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행 - 제주도 편

기사 요약글

여기 조금 더 깊은 제주를 만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다.

기사 내용

제주도는 이미 서너 번 다녀온 당신. 용두암이나 천지연폭포, 주상절리, OO랜드, OOO식물원 등은 이미 다녀왔을 테고, 올레길도 두세 코스는 이미 걸었을 것이다. 이제 어디로 가볼까.

 

 

볼 것
 

요즘에는 제주 예술 여행이 인기다. 제주 곳곳에 놓인 안도 다다오와 이타미 준의 작품은 건축이 어떻게 자연과 어울려 새로운 풍경을 빚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안도 다다오의 지니어스 로사이와 본태박물관,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 등에 보여준 여행자들의 열광은 아라리오뮤지엄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리고 예전부터 제주에 자리 잡은 도립미술관과 현대미술관도 여행 코스에 추가되고 있다.

 

 


세계적인 컬렉션을 만나다
아라리오뮤지엄


탑동 한복판에 들어선 강렬한 빨간 빛깔의 현대적 건물. 탑동시네마, 탑동바이크, 동문모텔을 갤러리로 꾸몄다. 영화관을 개조한 ‘탑동시네마’에는 커다란 공간을 활용해 아라리오 컬렉션에서 가장 거대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중국 작가 장환의 <영웅 2.0>은 길이가 10m, 높이가 5m에 이른다. 탑동시네마에서 약 1㎞ 떨어진 장소에 있는 ‘동문모텔’은 영화관과 반대로 좁은 객실에 주목했다. 모텔의 한 층을 원형대로 남기고 각 객실에 작은 영상 작품을 하나씩 설치해 비디오방 느낌을 연출했다. 관객들은 모텔에 버려져 있던 거실장 위에 앉아서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탑동바이크샵’은 두 장소와 달리 작가 개인전이나 기획전을 위해 준비한 공간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이라면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문의064-720-8201위치제주시 탑동로 14

 

 

 

결코 지나치지 말아야 할 그곳
추사관과 추사적거지


제주도 최남쪽에 자리한 대정현은 바람이 거센 곳이다. 1840년 추사 김정희는 이곳으로 유배를 와 고독한 시간을 보냈다. 대정 읍성에 둘러싸인 추사 유배지는 추사의 고독한 시간을 고스란히 재현해놓은 곳이다. 현재의 초가집은 고증을 거쳐 1984년에 복원했다. 복원된 유배지 옆에는 추사의 서찰과 글씨, 기록을 모은 전시장인 추사관이 있다. 이곳에서는 9년여의 제주 유배 기간에 겪은 경제적 궁핍과 참담한 심경 등이 느껴지는 편지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추사관은 한국 건축의 거장 승효상이 설계한 것으로 <세한도>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감흥을 전해준다.

문의064-760-3406위치서귀포시 대정읍 추사로 44

 

 


한적한 마을 속에 자리 잡은 현대미술관
제주 현대미술관


한경면 저지마을은 420가구 1100명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 최근 ‘가장 아름다운 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마을 안에 제주 현대미술관이라는 근사한 미술관이 있다. 건축가 김석윤이 건축한 건물은 현무암으로 외벽을 마감한 건물에서부터 제주색이 도드라진다. 미술관은 본관과 분관으로 나뉘며 상설 전시실에서는 한국 원로 화가인 김흥수 화백과 박광진 화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주변 예술인마을에 자리한 20여 동의 창작 건축물도 잘 어우러진다. 미술관을 보고 난 뒤 가까운 저지오름에 가보는 것도 좋을 듯. 마을에서 정상까지는 1350m. 쉬엄쉬엄 걸어서 왕복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저지오름은 숲이 좋다. 220여 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꽉 들어차 있다. 왕초피나무며 예덕나무, 좀작살나무 등 이름도 낯선 나무들이 빼곡하다.

문의064-710-7801위치제주시 한경면 저지14길 35

 

 

 

즐길 것

 

제주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 올레다. 제주의 마을과 바다, 오름을 지나는 올레 코스는 ‘제주 종합 선물 세트’였다. 하지만 올레에 탐닉하던 이들도 슬슬 싫증을 내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주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제 곶자왈, 오름, 마을 등 한층 더 깊은 리얼 제주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다.

