 치킨을 만들어서 남들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이 줬다. 치킨만으로는 장사가 안 될 것 같아서 튀김이나 골뱅이, 탕수육 같은 다른 메뉴도 준비했다. 그래도 치킨집을 차리고 얼마간 무척 고생했다. 하지만 이제 좀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는데 그게 다 SNS덕분이다. 손님 중 몇 분이 자기 SNS에 우리가게가 괜찮다고 해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손님이 늘고, 싸고 양이 많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선배의 한마디피 같은 내 돈 수천만원을 들여 창업을 결심하면서 다들 너무 남의 말만 듣고 쉽게 생각하니까 망하는 거다. 자신만의 특별한 메뉴나 경쟁력을 가진 상태에서 끈기 있게 버텨야 살아남을 수있다. 그런 게 없다면 어려운 시기를 넘게 해줄 여유자금이라도 준비해둬라. 창업에 다 올인하지 말고.

 

프랜차이즈가 대세잖아? 우린 아마 안 될 거야

 

투자액 8천5백만원(임대 보증금+권리금+시설비)
월 소득 175만원(매출–월세–관리비–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치킨집 선택 동기남편이 다쳐서 돈을 못 벌게 됐다. 평생 일을 해본 적도 없고, 자본금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그냥 이 일을 하게 되었다. 요즘 동네 치킨집이 몇 군데나 있나? 프랜차이즈 때문에 너무 힘들다. 프랜차이즈에서 파는 닭이야, 자극적이고 맛있지. 그렇지만 그건 냉동 닭이다. 자꾸 먹으면 느끼하다. 그래서 자극적인 양념이 필요한 거다. 우린 생닭을 직접 튀긴다. 그래서 정말 쫄깃하다. 하지만 그러면 뭐하나? 요즘 누가 이런 동네 치킨집에서 치킨을 사 먹나? 전부 브랜드 치킨시켜 먹지.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본사가 돈을 다 가져간다고 울지만 가끔 부럽다.

선배의 한마디그럼 프랜차이즈를 하면 되지 않냐고? 물론, 프랜차이즈가 동네 치킨보다는 안전한 선택이다. 그러나 많게는 매출의 50~60%가량을 본사가 가져가고, 3년마다 리모델링을 해야 한다. 손님에게 서비스라도 넉넉하게 주고 싶어도 소스 한봉지, 무 한 팩까지 본사에서 사야 한다. 그럴 때면본사의 치킨팔이 노예가 된 것 같은 기분이겠지?

 

가족 경영으로 인건비도 줄이고 장사도 잘되고

투자액 2억3천만원(최초 가맹금+주방 설비+간판+인테리어+임대 보증금+리모델링비)
월 소득 310만원(매출–본사 할당 금액–월세–관리비–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치킨집 선택 동기치킨집을 하기 전에 정육점과 백반집을 했었다. 장사를 접으려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아까워서 치킨집으로 종목을 변경했다. 인건비라도 줄이려는 생각에 아내와 함께 일을 시작했다. 처음엔 메뉴가 바뀌었다고 싸우고, 손이 늦다고 싸우는 등 별별 이유로 계속 싸웠다. 이러다가 망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내가 주방을 맡고 아내가 홀을 맡는 것으로 구획 정리를 확실하게 한 뒤 아내에게 손님과 매출 관리를 일임했다. 확실하게 서열 정리를 한 다음부터는 다툼이 줄고, 가게 분위기가 좋아져서 손님도 늘기 시작했다.

선배의 한마디부부가 함께 일터에 나와서 싸움이 잦아지는 이유는 서로가 동등한 지위라고 생각해서다. 최소한 직장에서는 서열이 필요하다. 사장과 종업원의 역할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현장에서 그 지위를 존중해줘야 의견 대립이 줄어든다. 물론,남편이나 아내를 직원 대하듯 하라는 뜻이 아닌 건 알고 있으시죠?

