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행 - 로컬푸드, 전북 완주 편

기사 요약글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가 궁금하다.

기사 내용


일본은 1981년부터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독자적인 로컬푸드 개념을 정립하고 이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그중에서도 인구 9천여 명에 불과한 미야자키 현의 아야초는 로컬푸드 정착으로 연간 1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5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직거래 매장인 ‘혼모노센터’에 자신이 키운 무를 납품하러 온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났다. 혼모노센터에서는 농산물의 가격 결정과 상품 진열을 생산자가 직접 담당하는 자율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었다.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운 생명들이니 그것을 다루는 손길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내게 혼모노센터의 관계자는 한국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견학을 온다고 했다. 특히 전라북도 완주군이 매우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그때부터 완주군의 변화가 궁금했다.

 


해피스테이션과 행복 정거장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처음 찾은 곳은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판매장 ‘해피스테이션’. 모악산 초입에 자리 잡은 판매장은 시설과 규모 면에서 아야초의 혼모노센터를 능가했다. 내부를 둘러보던 중에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직접 가격표를 붙이며 두부를 진열하고 있던 것. 자신을 완주시니어클럽 ‘두부제조사업단’ 소속이라며 소개했다. 완주시니어클럽은 60세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만든 조직으로 두부 제조는 그들이 운영하는 7개의 수익 사업 중 하나다.


이처럼 해피스테이션에 진열된 모든 농산물과 가공식품은 생산자가 직접 납품하고 진열하는 자율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보이는 제품이니 품질이나 때깔 또한 예사롭지 않다. 그런데도 가격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품의 종류. 시래기, 뽕잎, 돼지감자순, 민들레, 오가피순, 곤드레, 질경이 등 말린 나물 종류만 족히 20여 종에 이른다. 그 모든 것이 완주군에서만 생산된 것이다.


매장 곳곳에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지가 붙어 있다. 생산자는 뒤늦게 농사짓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고 하고 소비자는 고맙고 감사하다는 칭찬 일색이다. 5년 전 아야초의 혼모노센터에서 마냥 부러워하던 기억이 해피스테이션에서는 의심할 바 없는 현실로 구현되고 있었다. 2층에 위치한 ‘행복 정거장’에는 더 놀라운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 정거장은 해피스테이션에서 운영하는 농가 레스토랑. 60여 가지 음식이 마련된 한식 뷔페는 100% 완주군에서만 생산된 농산물로 차려진다. 주방에서는 동네 아주머니 10명이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에 시골 어머니의 손맛까지 더해지니 맛있음을 넘어 사뭇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INFO
위치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길 95
문의070-7008-4403
행복 정거장 가격대인 1만2천원, 초등학생 7천원, 미취학 아동 4천원
영업시간(점심) 오전 11시30분~오후 3시, (저녁) 오후 6시~9시(평일은 점심만 운영)

 


창고를 문화 공간으로, 삼례문화예술촌
 

완주군 남쪽 모악산에서 시작된 여정은 전주를 가로질러 삼례읍으로 향했다. 완주군 원등산에서 발원한 만경강은 삼례읍을 거쳐 만경평야로 흐른다. 토지가 비옥하고 기후가 온화한 이곳은 예로부터 소문난 곡창지대였다. 일제강점기, 일본 제국주의가 이를 그냥 둘 턱이 없었다. 1914년 양곡을 수탈해 가기 위해 삼례역을 세우고 1926년에는 양곡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를 건립했다. 풍요로움이 오히려 고통이 되어버린 삼례읍 주민들은 밤마다 ‘한말한섬’ 쌀 세는 소리를 들으며 나라 잃은 아픔과 배고픈 설움을 삼켜야 했다고 한다. 삼례읍에 세워진 양곡창고는 2010년에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완주군은 지역 재생 차원에서 이를 매입,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해 2013년 6월 ‘삼례문화예술촌’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수탈한 쌀을 쌓아두던 공간이 문화와 예술이 쌓이는 공간으로 변했으니 탁월한 선택이고 통쾌한 반전이다. 스토리 못지않게 구성과 운영 역시 알차다. 아트갤러리, 디자인박물관, 책박물관, 북아트센터, 김상림목공소, 문화카페 등 관람, 체험, 휴식의 공간이 두루 갖춰져 있다. 분야별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삼삼예예미미’라는 협동조합에 운영을 맡김으로써 관광객에게는 뜻밖의 알찬 볼거리를, 지역 주민에게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INFO
위치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
문의070-8915-8121
오픈 시간오전 10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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