 

 


오직 제주에서만 만날 수 있는 숲
교래곶자왈 등 곶자왈


유월은 제주의 숲이 가장 아름다울 때이다. 한적한 숲을 원한다면 곶자왈을 추천한다. ‘곶’은 숲을, ‘자왈’은 돌과 가시나무 들판을 뜻하는 제주 말이다. 이런 지형은 보온, 보습 효과가 뛰어나고 지하수도 많다. 그래서 난대식물과 한대식물이 함께 자라는 특이한 형태인데, 이는 세계에서 제주의 곶자왈이 유일하다. 곶자왈은 지금까지 우리가 육지에서 경험하던 숲과는 전혀 다른 숲을 경험하게 해준다. 제주에는 조천-함덕, 한경-안덕, 애월, 구좌-성산 등 4개의 곶자왈 지대가 있다. 비교적 알려진 곳이 조천- 함덕 지대에 속한 교래자연휴양림이다. 안덕에 자리한 화순곶자왈은 뭍에서 온 여행객들은 거의 찾지 않아서 조금 이른 시간에 가면 이 신비로운 숲을 온전히 자신만의 정원으로 만들 수 있다.

위치교래자연휴양림(제주시 조천읍 남조로 2023), 환상숲(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2848-2)

 

 


올레가 지겨운 당신에게
지질트레일 트레킹


제주도는 2010년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으며 그 가운데 산방산, 용머리해안, 주상절리대 등 12곳이 핵심 지질 명소로 지정됐다. 이후 제주도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질트레일을 만들고 있다. 제2 코스는 산방산·용머리해안 코스, 제3 코스는 동굴 위를 걷는 김녕·월정 코스로 이어진다. 얼마 전 제4 코스인 성산·오조 트레일도 열렸다. 유월 제주를 찾는다면 김녕·월정 코스를 추천한다. 코스 총길이는 14.6km. 마을을 걷는 길과 바닷가를 따라 걷는 길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 뭍을 따라 걷는 9km 코스를 드르빌레길, 바다를 따라 걷는 5km를 바당빌레길이라고 부른다. 제주식 등대인 ‘도대불’, 바다에서 솟구치는 샘물인 ‘청굴물’, 암반 숲인 ‘진빌레’ 등을 만날 수 있어 올레길과는 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위치제주시 구좌읍 일대

 

 


우리가 몰랐던 제주의 풍경
따라비오름


가장 제주다운 풍광을 꼽으라면 아마도 오름일 것이다. 제주 전역에 360여 개의 오름이 흩어져 있다. 오름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다랑쉬오름과 사진가 고 김영갑이 사랑한 용눈이오름이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오름은 따라비오름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다. 한 바퀴 돌고 내려오는 데 2시간이면 넉넉하다. 철조망을 지나 오름 안으로 들어가면 나무 계단으로 된 오름 트레일이 보인다. 초입의 숲 부분을 지나면 억새로 뒤덮인 민둥오름이라 시야가 환하다. 나무 계단을 따라 20여 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하는데 멀리 태흥리와 남원리 바다가 아스라하다. 따라비오름만으로 아쉽다면 갑마장길에 도전해보자. 갑마장길은 조선 시대 궁중에 진상하는 최고급 말인 갑마를 사육했던 국영 목장인 갑마장에 나 있는 길로 광활한 초원과 억새밭, 따라비오름 등에 걸쳐 있다.

위치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산62

 

 


제주 마을 산책
대평리 거닐기


대평리는 올레 8, 9코스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작은 해안 마을이다. ‘난드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넓은 들’이라는 뜻이다. 감귤나무, 동백나무가 심어진 돌담이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푸른 마늘밭이 펼쳐지고 마늘밭 너머로 마늘밭보다 더 푸른 바다가 일렁인다. 드문드문 들어선 개성 있는 카페들과 게스트하우스들이 평화로우면서도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면 빨간 등대가 서 있는 포구에 닿는다. 소녀상이 조각된 등대 뒤로는 깎아지른 수직 해안 절벽인 ‘박수기정’이 병풍처럼 서 있다. 군산오름에도 올라보자. 산방산과 함께 제주 서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오름이다. ‘정상에 오르면 제주도의 4분의 1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방이 탁 트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정상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모슬봉과 송악산, 수월봉, 산방산 등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위치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일대

 

 

 

먹을 것
 

갈치회와 고등어회가 제주 대표 음식이던 시절, 올레꾼들이 제주 땅을 밟기 시작하며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몸국을 비롯해 돔베고기, 각재기국, 고기국수, 밀면 등이 이제까지 각광받았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에 자리를 잡은 셰프들이 생겨나면서 제주의 재료를 사용해 그들만의 각별한 요리를 선보이는 다양한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 스타일의 캐주얼 레스토랑
르 씨엘 비