 

IT 강국의 치킨집 사장님이야기

투자액 1억8천원(최초 가맹금+주방 설비+간판+인테리어+임대 보증금+리모델링비)
월 소득 270만원(매출–본사 할당 금액–월세–관리비–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치킨집 선택 동기IT 기업에서 일하다가 창업을 했는데 부도가 났다. 그리고 흔히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프로그래머의 끝에 치킨집이 있다’는 말처럼 치킨집 사장이 되었다. 다양한 손님들을 상대해야 한다. 처음에 평범하게 주문을 하고 계산도 마쳤다. 30분쯤 지났을 무렵에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아까 그 손님이었다. 와서 닭뼈 가져가란다. 이게 무슨 스티브 잡스가 무덤으로‘반반무많이’ 배달 시키는 소리인가? 치킨집이 편의점도 아닌데 배달 오면서 담배를 사 오라는 둥, 휴지가 필요하다는 둥 치킨집 배달부를 심부름꾼 취급하는 손님도 많더라.

선배의 한마디손님은 항상 옳다. 촌스럽거나, 몰상식하거나, 매너도 없고, 억지를 부린다 해도, 우리가게에서 돈을 쓰기만 하면 항상 옳다라는 믿음을 마음속에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치킨집은 한정된 손님을 나눠 먹어야 하는 구조다. 내가 화를 참지 못해서 보낸 그 손님 때문에 결국 옆 치킨가게와의 경쟁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게 될지도 모른단말이다.

 

전쟁터보다 더 무서운 동네가 치킨업이다!

투자액 9천만원(최초 가맹금+주방 설비+간판+인테리어+임대 보증금+리모델링비)
월 소득 140만원(매출–본사 할당 금액–월세–관리비–인건비–기타 잡비 및 세금)

치킨집 선택 동기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정말 치킨집으로 성공할 줄 알았다. 우리 동네는 동대문 근처라서 부모가 일을 나가면 자식들이 치킨을 많이 시켜 먹는다. 그래서 장사가 꽤 잘되는 편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손님이 확 줄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경쟁 치킨집이 더 늘었다. 판매는 줄어드는데 물가는 계속 오른다. 하지만 혼자만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올해 들어알바도 그만두게 했다. 이 동네에 가게를 연뒤 치킨집이 4군데나 문을 닫았다. 다음번이 내 차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먹고살기 위해 무엇을 하든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치킨집은 권하고 싶지 않다.

선배의 한마디내가 입점할 상권의 특색을 파악해 자신만의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창업 후‘닭다리뼈를 가져오면 쿠폰을 준다’는 등 재밌는 이벤트로 단골을 확보하고, 청결은 물론 알바생의 태도와 표정도 관리하며 직원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해 복리후생까지 신경을 썼다. 그래도 망할 집은 망한다. 정말 세상 어딘가에 치킨의 신이나 치느님(치킨+하느님) 같은 게 존재하는 듯.

 

프랜차이즈, 얼마면 돼?

굽네치킨의 경우 처음부터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 로열티를 받지 않는‘4無 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가맹비가 전혀 필요 없다. 물론 굽네치킨도 시설비나 인테리어 비용 같은 건 당연히 필요하다. 보통 프랜차이즈를 처음 하게 되면 비용은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 판촉비 등을 포함한 최초 가맹비와 시설비, 인테리어비 정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총 얼마가 필요하냐고? 멕시카나, 처갓집양념치킨, 네네치킨(치킨 단독)의 경우 대략 5천만원 선에서 해결된다. 교촌치킨은 1억원 정도 필요하다. 그리고 BBQ의 경우, 업계 1위답게 교육, 홍보 등 지원이 좋은 만큼 비싸서 무려 2억3천만원이 필요하다(30평 기준). 임대 보증금이나 권리금 따윈 포함하지 않은, 순수하게 프랜차이즈 업체에 갖다 바쳐야 되는 돈이말이다.

 

리모델링 꼭 해야 되나?

프랜차이즈의 경우 본사의 이미지 유지를 위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노후 외관에 대한 리모델링을 처음부터 계약 조건으로 거는 경우가 많다. 즉, 계약을 한 이상 무조건 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꽤 비용이 많이 든다. 30평 기준으로 초기 인테리어 비용만 3천만원. 이걸 리모델링하면 초기 인테리어 비용 못지않은 금액이 든다. 그런데 이미 얘기했듯이, 치킨장사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장사가 아니어서 리모델링 비용을 감당하기가 상당히 힘들다. 우리나라 치킨집 평균수명이 3년이 안 되는건 이 리모델링 비용이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