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와구치코 온천 편

기사 요약글

일본 가와구치코 온천에 대해 알아보자.

기사 내용

온천에서 즐기는 후지 산

백두산이 우리 민족의 영산이라면, 후지 산은 일본인의 성지입니다. 후지 산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아니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는데, 그 이유는 ‘신앙의 대상이자 예술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후지 산은 야마나시와 시즈오카, 두 개의 현에 걸쳐 있는데 그중에서도 야마나시에서 보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후지 산 주변의 5개 호수, 즉 ‘후지5호’가 야마나시 현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1,000엔짜리 지폐에도 후지5호 중 하나인 모토스코 호수에서 바라본 후지 산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또 다른 후지5호인 가와구치코 호수에서는 아름다운 후지 산의 풍광과 함께 온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온천탕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후지 산의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와구치코 온천에 머문다면 이른 아침 호숫가 산책은 놓칠 수 없는 경험입니다. 저 멀리 후지 산에서 피어오르는 안개가 신령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후지 산 맞은편에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미나미알프스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합니다. 운이 좋으면 후지 산 독수리가 호수 위를 선회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답니다.

 

 

후지 산이 빚어낸 신의 물방울
 

후지 산의 맑은 물이 만든 것은 호수만이 아닙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고슈 와인 또한 후지 산이 준 선물입니다. 야마나시의 가츠누마 지역은 일본에서 가장 먼저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곳인데, 여기서 자라는 포도인 고슈 종은 카스피 해 연안이 원산지로 실크로드를 거쳐 일본에 전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분지 특유의 높은 일교차가 포도의 당도를 높였습니다. 맛있는 포도에 더해 메이지 시대에는 가츠누마의 두 청년이 프랑스에서 포도주 양조 기술을 배워오면서 일본 와인의 역사가 시작됩니다. 가츠누마에 있는 30여 곳의 와이너리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시라유리 양조’로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나온 곳이죠. 우리가 시라유리 양조를 방문했을 때, 작업복 차림의 사장님이 직접 와이너리 이곳저곳을 안내해주었는데, 직접 포도나무 가지치기 시범을 보여주는 굵은 손마디에서 고슈 와인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후지 산의 맑은 물이 와인을 빚어냈다면 미나미알프스의 깨끗한 지하수는 위스키가 되었습니다. 일본 위스키의 자존심인 산토리 위스키의 양조장이 있는 곳이 바로 야마나시의 미나미알프스 자락입니다. 자그마치 82만 ha(약 25억 평)에 이르는 광활한 삼림에 자리 잡은 증류소에는 처음 문을 열 때 만들어진 거대한 증류기가 여전히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수입한 맥아로 만든 하쿠슈는 일본을 대표하는 싱글 몰트위스키입니다. 시음장에서 갓 만들어 낸 원주와 12년, 18년, 25년 산을 차례로 맛보았습니다. 인생처럼 위스키도 세월이 흐름에 따라 향이 깊어지더군요. 스트레이트로 맛을 본 25년 숙성 하쿠슈에서는 농익은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져 나왔습니다.

 

 

 

미나미알프스로 둘러싸인 하야카와 계곡에 니시야마 온천

기네스북이 인정한 최고(最古)의 료칸

미나미알프스로 둘러싸인 하야카와 계곡에는 니시야마 온천이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깊은 계곡에 자리 잡은 니시야마 온천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료칸이 있습니다. 니시야마의 게이운칸은 705년에 문을 연 후 5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곳으로 료칸 입구에는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료칸임을 입증하는 기네스북의 인증서가 있습니다. 52대는커녕 52년 된 호텔도 찾기 힘든 우리로서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300여 년을 훌쩍 넘긴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 또한 역사만큼이나 훌륭했습니다. 요리는 계곡 깊숙이 자리 잡은 료칸의 특성상 이 지역에서 나는 재료만으로도 풍성했습니다. 죽순과 마, 무화과 등으로 이루어진 전채에는 머위의 쓴맛을 더해 봄의 산뜻한 기분을 살렸습니다. 종잇장처럼 얇게 저민 무를 원통 모양으로 만든 후 그 안에 초를 밝힌 장식은 옛날이야기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랍니다. 달콤한 송어회와 솔잎으로 구운 산천어는 해산물의 아쉬움을 잊기에 충분했습니다. 후지 산에서 채취한 돌판에 구워 먹는 소고기 또한 별미였죠. 훌륭한 저녁은 다음 날 아침으로 이어졌습니다. 저마다 독특한 모양의 작고 예쁜 접시들로 상 위에 꽃밭을 이룬 아침 식사는 먹기에 아까울 정도였으니까요.

 

 

밀레와 우키요에

밀레와 우키요에

야마나시 현에서 즐길 거리는 후지 산과 온천, 음식만이 아닙니다. 전통과 문화, 예술 또한 풍성합니다. 사이코이야시노 사토네바는 후지 산이 한눈에 보이는 민속촌입니다. 이곳에는 원래 번성했던 산간 마을이 있었는데, 수십 년 전 태풍으로 파괴되어 일본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민속촌으로 다시 태어났답니다. 이곳에 전시된 옛 일본 병사들의 갑옷은 마치 어린아이 것처럼 작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옛날 일본 남성들의 평균 키는 145cm 정도에 불과했다는군요. 야마나시 현립 박물관에는 일본의 전통 회화인 우키요에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고흐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는 우키요에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대표작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후지 산을 삼켜버릴 듯 몰아치는 파도, 바닷가 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물고기를 낚는 어부, 아름드리 나무 위에 올라 톱질하는 목수 등이 우키요에 특유의 색감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야마나시 현립 미술관은 일명 ‘밀레의 미술관’으로 불립니다. 이곳에 밀레의 작품 수십 점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삭줍기><씨 뿌리는 사람> 등 밀레의 대표작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눈 덮인 후지 산을 보며 온천을 즐기고, 와인 한 잔에 밀레의 작품 감상까지. 야마나시 현의 가와구치코 온천은 오감이 즐거운 여행지입니다.

 

 

야마나시에서 먹어봐야 할것, 고슈 와인:일본 와인의 대표 선수, 고슈 와인의 대표 산지인 야마나시 가츠누마에는 80여 곳이나 되는 와이너리에서 일본 와인의 30%를 생산한다., 호우토우:야마나시의 전통 국수, 도톰한 면, 제철 채소와 된장으로 맛을 낸 걸쭉하고 칼칼한 국물은 우리네 칼국수와 비슷하다., 무지개송어밥:후지 산 맑은 물에서 자란 무지개송어를 양념해 구운 뒤, 쌀과 함께 밥을 지었다. 주걱으로 썩썩 비벼 뼈째 덜어 먹는 맛이 예술이다., 토리모쯔니:야마나시 고후 지역의 전통 요리, 닭의 간이나 똥집 등을 진한 간장 소스로 졸인 음식으로 '일본 B급 구루메 콘테스트' 우승의 주역이다.<한국-야마나시 현> 인천에서 도쿄의 나리타, 김포에서 하네다까지 비행기로 간 다음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면 야마니시 현까지 갈 수 있다. 약 3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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