가수 이효리가 사는 애월 해안도로는 최근 제주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해안도로에서 시골길을 따라 마을 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아담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서 있는데, 이곳이 애월에서도 가장 멋진 음식을 만들어 내는 ‘르 씨엘 비’다. 오세득의 줄라이에서 수셰프로 공력을 쌓은 김태효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몸(모자반), 톳, 뿔소라, 보말(고둥) 같은 제주산 식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일단 메뉴부터 제주스럽다. 감태로 감싼 보말 파스타, 뿔소라 에스카르고, 수비드(저온 조리) 방식으로 조리한 흑돼지오겹 등 창의적 레시피가 메뉴판에 가득하다. 시그너처 메뉴는 보말 파스타와 뿔소라 에스카르고. 보말을 가득 넣은 파스타에 감태를 푸짐하게 얹은 파스타는 오직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최근엔 간장 문어 파스타도 선보였다.

문의064-712-1427위치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1097

 

 

 

현지인들이 애지중지하는 횟집
모살물


제주시 연동 골목길에 자리한 모살물은 오후 여섯 시에 가도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모살물의 주메뉴는 객주리회다. 객주리는 쥐치, 엄밀하게 말하면 말쥐치인데 제주에서는 객주리라고 부른다. 가격은 요즘 말로 ‘착하다’. 한치, 우럭, 따치, 아나고, 어랭이, 모둠, 세꼬시가 있는데 작은 접시가 2만원(2인분), 큰 접시가 3만원이다. 부요리(쓰키다시)도 구성이 만만치 않다. 메인 메뉴인 객주리회도 훌륭하다. 쫄깃하면서도 씹을수록 입안을 맴도는 꼬들꼬들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객주리조림도 맛있다. 두툼한 살점의 객주리와 함께 무와 감자가 넉넉하게 들어 있다. 약간 달면서도 매콤해 밥과 함께 혹은 소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문의064-713-0309위치제주시 삼무로3길 14

 

 


제주 재료로 만든 최고급 스시
스시 호시카이


스시 호시카이를 책임지는 임덕현 조리장은 제주 출신이다. 일본 최고의 조리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동경의 유명 초밥집에서 실력을 쌓았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맑은 고향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최고의 재료를 사용해 최고의 초밥을 만들고 있다. 모든 재료는 매일 이른 아침 임 조리장이 동문시장에서 직접 선별한 제주산을 고집한다. 초밥의 생선 부분인 ‘네타’는 최소 하루 이상 숙성시켜 감칠맛을 극대화한다. 생선 못지않게 신경 쓰는 것이 식초다. 스시 호시카이는 10년 이상 장기 숙성시킨 ‘아카스(적초)’만을 사용하는데, 이는 일본에서도 최고급 초밥집에서만 취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초밥이 짙은 갈색을 띤다. 초밥은 최고 수준. 특히 금태, 옥돔 등 제주의 생선만으로 만든 초밥은 뭍과는 전혀 다른 맛을 경험하게 해준다. 천연 재료로만 맛을 낸 회덮밥, 아나고덮밥, 흑돈 스끼야끼 정식 등 단품 메뉴도 가능하다

문의064-713-8838위치제주시 오남로 90

 

 

 

<마스터 셰프 코리아> 1회 우승자의 솜씨
아루요


애월을 지나 안덕면 쪽으로 가다 보면 유수암이라는 마을이 있다. 큰노꼬메오름을 비롯해 여러 개의 오름이 마을 주변에 있고 뭍에서 제주로 이민 온 사람들이 전원주택을 짓고 많이 살아서 이국적 분위기로 가득한 곳이다. 이 마을 한가운데 공터에 덩그러니 서 있는 아루요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시즌 1’ 우승자인 김승민 셰프가 운영하는 일식집이다. 메뉴는 나가사키 짬뽕과 덮밥류, 우동 등으로 단출하다. 가격도 6천원에서 1만5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제주의 재료를 이용해 맛을 만들어 낸다. 돼지뼈로 직접 우려낸 육수에 제주산 해물을 듬뿍 넣어 내놓는 짬뽕은 불맛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마구로지라시동 역시 히트 상품이다. 수북하게 담긴 밥을 마리네이드한 참치가 덮고 있고 그 위에 직접 간 생고추냉이와 ‘계란말이’라고 새겨진 계란말이, 무순이 다소곳이 올려져 있다. 최근 제주시 연동에 2호점을 열었는데, 2호점은 덮밥 종류가 주메뉴다. 참고로 <마스터 셰프 코리아> 우승자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2호점이다.

문의064-713-0309위치제주시 애월읍 유수암평화5길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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